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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찬성 156, 반대 10, 기권 1표로 통과시키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피켓을 던지며 항의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찬성 156, 반대 10, 기권 1표로 통과시키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피켓을 던지며 항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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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진 지 8개월 만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2년이 지난 뒤에야 이뤄진 일이기도 하다.

내용적으로는 매우 불충분하다. 그래서 '기득권 정치의 장벽이 무너졌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벽에 균열을 내고, 작은 구멍 하나를 뚫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 노무현 대통령, 노회찬 의원이 그렇게 염원했던 선거제도 개혁이 반걸음이나마 전진했다. '정권을 한 번 잡는 것보다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 정치를 더 크게 바꾸는 길'이라고 말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 생각나는 이유다.

'선거제도 개혁이 왜 중요하냐?'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자유한국당이 반발한 정도를 보면, 선거제도 개혁이 핵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정 법안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반발이 집요하고 거센 적은 없었다.

패스트트랙 당시에는 국회 본관이 5박 6일 동안 점거당했고, 이번에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전에는 사상 세 번째 필리버스터가 벌어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국회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만 반대한 것이 아니다. 보수언론들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격하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이렇게 저항이 격렬했던 이유는, 선거법 개정으로 우리 사회의 모든 기득권 구조를 지탱해주는 '기득권 정치구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소모적인 정쟁과 발목잡기로 국민들의 정치불신,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정치를 지속하기 어려워지고, 사회·경제적 개혁과제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정치가 유지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여성, 청년, 소수자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하는 정치도 변화의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균열이 생긴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번 균열이 생기면, 균열이 더 확대되고 마침내 기득권이 쌓아놓은 장벽이 무너지게 될 수 있다. 정치의 기득권 구조가 무너지면, 사회·경제·문화적 기득권 구조도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저항이 심했던 것이다.
 
지난 4월 29일 오후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전체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선거제도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에 지정에 항의하며 바닥에 드러누워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패스트트랙 지정 항의하는 자유한국당 지난 4월 29일 오후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전체회의장 앞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선거제도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에 지정에 항의하며 바닥에 드러누워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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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이 기어코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그러나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기득권의 저항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실제로 창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에는 시민고발운동, 위헌정당 해산심판청구 청원운동 등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비례용 위성정당 공천에 어떻게든 개입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현행 선거법상 다른 정당의 경선에 위계, 사술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개입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실제로 비례한국당을 창당하려고 하면, 창당 과정에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법 위반 소지가 발견되면 즉시 고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비례용 위성정당은 그 자체로 '위헌정당'이다. 대한민국 헌법 헌법 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당을 해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복수정당제를 포함한 정당제도와 선거제도의 기본을 뒤흔드는 것이다. 위성정당은 그 자체로 반민주적인 정당이고 존재해서는 안 되는 정당이다.

따라서 비례용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면 범국민적인 청원운동을 통해, 정부가 정당해산심판청구를 하게 해야 한다. 정부가 심판청구를 하게 되면, 해산 가능성은 높다.  지금까지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한 발언은, '위성정당이 위헌정당임'을 자백한 셈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증거는 차고 넘친다.

비례용 위성정당에 대해 이렇게 압박을 하면, 그 자체로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운신 폭이 좁아진다.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비례용 위성정당이 본체인 자유한국당과 거리를 둬야 한다. 그러다 보면, 비례용 위성정당이 독자 논리로 움직이게 되어 자유한국당의 선거 전략이 혼란에 빠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례용 위성정당,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었을 때에 정치적으로 '폭망'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한 이유가 있다. 첫째, 비례용 위성정당에서 비례대표 공천할 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비례용 위성정당으로 자유한국당 현역의원들을 몇십 명 옮기게 한다는데, 이들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주지 않는다면, 이들이 당적을 옮길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불출마선언을 하거나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의원들을 비례용 위성정당의 비례대표로 공천한다면, 이것은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비례용 위성정당의 공천을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뜻대로 하려면, 황교안 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비례용 위성정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황교안 대표가 자칫 잘못 당적을 옮겼다가, 본체인 자유한국당에 대한 장악력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 자유한국당 내부에 황교안 대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례용 위성정당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지만, 정치적인 기획으로도 문제가 많다. 어쨌든 비례용 위성정당이 실제로 만들어진다면, 시민고발운동, 위헌정당해산심판 청원운동을 벌여나갈 수 있다.
 
국회 선거법 개정안 표결 처리로 본회가 열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헌법파괴 연동형선거법 반대 현수막을 펼치고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
▲ 국회 단상 점거한 자유한국당 "불법 막겠다" 국회 선거법 개정안 표결 처리로 본회가 열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헌법파괴 연동형선거법 반대 현수막을 펼치고 단상을 점거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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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계기로 정치판을 바꿔야 

지금 필요한 것은 이번에 만들어진 균열을 어떻게 더 확대해서 진정한 의미의 정치개혁을 이루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들의 노력도 필요하고, 지속적인 정치제도 개혁운동도 필요하다.

이번에 통과된 선거법이 과도기적인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준연동형에 씌운 상한선은 21대 총선에서만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준연동형 자체도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제도다. 이론적·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번에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이뤄진 것이 없다. 선거제도 개혁이 되든 안 되든, 국회의원 특권 폐지는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각 정당들은 내년 총선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 특권 폐지 등 국회개혁의 방향, 현재는 멈춰있는 헌법 개정의 방향에 대해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고 치열한 논쟁을 해야 한다.

그리고 21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정치제도 개혁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이번에는 선거제도가 제도개혁의 고리였다면, 21대 국회에서는 헌법 개정이 제도개혁의 고리가 될 수도 있다. 현재의 헌법으로 2022년 대선을 다시 치를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제도개혁은 연속적인 것이다. 한 번에 전부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개혁을 이뤄내야 하는 것이다.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개혁 열차는 출발했다. 그리고 열차는 계속 달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현재의 과도기적인 개혁 상태에 멈춰 있으면, 역사는 다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태그:#선거법, #본회의통과, #준연동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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