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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부터),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각각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12.11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부터),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각각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12.1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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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감찰 의혹'에 이어 사법농단 재판에서도 적절한 내부 감사의 권한과 범위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김세윤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불러 문아무개 부산고등법원 판사(현 변호사) 비위 문제 관련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1심 재판장이었던 그는 2014~2016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으로 근무했다. 윤리감사관실은 법원 내부 감사기구로 비리문제가 불거지면 법원행정처 차장 이상의 지시를 받아 조사에 착수, 징계여부 등을 판단할 자료를 취합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과 비슷한 성격이다.

사안의 쟁점 역시 '유재수 감찰 의혹'과 닮았다. 현재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7년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감찰을 무마시켰다고 의심하며 조만간 그를 조사할 예정이다. 사법농단 재판에선 양 전 대법원장 등이 문 판사 비위를 축소·은폐했다는 혐의가 제기됐다. 둘 다 '공무원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일부러 하지 않았다'는 직무유기죄를 둘러싼 논쟁이다.

'조직 보호' 위해 판사 비리 눈감았나

2015년 9월 7일,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은 김 부장판사에게 두 장짜리 문건을 보여줬다. 대검 쪽에서 비공식적으로 왔다는 문 판사 비위 의혹 첩보였다. 당시 검찰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부산의 한 사업가 정아무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문 판사가 정씨와 음식점, 유흥주점에서 만나거나 4년간 16번 골프를 쳤고, 정씨가 체포되기 직전에도 만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임 차장은 평소와 달리 첩보 문건을 김 부장판사에게 넘기지 않았다. 다음날 그는 김 부장판사를 불러 "최민호 판사 뇌물 사건으로 법원의 신뢰가 떨어진 상태에서 문 판사까지 언론에 보도 되면 법원에 더 타격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구두경고로 사안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 첩보에서 더 나아가 조사를 진행하라는 지시도 없었다.

김 부장판사는 '외부에 알려질 수 있다'는 이유로 감사를 실시하지 않거나 구두경고 정도로 사건을 처리한 경우는 이때뿐이라고 했다. 법관 비위 문제인 만큼 사안 자체는 중요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평소처럼 윤리감사관실 조사 후 보고서를 작성해 임 전 차장 결재를 받은 경우가 아니라서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에게 문 판사 건이 구두경고에 그친 것은 잘못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했다.

검사 : "문아무개 사건은 첩보 내용에 비춰볼 때 정식 조사에 착수하는 게 원칙적 모습이라 생각했던 건 맞죠?"
김세윤 부장판사 : "네, 내용에 비춰 조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사 : "구두경고로 종결하자는 지시를 받았을 때 심정에 대해 검찰에서 '당시 임종헌 차장이 검찰과의 관계가 좋아서 외부 유출 위험이 없다고 했지만 저는 예상과 달리 외부에 알려지면 제 식구 감싸기 비난 받을 여지가 있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걱정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김세윤 부장판사 : "네, 그런 걱정을 일부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법행정권이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의 모습.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의 모습(자료사진).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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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들은 '당시 기준으론 그럴 만한 사안이었다'고 반박했다. 1) 첩보 내용만으론 문 판사가 법관 신분을 이용해 사업가 정씨와 어울렸는지 등을 알기 어려웠고, 2) 뇌물사건이라면 검찰이 아예 문 판사가 수사대상이라고 정식 공문을 보냈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박병대 전 대법관 변호인 : "직무 관련성을 의심할 사정이 있으면 의심해야 하지만, 의심할 사정이 없는 경우에도 무조건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이) 조사해야 합니까?"
김세윤 부장판사 : "첩보 자체로 직무 관련성이 없으면 감사 자체를 개시할 필요도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 변호인 : "대검 첩보 문건에 기재된 걸로는 직무 관련 향응 수수를 의심할 내용이 있었습니까? '골프를 쳤다, 술을 마셨다'밖에 없는데."
김세윤 부장판사 :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건 없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변호인 : "'조사가 필요할 수도 있는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는데, 다른 측면을 고려해 조사를 안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한 겁니까?"
김세윤 부장판사 : "정보가 많지 않았습니다. (수사 후) 얼마 만에 통보가 왔는지도 없었습니다. (사업가와 만남 등) 내용만 보고 일반적으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첩보 문건 내용상) 직무 관련성이 명백히 없다고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사안에 따라) 어떤 처분을 할 것인지 행정권자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수 있다"며 "(문 판사 건은) 법원의 신뢰 문제 등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판단·결정한 걸로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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