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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 : "엄마, 이번 생일에 뭐 받고 싶어? 가방 사줄까?"

브랜드에 둔감한 아이는 가방의 가격을 알고 놀람과 좌절감을 동시에 느꼈다.

나 : "엄마, 가방 필요 없는데. 대신 읽고 싶은 책이 있어."

그래서 받게 된 2019년의 내 생일 선물 <밥 먹고 갈래요?>라는 책이다. 이 책은 웹툰이 원작이고 인기에 힘입어 종이책으로도 출간되었다. 나는 만화를 볼 때 그림체와 내용을 똑같은 비율로 중시한다. 이 만화는 그림체가 밝고 예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 그림이 나온다. 
 
밥 먹고 갈래요? 마이산에게 받은 생일선물입니다.
▲ 밥 먹고 갈래요? 마이산에게 받은 생일선물입니다.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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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백미이는 독립해서 혼자 살고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다. 주말에 남자친구와 나중에 같이 살게 되는 여동생과 때로는 그녀 자신을 위해서 요리를 한다. 각 에피소드에 재밌는 일상, 우울한 일상, 화가 나는 일상, 슬픈 일상들이 펼쳐지고 그에 걸맞은 음식의 재료와 조리방법, 완성된 요리가 등장한다.

혼자서 자취하는 아가씨의 요리는 다양하지만 번잡하지는 않다. 딱 나에게 안성맞춤인 요리가 자주 등장한다. 20년 전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이 만화는 일상의 잔잔한 즐거움이었다.

구입할 책이 있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이 책을 만났다. 총 다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미 내용도 다 읽어서 알고 있는 하지만 그림이 너무 맘에 드는 만화책. 마음속으로는 너무 가지고 싶지만 만화책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구입을 고민하고 있을 때라 기쁘게 선물을 받았다.

분명 내 생일 선물인데 만화책은 마이산과 강물이에게 더 환대를 받았다. 하루에 한 권씩 읽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도 읽겠다며 학교에도 가지고 다녔다. 한 일주일을 재미지게 읽던 마이산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엄마, 나 여기 나오는 요리 만들어보고 싶어."

순간 아이들의 아기 시절이 떠올랐다. 계란말이라도 할라치면 노른자를 꼭 터뜨려야하고 거품기로 계란을 직접 저어야만 했다. 할머니가 수제비 끓이고 개떡을 만들 때는 무조건 반죽을 같이해야 했다. 덕분에 요리시간은 두 배로 길어지고 뒷수습은 내 몫이었다. 그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있다.
 
책 <소년의 레시피> 이 책에 나오는 따스한 기운을 우리집에 전달받기를 바랍니다.
▲ 책 <소년의 레시피> 이 책에 나오는 따스한 기운을 우리집에 전달받기를 바랍니다.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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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년의 레시피>에는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소년, 제규가 나온다. '아들이 해주는 밥을 먹는 엄마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겠지'라는 부러움을 느끼며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 부러움의 대상은 바뀌었다. 완성된 요리를 같이 먹으면서 나누는 이야기, 그 시간이 너무나 따스하게 느껴졌다.

이야기는 별다른 내용이 아니다. 요리 재료를 사고, 그 재료를 어떻게 손질하고 요리하면서 들었던 생각, 그 요리를 만들게 된 계기 등이 이야기의 소재이다. 이 별다를 게 없는 이야기가 소중하게 다가온 것은 제규 때문이다. 사춘기의 남자아이, 더구나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에게서 보기 힘든 모습이 그 이유이다.

강물이와 마이산은 지금 열두 살이다. 꼬물거리던 아기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반드시 본인들이 직접 계란을 저어야 하고 밀가루 반죽을 해야만 했던 아이들은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다가 밥상 앞에 앉는다. 요리 과정엔 전혀 흥미가 없다.

지금도 이런데 앞으로는 더 무심할 것이다. 그래서 마이산의 이 말이 더 예쁘고 감사하게 들린다. 나는 단숨에 제과점으로 달려가 모닝빵을 사왔다. 모닝빵, 계란, 치즈, 베이컨 등 재료를 상에 늘어놓자 요리사인 마이산이 상 앞에 앉는다.

마이산 : "엄마, 이 정도 파내면 될까? 나 빵을 잘 파내는 것 같아."
나 : "그래. 우리 마이산은 빵도 잘 파내.(칭찬하면 더 자주 요리할거야)"
마이산 : "엄마, 이제 계란을 깨줘."
나 : "응, 그래.(이상하게 내가 다 하는 것 같네)"
마이산 : "(치즈와 베이컨을 빵 속에 넣은 후) 이제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돼."
 
마이산의 첫 요리 레시피를 보고 만든 마이산의 첫 요리입니다.
▲ 마이산의 첫 요리 레시피를 보고 만든 마이산의 첫 요리입니다.
ⓒ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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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작은 생각 이상으로 훌륭했다. 맛있게 먹는 날 보며 마이산이 결정타를 날린다.

"엄마, 맛있지. 만화책 보다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같이 만들어보자."

이런, 마이산은 엄마사용법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게다가 활용도 시기적절하게 잘 한다. 우리 집에도 <소년의 레시피>에 나오는 따스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지속되기를 바란다. <밥 먹고 갈래요?>는 그 보험 같은 선물이다

소년의 레시피 - 요리 하지 않는 엄마에게 야자 하지 않는 아들이 차려주는 행복한 밥상

배지영 지음, 웨일북(2017)


밥 먹고 갈래요? 1 - 우리집에서

오묘 (지은이), 재미주의(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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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아줌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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