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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동물보호협회 유해조수관리단 소속 엽사들이 지난 2016년 10월 11일 오전 한라산국립공원 1100고지 습지 인근에서 사살한 멧돼지 무리를 살펴보고 있다.
  야생동물보호협회 유해조수관리단 소속 엽사들이 지난 2016년 10월 11일 오전 한라산국립공원 1100고지 습지 인근에서 사살한 멧돼지 무리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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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야생동물 수렵활동을 20년 넘게 해왔던 김씨는 지난달 21일 아침 10시쯤 전남 광양시의 멧돼지 포획 요청을 받고 옥룡면 죽림리 야산 일대로 향했다. 2인 1조 중 한 명이 사냥개들을 이끌고 멧돼지를 유인하고, 김씨는 도주로를 예측해 기다렸다.

잠시 후 10여 미터쯤 가까운 거리에서 260kg이 넘는 멧돼지가 갑작스레 나타났다. 산탄총을 발포해 맞췄지만 멧돼지는 그대로 김씨에게 돌진했다.

김씨는 멧돼지 뿔에 찔려 버둥거리다 진흙탕에 쓰러졌고, 사냥개들이 총을 맞은 멧돼지를 잡았다. 가슴팍에서 피가 스며 올라오고, 장기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가 났다.

김씨는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3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았다. 멧돼지에 물려 신경이 끊어진 왼손 검지와 손상된 장기를 이어 붙였다. 수술비와 병원비는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올해 정부가 전국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에 유해야생동물 포획단을 무기한 운영체제로 변경했지만, 포획단 엽사를 대상으로 하는 안전보장 근거가 부족해 논란이다.

지난달 광양시의 멧돼지 포획 요청을 받고 나선 김모씨의 경우 멧돼지에 받쳐 몸 곳곳에 큰 부상을 입었지만 시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가 가입한 수렵보험은 사고로 인한 병원비 지급 등 관련 조항이 없고, 사망 또는 상해 후 후유장해, 대인·대물 피해보상 보장내용만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위험도가 높은 만큼 수렵보험 가입 자체를 안 받아주는 보험사가 많다"며 "그동안은 텃밭을 망치는 수준의 대물피해만 있었고, 이번 같은 사례는 처음인데 지원근거가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특히 현행법이 수렵활동 중 피해를 보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온다.

관련 규정을 보면 '수렵 등 야생동물 포획허가를 받아 야생동물 포획활동 중 피해를 입은 경우'는 피해보상 대상자에서 제외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이 조항이 엽사 지원근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시 관계자는 "환경부 관계자에 물어보니 수렵활동을 취미활동으로 해석하고 있었다"며 "제외 조항만 아니라면 임의로라도 지원했겠지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에게 피해방지단 활동은 공익 목적도 겸하는 만큼 해당 조항 삭제 등 개정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사고 이후 안동·군위·진주·대구 등 환경단체가 연락이 와서 법을 개정해보자고 했다"며 "취미 문제를 떠나서 지역민 피해도 줄이고자 수렵활동을 해왔는데 아무 지원도 못 받는다니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무런 안전대책 없이 수렵활동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될 정도"라며 "정부가 잡으라고 하면서 피해 지원조차 하지 않는 현행법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할 일은 늘고, 보상은 '미미'
지자체별 다른 기준 '개선 필요'


엽사들은 올해 유난히 업무가 늘어났다. ASF 위기경보 수위가 심각 단계로 오름에 따라 환경부 표준행동지침인 SOp 절차를 이행 중인데 지자체 상황에 따라 매몰·소각 등 처리업무가 온전히 위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가능했던 포획 개체의 자가소비도 불가하다.

엽사들은 적게는 수십 킬로그램에서 많게는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포획개체를 비닐로 포장해 묻어야 한다. 침출수 등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생석회도 뿌린다.

겨울철 땅이 얼면 파는 것도 쉽지 않다. 묻고 나면 매몰지를 표시하는 표지판도 세운다. 이렇게 해서 받는 포상금은 20만원이다.

광양시에 따르면 올해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28명, 8월부터 11월까지 33명이 운영됐고,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25명이 활동 중이다.

지난달 30일까지 멧돼지 613마리, 고라니 1878마리가 포획됐다.

올해 지역 엽사들은 기본적으로 1일 4만원, 월 최대 5일의 포획활동비와 멧돼지 6만원, 고라니 3만원의 포획보상금을 받았다. 월 최대 5일만 보상받기 때문에 이외의 수렵은 전부 개인부담이다.

지난 7~8월 멧돼지 포획보상금이 10만원으로 늘어나기도 했지만 각종 유지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지자체마다 지원 기준도 달라 개선이 필요하다.

광양은 올해 33개 농가가 1829만원의 농작물 피해를 입었다.

또한 지난 2017년 7월, 진월면 월길리에서 멧돼지가 수박을 키우는 시설하우스 4개 동을 덮치는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시설하우스는 인근 마을과 직선거리가 고작 300m에 불과해 자칫 잘못하면 인명피해도 날 수 있었던 상황이다.

멧돼지는 우리나라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에 군림하면서 갈수록 개체수와 피해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안이 미흡해 개선이 시급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광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광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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