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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하는 전보라 작가의 모습
 촬영하는 전보라 작가의 모습
ⓒ 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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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두렵고, 더 용기 있는 사람으로 살았으니까' 페미니즘 오프라인 콘텐츠를 시작했다. 원래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소규모로 하려 했으나, 우리만 알고 즐기기에는 아까우니 판을 키워보라는 누군가의 제안에 힘입어 펀딩을 열었다. 생각지 못한 반응이 쏟아졌고, 덕분에 지난 2018년 9월 15일 1차 전시를 시작으로, 2018년 12월 10일 2차 전시, 2019년 2월 19일 3차 전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전시가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자, 마침표를 찍었다. 바로 <탈코르셋 100인 흑백사진전>을 주최한 전보라 사진작가의 이야기다.

이 전시회는 작가의 어떤 생각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했다. 지난 11월 21일, 천안의 한 카페에서 전보라 작가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페미니즘'이란 신념을 향하여

대학 졸업과 동시에 스튜디오를 차렸다는 전 작가는 자신을 어디 가나 있을 법한 사진관 주인이라 이야기했다. 단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더 힘쓰고 행보를 보이고자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라고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은 '무지했다'고 밝혔다. 과거 운동을 했었기에 무시당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고, 저녁에 귀가하는 길이 무섭지도 않았기에 잘 몰랐다고 한다.

"강남역 사건이 있고 나서부터, 내가 여성들에 대해 무지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점점 많이 공부하게 되고 친구들 이야기도 귀담아듣게 되고.

친구들이 화장실 같이 가자고 하는 거. 그런 거 있잖아요. 저는 싫었었거든요. 처음에는 그게 너무 귀찮았어요. 무슨 고등학생도 아니고 화장실을 같이 가나 싶었고. 근데 그게 어느 순간, '보라야 나를 지켜줘. 내가 무슨 일이 생기면 나를 도와줘'라는 의미에서 나를 데리고 가려 하는 거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면서 되게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반성했고, 내가 덜 두렵고, 더 용기 있는 사람으로 살았으니까, 더 용기를 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그런 조그만 마음들이 모여서 지금의 저를 있게 하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나 같지만 나 같지 않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면서 확실하게 신념을 굳혔다. 정확하게는 사진을 찍는 '여성'들을 보면서다. 사진 일을 하면서, "저인데 저 같지 않게 만들어주세요(더 예쁘게 보정해주세요)"라며 자신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했는데 전부 여성이었다. 왜 여자만 저렇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성만 시간과 돈을 들이는 게 보였다.

돌잔치 사진을 찍으러 가면, 엄마들은 더 날씬하고 예쁘기를 원했다. 결혼식 사진을 찍으면, 신부들은 더 날씬하고 예쁘기를 원했다. 커플 사진을 찍어도 여자 친구들은 더 날씬하고 예쁘기를 원했다. 모든 여성들이 같은 것만 원하니, 너무 하기가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증명사진, 취업 사진 등을 찍지 않기로 했다. '생업'을 위한 사진이 아닌 '신념'을 위한 사진을 찍기로 결심했다. 있는 그대로의 편안한 모습을 찍고, 그 사진들을 통해 이렇게 편안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누군가 이렇게 사진 찍을 수 있다는 용기를 얻기를 바랐다.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신념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전보라 작가의 모습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전보라 작가의 모습
ⓒ 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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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을 계기로 '용기를 줄 수 있는' 사진 전시회를 열게 됐다.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 아니면 언제?'라는 생각 끝에 꼭 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들었다고 한다.

물론 아는 사람이 없는데, 여성들이 봐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성이 봐줘야 하는 전시인데, 여성이 안 와서 의미가 없어질까봐 걱정도 됐다. 말짱 도루묵이 될 수도 있었지만, 주저하지는 않았다.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기에 끝까지 할 수 있었다.

전보라 작가는 자신이 한 일이 '신념'을 좇은 행위라는 데 동의했다. 자신의 고집일지 몰라도, 스스로를 부끄럽게 하는 게 싫다고 했다.

"인정받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내가 저 탈코르셋 전시회했던 작가인데 해도, '그게 뭔데?'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신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덧붙여 그녀는 신념을 '(배의) 키'와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고, 어디로 갈지 방향을 직접 정할 수 있게 해주는 그 키 말이다.

"처음은 누군가에 의해 휩쓸려서 시작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점점 자신만의 생각이 정립되고, 확실하게 수립되어야지, 안 그러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리저리 휘둘릴 수도 있고, 세뇌될 수도 있고, 맹신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것도 없으면, 망망대해 위에 떠 있는 통통배 같은 느낌이겠죠. 떠다니다가 휘몰아치는 대로 흔들릴 거 같아요."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이 있기에 불안하지는 않다는 전보라 작가. 누군가 왜 더 이상 전시회를 하지 않냐 물었을 때, 더 이상 전시하는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다는 그녀에게 단단함이 느껴졌다.

처음부터 단단한 건 아니었다. 무지할 때도 있었고, 자만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았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만들었고, 이를 이어가면서 용기가 생겼다. 자신의 작은 용기에 감사해하며, 그렇게 점점 단단해져갔다. 어쩌면, 우리가 인생이라는 항해 속에서 '신념'이라는 키를 잡아야만 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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