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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그렸을 걸로 추정되는 호이트 쳉헤르 동굴벽화 모습.  영양과 쌍봉낙타로 추정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1996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그렸을 걸로 추정되는 호이트 쳉헤르 동굴벽화 모습. 영양과 쌍봉낙타로 추정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1996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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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시대 동물 생활상이 생생하게 그려졌다는 '호이트 쳉헤르 동굴(Khoit Tsenher cave) 벽화'를 찾아 나섰다. 이 벽화는 몽골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전역에 걸쳐서 아주 희귀한 세계적인 작품으로 소문이나 꼭 찾아보고 싶었다.

몽골 운전수 저리거 친구로부터 동굴벽화가 있는 지역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도통 찾을 수가 없다. GPS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차를 운전했지만 동굴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

피곤해진 저리거씨를 대신해 신익재씨가 운전하다 300Km를 헤맸다. 같은 길을 세 번이나 빙빙 돌다가 우연히 차바퀴 자국을 따라가니 '호이트 쳉헤르 동굴'이라는 이정표가 나왔다.
      
"아니! 외국 관광객들은 알아서 오라는 건가?"라고 투덜대며 바위투성이 길을 한참 달려가니 몽골인들이 거주하는 게르 몇 채가 나오고 영어 안내판이 걸려 있다.

게르에서 만난 몽골사람에게 "호이트 쳉헤르 동굴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한참 더 올라가야 한단다. 차는 바위산 옆으로 난 길을 달렸다. 어찌나 차가 흔들리는지 의자를 꽉 잡고 있지 않으면 흔들리는 차에 부딪혀 머리에 혹이 날 정도다. 학자나 동굴벽화를 연구할 전문가가 아니고는 이곳을 쉽게 방문하지 못할 것 같다.

호이트 쳉헤르 동굴벽화는 어디에?
  
 호이트 쳉헤르 동굴벽화가 있는 산자락 모습으로 8부 능선에 두 개의 동굴입구가 보인다. 1950년대 한 목동이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오른쪽이 동굴벽화가 그려진 동굴이다.
 호이트 쳉헤르 동굴벽화가 있는 산자락 모습으로 8부 능선에 두 개의 동굴입구가 보인다. 1950년대 한 목동이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오른쪽이 동굴벽화가 그려진 동굴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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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이트 쳉헤르 동굴벽화가 있는 쳉헤르 강변에는 나무와 풀이 거의 없어 사막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림속에 그려진 동물을 유추해보건대  이곳이 인류의 생활터전이었을 걸로 추정된다.
 호이트 쳉헤르 동굴벽화가 있는 쳉헤르 강변에는 나무와 풀이 거의 없어 사막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림속에 그려진 동물을 유추해보건대 이곳이 인류의 생활터전이었을 걸로 추정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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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트 쳉헤르 동굴벽화는 북위 47°20'827, 동위 91°57'263에 있다. 몽골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1370㎞ 떨어져 있고 '홉드(Khovd)' 아이막 남동쪽 95㎞ 지점에 있는 '망한(Mankhan)' 솜에 있다. 동굴은 '망한' 솜 서쪽 25㎞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몽골 행정 단위인 '아이막'은 우리의 '도', '솜'은 '군'에 해당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4륜구동 차량 몇 대가 보인다. 나지막한 산자락 8부 능선에 구멍이 두 개 보이고 사람들이 보인다. 드디어 그렇게도 갈망하던 호이트 쳉헤르 동굴벽화가 저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호이트 쳉헤르 동굴 입구 모습으로 오보와 하닥이 보인다.
 호이트 쳉헤르 동굴 입구 모습으로 오보와 하닥이 보인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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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분된 마음으로 걸어가다 동굴 맨 밑바닥까지 미끄러져 내려갔다. 알 수 없는 그림이 있는  것같아 사진을 찍다가 새똥과 흙먼지 쌓인 곳에서 주저앉은 필자. 나쁜 균이 있는 박테리아나 미생물이 있을까 염려돼 찬물로 씻었다.
 흥분된 마음으로 걸어가다 동굴 맨 밑바닥까지 미끄러져 내려갔다. 알 수 없는 그림이 있는 것같아 사진을 찍다가 새똥과 흙먼지 쌓인 곳에서 주저앉은 필자. 나쁜 균이 있는 박테리아나 미생물이 있을까 염려돼 찬물로 씻었다.
ⓒ 신익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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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굴은 1950년대 한 목동이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 발견해 세상 속으로 나왔다고 한다. 흥분된 마음에 발길을 재촉하니 숨이 가쁘다. 동굴 입구에 도착해 좌우를 둘러보니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옛 원시인들이 조그만 동굴에 살았을 걸로 예상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입구에는 몽골인들이 쌓은 오보와 하닥이 걸려있다. 플래시를 들고 동굴벽화를 찾아 아래로 내려가니 수많은 먼지가 날리고 박쥐 배설물이 섞인 흙덩이들이 발목까지 빠진다. 
   
