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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19 올해의뉴스게릴라로 김종성, 박만순, 변상철, 송주연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뉴스게릴라에게는 상패와 상금 150만 원을 드립니다. 시상식은 2020년 2월에 열리며 이 자리에서는 '2019 특별상', '2020 2월 22일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자 모두 축하합니다. [편집자말]
올해의 뉴스게릴라 상을 받게 됐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12월 9일 받았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상을 받으면 기쁘고 즐겁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과, 다듬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하고 있다.

역사 위주로 글을 쓰던 예전과 달리,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를 연재한 2017년 9월 이후로는 역사와 시사의 접목에 큰 관심을 쏟게 됐다. 단순히 역사에 관한 글, 시사에 관한 글을 별도로 쓰는 게 아니라, 역사와 시사의 경계를 자연스레 허물어트리는 데 보통 이상의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각종 뉴스의 역사적 맥락에 맞춰 역사(歷史)와 시사(時事)를 융합하는 시사(時史) 글쓰기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時史는 국어사전에는 등재돼 있지 않지만, 굳이 풀이하자면 '때에 맞는 역사', '현재와 접목되는 역사' 정도로 볼 수 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칼로 무 자르듯 구분하기 힘들며 이 셋이 한 데 뒤엉켜 인간 세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서, 몇 해 전부터 이런 류의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금년에는 이 방향으로 글쓰기 혁신을 더욱 더 시도했고, 그런 결과를 글에 담고자 나름대로 노력했다.

과거만 알고 현재는 모르다니, 아뿔싸

처음에 역사학을 공부한 것은 옛날 일을 배우는 게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의 현상을 있게 한 인과관계를 추적하고자 역사를 공부하게 됐던 것이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현재의 모순을 드러낼 목적으로 과거를 공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역사 공부에 치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현재로부터 조금씩 멀어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 세상에서 진행되는 거대한 흐름을 놓칠 때가 많았다. 뉴스를 듣거나 읽는 시간도 현저히 줄어들어 있었다. 현재를 알기 위해 과거를 공부한다고 시작한 일이, 과거만 알고 현재는 모르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물론 이것이 역사학 자체의 문제점은 아니다. 고대 역사학에서는 이런 문제점이 잘 나타나지 않았다. 춘추전국시대 이전인 주나라의 행정체계를 정리한 <주례> 속에 등장하는 사관들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탐구했다. 심지어 그들은 미래까지도 안목에 넣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지식을 근거로 미래에 대한 전망도 함께 시도한 것이다. 그들의 의식 속에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벽이 높지 않았을 거라는 느낌이 든다. 모든 정보가 시간에 관계없이 꿈틀대면서 그들의 인식에 영향을 줬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고대 사관들의 모습을 자주 떠올리다 보니, 현재와 괴리된 채 과거에만 눈을 돌리고 있는 나의 문제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와 괴리돼 있다 보니, 글쓰기를 통해 현재의 모순을 드러내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시간의 경계를 허무는 글쓰기에 더욱 더 관심을 갖게 됐고, 2019년에는 그런 방향으로 더욱 더 훈련했다. 아직은 성과가 확실히 나타나지 않아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쓰는 수밖에 없게 됐다.

2019년에 썼던 기사들 중에 인상적인 것은 독립운동가 편, 친일파 편, <반일 종족주의> 편, 검찰개혁 편 등이다. 역사와 현실이 충돌하는 이 분야들의 글을 쓰게 된 것은, 시사(時史) 글쓰기를 고민하던 차에 매우 반갑고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상당한 행운이 따랐다는 느낌이 든다.

귀로 듣는 독서

그런데 과거와 현재의 벽을 허무는 글을 쓰려다 보니, 기존에 갖고 있는 정보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간 공부한 분야는 주로 역사였다. 역사학이 아닌 몇몇 분야의 책들도 읽기는 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뉴스에 맞춰 시사(時史) 글쓰기를 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종전에 했던 역사 공부 이상으로, 지금 세상에 대한 공부도 더 많이 하지 않으면 안 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그런 판단에 따라, 금년 들어 특히 신경을 쓴 일이 있다. 종이책을 읽는 것에 더해, 전자책의 듣기 기능을 활용해 독서량을 배가하기로 한 것이다. 이 목표에 따라, 금년에는 이동하는 중에도 이어폰을 끼고 항상 전자책을 들었다. 뉴스를 볼 때마다 궁금하면서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환율·가상화폐·무기시장 등과 더불어, 오래전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봤지만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17~18세기 서양 고전들을 이런 식으로 읽게 됐다.

