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KBL 전주 KCC와 창원 LG의 경기. KCC 이대성이 돌파하고 있다.

지난 1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KBL 전주 KCC와 창원 LG의 경기. KCC 이대성이 돌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전주 KCC가 점점 '슈퍼팀'다운 위용을 찾아가고 있다. 라건아와 이대성을 영입하는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하고도 11월 치른 8경기에서 2승 6패에 그치며 부진했던 KCC는 휴식기 이후 전혀 다른 팀으로 변신했다.

최근 4연승 포함 12월 들어 치른 7경기에서 6승 1패의 상승세를 보이며 승률 6할(.600, 15승 10패) 고지에 올라섰다. 현재 안양 KGC 인삼공사에 반게임차로 뒤진 KCC는 24일 KGC와의 맞대결마저 승리하면 단독 2위까지 올라설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대형 트레이드의 한 축이던 이대성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는 상황에서도 KCC가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성은 올시즌 20경기에서 평균 12.4점, 3.4어시스트, 2.7리바운드를 기록중이었다. KCC로 이적한 이후만 놓고보면 9경기에서 11.1점, 1.3어시스트, 2.9리바운드였다. 고양 오리온전(11월 30일, 24점)처럼 폭발한 경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기복이 심했다. '좋은 선수이기는 하지만 KCC와는 맞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기 시작한 이유다.

이대성은 지난 15일 친정팀 모비스전을 끝으로 왼쪽 발목 인대 파열이라는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빨라도 내년 초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마침 이전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서서히 KCC에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던 시점이기에 더 아쉬운 부상이었다. KCC로서는 주포 이정현의 컨디션이 좋지 않고 송창용마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또 한번 큰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정작 KCC는 이대성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연승 행진을 내달렸다. 주목할 것은 이대성의 빈 자리를 잘 메웠다는 느낌을 넘어서, 오히려 이대성이 있을 때보다 경기력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시즌 무조건 우승을 노려야 하는 팀 KCC

KCC는 부상에서 돌아온 유현준이 최근 포인트가드로 나서면서 볼흐름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공격 성향이 강하고 1,2번을 모두 소화 가능한 이대성은 현대농구가 선호하는 '듀얼가드'이지만 정작 전창진 감독이 구축한 현재 KCC의 농구 시스템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본인이 공을 오래 소유하고 플레이를 전개할 때 진가를 발휘하는 이대성의 스타일상, 다른 국내 선수들의 활동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라건아까지 있다보니 그간 KCC의 주포 역할을 해왔던 이정현-송교창과 시너지 효과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선수들의 개인능력으로만 경기를 풀어가는 장면이 많아지며 이대성이나 라건아의 컨디션에 따라 팀전력이 요동치기 일쑤였다. 모든 선수들이 공이 없는 상황에서 공수 모두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팀플레이가 돋보였던 KCC가 대형 트레이드 이후 한동안 부진했던 것은, 이런 엇박자와 무관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대성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오히려 KCC의 기존 장점들이 살아났다. 이타적인 성향의 가드인 유현준의 경기 조율을 중심으로 이정현과 송교창, 정창영까지 국내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기 시작했으며, 빨라진 패스 템포와 다양한 2대2 플레이를 통하여 모든 선수들이 어시스트를 받아 쉽고 고르게 득점하는 장면이 늘어났다. 수비에서도 백코트가 안정을 찾으면서 내외곽을 아우르는 수비 로테이션이 한결 유연하게 돌아가고 있다. 대형 트레이드 이전 시즌 초반의 KCC가 보여줬던 모습들이다.

물론 최근 KCC의 경기력이 좋다고해서 이대성의 가치가 퇴색되는 건 아니다. KCC에게 이대성의 복귀는 슈퍼팀의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다. 부상선수가 많아서 가용자원이 부족한 KCC로서는 개인능력이 뛰어나고 멀티포지션이 가능한 이대성이 최대한 빨리 복귀해야 선수운용에 숨통이 트인다.

유현준이 건재하다면 이대성은 복귀하더라도 굳이 메인 볼핸들러를 맡아야한다는 부담도 없다. 이대성을 2,3번으로 기용하거나 동선이 겹치는 이정현과 번갈아 로테이션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안정적이지만 경험과 창의성이 부족한 유현준이 시즌 내내 지금만큼 꾸준히 활약한다는 보장도 없는만큼 이대성이라는 대안은 KCC에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대성이 복귀한 이후에도 KCC의 기존 시스템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상황이 조금 미묘해질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이대성을 살리기 위하여 지금 잘 나가고 있는 KCC의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결국 이대성이 팀에 맞춰야하는데 본인이 볼 없이 움직이는 플레이에 적응하거나 혹은 상황에 따라 조커 역할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KCC는 올시즌 무조건 우승을 노려야하는 팀이다. 이대성이 슈퍼팀의 완성을 위한 '필수품'인지 아니면 '사치품'이었는지는, 올시즌 KCC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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