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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나 방문객의 발걸음이 뜸한 이른 아침, 자가용을 몰아 신안군 자은면 둔장리의 무한의 다리를 찾았다. 사실 필자는 마을버스를 타거나 도보로 이동하면서 사진을 찍는 습관이 있다. 차량을 이용하면 시간을 아낄 수 있지만 스치는 길에 담겨 있는 무수히 많은 비경을 놓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가끔은 걸음으로 닿을 수 없는 먼 거리의 명소를 원하는 시간에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서투르지만 운전을 한다.

압해도와 암태도 사이에 놓인 약 10km의 천사대교를 지나, 암태도와 자은도를 잇는 은암대교를 건너 둔장마을에 도착했다. 약 40분이 걸렸다. 일출 시간이 다가오면서 어슴푸레하게 내리깔렸던 새벽의 어둠이 맑게 개기 시작했다.
 
무한의 다리 출입구에서 바라보는 구리도와 할미섬
▲ 무한의 다리 출입구에서 바라보는 구리도와 할미섬 무한의 다리 출입구에서 바라보는 구리도와 할미섬
ⓒ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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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아침 공기를 시원하게 마시며 둔장해변을 걸어 '무한의 다리' 입구에 이르렀다. 무한의 다리라는 명칭은 '1도(島) 1 뮤지엄' 아트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의 조각가인 박은선 작가와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 거장 마리오보타가 지었다. 자은 둔장해변에서 구리도~고도~할미도를 잇는 보행교로, 길이 1004m, 폭 2m로 조성됐다. 2018년에 착공해 지난 9월 19일 개통했다.

(1도 1뮤지엄 아트프로젝트는 신안군은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섬 주민들을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천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신안의 주요 섬에 지역의 특색을 지닌 전시관이나 박물관을 짓기로 했다.)

섬과 육지는 하나의 대지다
 
평탄한 모래펄이 형성된 둔장해변 위로 설치된 무한의 다리는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는 섬사람의 입장과 시선을 잘 담아냈다.
▲ 무한의 다리에서 바라보는 둔장해변과 산등성이 평탄한 모래펄이 형성된 둔장해변 위로 설치된 무한의 다리는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는 섬사람의 입장과 시선을 잘 담아냈다.
ⓒ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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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에서 밀물로 바뀌는 시간에 구리도로 향했다. 완만한 모래펄이 형성돼 있는 둔장해변에 잔잔한 물결이 밀려왔다. 해안선의 한쪽에서는 네덜란드의 풍차처럼 풍력발전기가 빙빙 돌고 있었다.

보행교의 울타리는 반원형의 모양을 그리며 설치돼 있었는데 마치 먼 과거나 미래로 가는 터널처럼 생겼다. 구리도와 고도라는 우주정거장을 지나 할미도에 다다르면 감쪽같이 순간 이동을 해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 무한의 다리라는 이름처럼 말이다. 무한한 상상력을 끌어내다 저 혼자 피식 웃었다.
 
무한의 다리를 걷다보면 갯벌이나 무인도의 해안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바다새를 쉽게 만날 수 있다.
▲ 무한의 다리를 걷다가 발견한 바다새 무한의 다리를 걷다보면 갯벌이나 무인도의 해안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바다새를 쉽게 만날 수 있다.
ⓒ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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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도에 닿았다. 비교적 급한 경사의 섬 정상을 지나 반대편 끝 지점에 이르니 둔장해변의 소롱산과 또 다른 무인도인 두리도, 소두리도가 보였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지루함을 피하려고 부러 해안선을 따라 반 바퀴쯤 돌아가기로 했다.

거친 기암괴석이 섬의 초목(草木)을 떠받으며 솟아 있었다. 밀물이 해안에 닿아 철썩였지만 다행히 나아갈 수 있었다. 사람이 다닐 수 없는 험한 길을 택한 탓에 둔장해변으로 돌아가는 길은 수월치 못했다. 무인도에 들어올 때보다 몇 곱절의 시간이 들었다. 하지만 보기 드문 풍경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자은도 둔장해변에서 구리도와 고도, 할미섬으로 이어지는 무한의 다리. 종착지인 할미섬의 해안에는 이미 다녀간 많은 사람들이 쌓은 야트막한 돌탑이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 할미섬을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 자은도 둔장해변에서 구리도와 고도, 할미섬으로 이어지는 무한의 다리. 종착지인 할미섬의 해안에는 이미 다녀간 많은 사람들이 쌓은 야트막한 돌탑이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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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에서 큰 섬으로 나가는 길에 만감이 교차했다. 무한의 다리에 첫발을 들이던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뭍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바다에서 뭍을 바라보는 시선은 같을 수 없다. 후자는 섬의 눈을 가졌다. 더불어 한정된 공간에서 생업을 일구며 일상을 꾸리는 섬사람의 마음을 닮았다.

무한의 다리는 육지와 섬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시선과 사고를 간접적으로 체험케 한다. 한편 바다가 육지와 섬을 갈라놓았지만 결국 전자와 후자는 바다 아래 갯벌로 연결된 하나의 대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다리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자문(自問)하고 자답(自答)하다 해변에 이르렀다. 동쪽의 당재산과 부엉산 사이로 아침이 솟아올랐다. 따사로운 볕의 기운을 만끽하다 차분한 심신을 이끌고 육지에서 육지로 난 무한의 다리에 발을 들였다.
 
육지에서 바라보는 섬. 섬에서 육지로 향하는 시선은 많은 깨달음을 얻게 해주었다. 바다가 나눈 서로 다른 공간이 사실은 하나의 거대한 대지로 이루어졌음을 느끼며 무한의 다리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 다시 바다에서 육지로 육지에서 바라보는 섬. 섬에서 육지로 향하는 시선은 많은 깨달음을 얻게 해주었다. 바다가 나눈 서로 다른 공간이 사실은 하나의 거대한 대지로 이루어졌음을 느끼며 무한의 다리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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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의 일부 내용은 신안군의 명소를 소개하거나 여행을 돕는 플랫폼인 '레츠고신안'(http://www.letsgoshinan.kr/)에도 실립니다.


태그:#신안군, #자은면, #둔장어촌체험마을, #무한의다리, #무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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