이 방법이 의외로 효과적이었다. 눈으로 보는 독서 못지않게 귀로 듣는 독서도 내용을 기억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무엇보다, 책 한 권을 떼는 데 드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다른 지방에 갔다 오는 왕복 10시간 동안 한 권을 다 들은 적도 있다. 물론 이렇게 한다 해도, 시시각각 변하는 뉴스의 의미와 맥락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들어야만 더 잘 쓸 수 있다는 생각에 공부할 필요성을 항상 절감하고 있다.
 
김종성 시민기자
 김종성 시민기자
ⓒ 사진작가 방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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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놀려' 작성하는 초고

한편, 써야 할 글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효율적인 글쓰기 방식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금년 들어 새로 적응하게 된 방식이 있다. 종전에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초고를 작성한 다음, 두세 차례 탈고하는 동안에 참고문헌을 확인하고 내용을 수정하고 문장을 다듬는 식으로 글을 완성했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글쓰기 직전까지 머릿속에 있던 관념이 초고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림으로 치면 일종의 스케치처럼 초고 글쓰기를 활용했다. 그런데 머릿속에서 형성된 관념을 인공적인 문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내용이 변형되거나 누락되는 게 많다는 점에 주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릿속에 있던 그림과 종이로 반영된 그림이 약간 다르다는 점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금년에는 초고 작성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초고를 쓰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앞에서 '입을 놀려' 초고를 쓰게 됐다.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초고를 작성한 다음, 무선 프린터로 출력한 종이를 보면서 종전대로 세 차례 탈고를 하는 방식을 사용하게 됐다. 그러니까 초고 때는 글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글 말하기'를 하는 셈이다. 글쓰기는 세 차례의 탈고 때만 하는 식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이 방식에도 여전히 한계는 있다. 머릿속의 관념을 글이 아닌 말로 옮기면 글로 쓸 때보다는 훨씬 더 정확하게 원래의 관념을 옮길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 하지만, 글뿐 아니라 말 역시 자연 그대로의 피조물이 아니라 인간의 창작품이다. 글이 아닌 말로 한다 해도, 글쓰기 직전까지 머릿속에 있던 그림과 지면에 옮겨진 그림 사이에는 여전히 괴리가 있었다. 머릿속 이미지를 그대로 종이에 투영해주는 첨단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이 한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은 시간 절감이라는 효과를 선사했다. 세 차례 탈고에는 여전히 2시간 정도가 소요되지만, 초고를 작성하는 데는 5분 이내의 시간이 소요됐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초고를 작성할 때는 10~15분 정도가 걸렸다. 시간이 획기적으로 절약된 것이다.

그에 더해, 좀더 편한 자세로 초고를 작성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잠자리에서 눈을 뜬 직후에도 누운 그대로 초고를 작성할 수 있고, 책상 앞 의자에서 몸을 뒤로 젖히고 쉴 때도 초고를 작성할 수 있게 됐다. 창문을 열고 창밖을 내다보면서도 쓸 수 있게 됐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됐다. 꼭 책상에 앉아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시사(時史) 글쓰기에 주력하게 됐다는 점 외에, 이 같은 기술적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 2019년도 글쓰기에서 나타난 변화라 할 수 있겠다.

2020년에도 시사(時史)는 계속된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현재까지 알고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2020년에도 시사(時史)를 열심히 하고자 한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계속 전개될 '촛불 대 수구'의 대결,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격화될 '북한 대 미국'의 대결을 시사(時史) 속에 좀더 많이 담아보고자 한다. 한반도와 세계의 운명을 가르게 될 그런 현상들의 역사적 맥락과 현실적 모습을 함께 담아 보고자 한다.

물론 순수하게 역사만을 다루는 종래의 글쓰기에도 항상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부족한 글을 좋게 보아주시고 또 올해의 뉴스게릴라 상을 주신 것에 다시 한번 감사를 올린다.

☞ 대표 기사
[연재] 반일 종족주의 http://omn.kr/1m06o
[연재] 대한민국 검찰실록 http://omn.kr/1m06p
[연재] 사극으로 역사 읽기 http://omn.kr/1m07q

태그:#김종성, #시사 글쓰기, #사관, #글 말하기, #역사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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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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