 한 몽골 아저씨가 동굴벽화가 그려져 있는 구멍으로 부터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 이 작은 구멍을 통과해 들어가면 구석기시대 동굴벽화를 만나볼 수 있다.
 한 몽골 아저씨가 동굴벽화가 그려져 있는 구멍으로 부터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 이 작은 구멍을 통과해 들어가면 구석기시대 동굴벽화를 만나볼 수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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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무슨 그림같은 게 보이는데 흙먼지가 너무나 많아 구분이 안 됐다. 상부로 서서히 올라가는데 동행했던 신익재씨가 "드디어 책에 나와 있는 동굴벽화를 찾았다!"라며 큰소리로 외쳤다.

영양과 쌍봉낙타로 보이는 그림이 있는 곳은 2미터쯤 가파른 바위를 타고 올라가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구멍을 통과해야 만날 수 있었다. 그곳은 사람이 앉거나 서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살았을 걸로 추정되는 메인 공간의 굴 천장까지의 높이가 20m에 달하니 천장에 그림을 그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안쪽에서 입구를 보며 촬영한 호이트 쳉헤르 동굴 모습으로 높이가 20m에 달하는 동굴이다.
 안쪽에서 입구를 보며 촬영한 호이트 쳉헤르 동굴 모습으로 높이가 20m에 달하는 동굴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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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동굴 곳곳에 낙서가 적혀 있음을 알 수 있다. 귀국해 부여국립박물관에서 몽골과 한국의 청동기시대 문화를 비교 연구하던 몽골과학아카데미 역사고고학연구소 선임연구원 강톨가 박사에게 "낙서금지"라는 팻말을 세워달라고 부탁했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동굴 곳곳에 낙서가 적혀 있음을 알 수 있다. 귀국해 부여국립박물관에서 몽골과 한국의 청동기시대 문화를 비교 연구하던 몽골과학아카데미 역사고고학연구소 선임연구원 강톨가 박사에게 "낙서금지"라는 팻말을 세워달라고 부탁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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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를 비춰가며 여기저기에 그려진 벽화를 감상하며 사진을 촬영하다가 씁쓸한 모습을 보았다. 그림 아래나 옆에 수많은 낙서가 적혀 있었다. 몽골어를 읽을 수 없어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몰지각한 행위에 분노가 일었다.

2만년에서 1만5천년 전에 살았던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그린 그림

이 동굴벽화는 지금으로부터 2만년에서 1만5천년 전 구석기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그린 그림이다. '호이트 쳉헤르 동굴' 벽화가 후기 구석기시대 작품이라고 추정한 러시아 학자 알렉세이 '오클라드니코브'의 얘기다.
 
"동굴의 흰 회색질 벽면에는 소, 맘모스, 코뿔소, 타조 등 오늘날 몽고에서 볼 수 없는 동물을 비롯하여 산양, 큰뿔양, 영양, 쌍봉낙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이 붉은 광물물감으로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당시 살았던 동물과 생활상을 형상화한 것이 분명하고, 이 동굴벽화는 몽골 최초의 예술 그림이다."
 
 호이트 쳉헤르 동굴벽화로 몽골에 살고 있는 야생마 '타히'로 추정된다.
 호이트 쳉헤르 동굴벽화로 몽골에 살고 있는 야생마 "타히"로 추정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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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벽화는 몽골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전역에 걸쳐서 아주 희귀한 세계적인 작품으로 동물 외에도 나무, 상징기호 등이 붉은 광물 안료로 그려져 있는데 지금은 붉은색, 갈색, 연분홍색, 주황색 등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들 벽화는 후기 구석기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호이트 쳉헤르 동굴벽화가 있는 쳉헤르 강 주변에는 나무와 풀이 거의 없고 바위와 자갈로 덮인 사막같은 느낌을 줬다. 하지만 동굴벽화에 그려진 동물들을 유추해보건대 알타이산맥을 중심으로 한 주변 지역이 인류가 살았던 삶의 현장이었을 걸로 추정된다. 호이트 쳉헤르 동굴벽화는 인류가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1996년) 됐다.
  
 무슨 그림인지 판독이 안됐다.
 무슨 그림인지 판독이 안됐다.
ⓒ 신익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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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돌아온 필자는 6개월 동안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몽골과 한국의 청동기시대 문화를 비교 연구하고 있던 강톨가(J. Gantulga) 박사를 만났다. 그는 몽골과학아카데미 역사학고고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몽골 사슴돌 연구의 대표학자이다. 필자가 강톨가 박사에게 부탁한 말이다.

"호이트 쳉헤르 동굴벽화는 몽골인뿐만 아니라 인류가 공유해야 할 세계문화유산입니다. 연구를 마치고 몽골에 돌아가거든 제발 몽골인들이 낙서하지 못하도록 게시판을 세워 주세요."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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