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기류를 타고 있던 맨유가 제대로 역풍을 맞았다. '리그 최하위' 왓포드가 맨유를 상대로 2-0 완승을 거두며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연출하는데 성공했다.

한국시간으로 22일 오후 11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18라운드 왓포드 FC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맞대결이 벌어졌다.

'골리앗' 맨유는 '다윗' 왓포드에게 뜻밖의 패배를 당하며 리그 6경기 무패행진을 마감했다. 맨유는 이날 경기에서 리그 최하위 팀을 상대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왓포드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홈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왓포드 : '현실로 다가온' 강등 위기,  최악의 분위기 속 만난 '강팀'

왓포드는 15-16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합류 후 꾸준히 중-하위권에 머무르며 생존해왔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리그 11위, FA컵 준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180도 다른 상황에 놓였다.

왓포드는 올 시즌 18라운드까지 단 1승만을 거두며 리그 최하위에 놓여있다(20위, 승점 9점). 경기당 0.5점이라는 저조한 득점력과 1.7점이라는 실점 허용은 왓포드를 계속해서 추락시켰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인 대니 웰백과 벤 포스터, 톰 클레벌리 등이 속해있지만 승리는 쉽지 않았다.

최악의 분위기 속에 '강팀' 맨유를 홈으로 불러들인 왓포드가 어려운 도전에 나섰다. 왓포드는 트로이 디니를 최전방에, 데울로페우와 사르를 좌우 측면에 배치한 4-2-3-1 포메이션으로 맨유에 맞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6경기 무패 행진', 여전히 배고픈 맨유

어느덧 맨유의 사령탑을 맡은 지 1년이 된 솔샤르의 팀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맨유는 아직은 만족스럽지 않은 리그 8위(승점 25점)에 놓여있는 만큼 왓포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둬 상위권 도약을 노렸다.

맨유는 리그 6경기 무패행진을 이어나가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특히 지난달 토트넘, 맨시티라는 '거함'을 상대로 거둔 승리는 맨유에게 큰 자신감이 되었다. 팀의 핵심 선수 폴 포그바가 부상에서 복귀하는 호재까지 겹친 맨유는 이번 경기 승리를 통해 5위까지 오를 기회를 잡았었다. 

맨유는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 마르시알 - 래시포드 - 제임스를 공격진에 포진시킨 4-2-3-1로 왓포드 원정길에 올랐다.  

전반전 : '결정력의 부족', 득점 없이 마무리된 전반전

다수는 최근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맨유의 무난한 승리를 예측했지만, 경기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왓포드는 강팀을 만나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섰다. 공격 전개 과정은 투박할지언정, 경기장의 분위기는 모조리 챙겨간 홈팀 왓포드였다.

측면 공격을 계속해서 시도한 왓포드는 몇 차례 좋은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전반 25분, 측면에서 시작된 왓포드의 공격이 페널티박스 안까지 전개됐다. 중앙에 위치한 트로이 디니가 볼을 이어받아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해봤지만 루크 쇼의 몸을 날리는 선방에 가로막혔다.

맨유도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전반 32분,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마르시알의 패스가 침투하는 린가드에게 정확히 연결됐다. 빠른 발을 가진 린가드는 순식간에 골키퍼와 1대 1찬스를 만들었으나,  키를 넘기는 칩슛이 골문 위로 향하며 득점에 실패했다. 린가드의 결정력이 아쉬운 장면이었다.

양 팀은 끊임없이 공격을 주고받았지만 득점에는 실패하며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전반전 동안 왓포드와 맨유는 각각 3, 4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이 중 유효슈팅은 없었다. 주요 수치는 맨유가 앞섰지만(점유율 4 대 6, 패스 숫자 202 대 277, 패스정확도 73% 대 81%) 왓포드 역시 결코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전 : '골리앗을 잡은 다윗'... 왓포드, 멀티골을 터뜨리며 맨유에 2-0 승리

끈질기게 측면을 공략하던 왓포드는 후반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제골을 넣는데 성공했다. 후반 5분, 상대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을 휴즈가 날카로운 크로스로 연결했다. 이후 박스 안에서 세컨볼을 노린 사르의 슈팅이 바운스되며 맨유의 골망을 향했다. 골키퍼 데 헤아는 이 과정에서 볼을 미끄러뜨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며 실점을 허용했다. 말 그대로 천금과도 같은 사르의 득점이었다.

득점에도 왓포드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이는 곧바로 추가 득점으로 결실을 맺었다. 후반 9분, 이번에는 빠른 속도로 진입하는 사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완 비사카가 무리한 태클을 범했다. 주심은 곧바로 PK를 선언했고, VAR 판정 역시 번복되지 않았다. 키커로 나선 트로이 디니는 데 헤아의 방향을 완벽히 속이며 맨유의 골망을 흔들었다. 지금껏 경기당 0.5점에 그쳤던 왓포드의 득점이 살아난 것이었다.

뜻밖의 전개에 맨유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교체 카드를 활용해봤지만 경기를 뒤집진 못했다. 그린우드와 부상에서 복귀한 포그바, 후안 마타까지 투입됐지만 번번이 맨유의 공격은 막혔다. 매 순간 맨유의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골문을 지킨 벤 포스터의 선방이 빛을 발했다.

결국 경기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왓포드의 2-0 승리로 끝이 났다. 왓포드는 이날 승리로 승점 확보는 물론, 강팀을 잡았다는 자신감까지 얻을 수 있었다. 더욱이 19위 노리치와 승점 동률에 놓이며 강등 경쟁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반면 맨유는 뜻밖의 패배로 무패행진을 멈춰야 했다. 경기 내내 아쉬웠던 골 결정력을 결국 극복하지 못한 맨유는 최하위를 상대로 득점 없이 패했다는 충격에 놓이게 됐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박싱데이 일정에 대비해 분위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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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대한 관심이 많고 글쓰는것을 좋아하여 스포츠 기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https://m.blog.naver.com/filippo_hazag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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