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 첫 골의 순간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황인범이 선취골을 넣고 있다.

▲ 황인범, 첫 골의 순간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황인범이 선취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MVP 황인범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이 일본 필드 플레이어 4명 사이를 절묘하게 통과하며 골문 왼쪽 구석으로 날아가 멋지게 꽂혔다. 그토록 기다리던 오픈 플레이 골(필드 골)이었다. 라이벌 일본은 이 1골을 따라잡기 위해 후반전에 안간힘을 썼지만 김민재의 수비력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이 대회 네 가지 신기록을 이룬 뜻 깊은 우승 드라마가 완성되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18일 오후 7시 30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2019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남자부 일본과의 마지막 게임에서 미드필더 황인범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 1-0으로 우승했다.

기다렸던 필드 골, 황인범 왼발로!

박진감 넘치는 전반전 주도권은 홈 팀 한국이 잡아냈다. 그 중심에 센터백 김민재가 우뚝 서 있었다. 시작 후 9분 만에 주세종의 오른쪽 코너킥을 받은 센터백 김민재가 헤더 슛으로 크로스바를 때리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어진 공격 기회에서 김민재가 또 한 번 왼발 중거리슛 위력을 뽐낸 것이다.

김민재는 이처럼 공격 가담 역할로만 빛난 것이 아니라 역습 출발점으로도 웬만한 미드필더 못지않게 날카로운 키 패스 실력을 보여주었고, 센터백 본연의 듬직한 커트 플레이도 훌륭했다.

44분, 일본 역습이 날카롭게 전개될 때 김민재가 시도한 과감한 태클은 단연 압권이었다.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하고 싶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김민재 때문에 더이상 전개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전반전에만 일본 미드필더가 측면으로 패스한 공이 동료 선수 아무도 없는 곳으로 굴러나간 장면이 두 차례나 반복될 정도로 한국의 빠르고 거센 압박 축구가 잘 먹혀든 셈이었다.

이렇게 공격-수비 흐름을 휘어잡은 우리 선수들은 25분에 일본 골대를 한 번 더 때리는 날카로운 세트 피스 실력을 자랑했다. 이번에 높은 공 다툼을 펼친 선수는 김민재의 센터백 파트너 김영권 주장이었는데 그를 막아내느라 중심을 잃은 수비수 하타나카의 머리에 맞고 오른쪽 기둥 하단을 때린 것이었다.

그리고 28분에 그토록 기다렸던 필드 골이 멋지게 터져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김진수의 역습 드리블이 빛났고 패스를 받은 황인범이 부드럽게 방향을 바꿔놓고 왼발 중거리슛을 묵직하게 왼쪽 구석에 꽂아넣었다. 황인범의 중거리슛을 막기 위해 일본 미드필더 아오 다나카를 포함하여 모두 4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달려들었지만 그 사이를 정확하게 꿰뚫어낸 것이었다.

'3게임 전승, 무실점, 개최국, 3대회 연속 우승' 
 
우승 환호하는 한국 선수들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일본에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우승 환호하는 한국 선수들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일본에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일본 벤치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엔도 케이타를 빼고 소마 유키를 들여보내며 분위기를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62분에는 이데구치 대신 오시마 료타를 들여보내 중원 싸움에 승부수를 본격적으로 던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본의 뜻과는 달리 한국의 수비 라인은 자신감 넘치는 센터백 김민재 덕분에 든든하게 버텨냈다. 일본이 왼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그 궤적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 김민재의 커트 플레이가 빛났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는 일본을 상대하고 있기에 1골만으로 우승을 자신할 수 없었던 한국은 추가골이 필요했고 78분에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잡아냈다. 첫 골 주인공 황인범이 기막히게 찔러준 공을 원 톱 이정협이 받아서 오른발 감아차기로 구석을 노렸지만 아쉽게도 공은 오른쪽 톱 코너를 살짝 벗어나고 말았다. 

골을 추가하지는 못했지만 벤투 감독은 90분에 공격수 이정협을 빼고 수비수 권경원을 들여보내며 추가 시간 3분을 잘 지켜내 이 대회 최초로 4개의 신기록을 완성시켰다. '개최국', '3게임 전승', '무실점', '3연패'라는 네 가지 키워드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결승전이나 다름없던 이 마지막 게임이 끝나고 이어진 시상식에서 짜릿한 왼발 결승골의 주인공 황인범은 MVP 트로피를 받았고, 김민재는 최우수 수비수상, 김승규는 최우수 골키퍼상을 받았다.
 
'우리가 챔피언'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한국과 일본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대회 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 '우리가 챔피언'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한국과 일본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대회 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9 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결과(18일 오후 7시 30분, 부산 아시아드)

한국 1-0 일본 [득점 : 황인범(28분,도움-김진수)]

O 한국 선수들
FW : 이정협(90분↔권경원)
MF : 나상호, 황인범, 주세종, 손준호, 김인성(73분↔문선민)
DF :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김태환
GK : 김승규

O 남자부 최종 순위
우승 한국 9점 3승 4득점 0실점 +4
준우승 일본 6점 2승 1패 7득점 2실점 +5
3위 중국 3점 1승 2패 3득점 3실점 0
4위 홍콩 0점 3패 0득점 9실점 -9

O 주요 수상 기록
최우수 골키퍼상 : 김승규(한국)
최우수 수비수상 : 김민재(한국)
득점왕 : 오가와 코키(일본, 3골)
최우수선수상 : 황인범(한국)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황인범 파울루 벤투 김민재 한일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