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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고라니

반려동물 전성시대
19.12.12 23:56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관리사무실에서 안내말씀 드립니다. 회색 고라니를 잃어버리신 입주민께서는 관리사무실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천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에 살면 가끔 특별한 방송이 나오기도 합니다. 오늘은 회색고라니를 보호하고 있다는 방송이 나왔어요. "고라니라고? 그것도 회색?" 제 귀를 의심하며 인터넷에 회색 고라니를 쳐보았습니다. 그런데 회색 고라니 종이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았고 아기고라니 사진 중에 회색 빛깔인 것들이 있었어요.
 
잠시 주인이 한눈 판 사이 집을 뛰쳐나온 걸까요? 아니면 인근 숲에서 길을 잃은 아기 고라니가 아파트 단지에까지 들어오게 된 걸까요? 그걸 잡아서 관리사무소에 가져다준 사람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딸이랑 집근처 마트를 가는데 길 한가운데 갑자기 토끼가 앉아있는 거에요. 처음엔 아파트 단지에 사는 고양이인줄 알았는데 귀가 분명 토끼였어요. 풀숲으로 들어가지 않고 사람 다니는 길로만 가는 걸 보니 집에서 탈출한 녀석 같아서 주인을 찾아주려고 그 토끼를 쫒아가기 시작했어요. 애초에 토기를 잡겠다는 건 야무진 착각이었다는 것을 아파트 단지를 한 세 바퀴쯤 돌고나서야 깨달았어요. 어찌나 발이 빠른지 좀처럼 간격은 좁혀지질 않고 기다리다 뛰다를 반복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토끼였어요. 그날 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를 쫓아가던 심정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라는 엉뚱한 상상도 잠깐 했습니다.
 
토끼는 반려동물로 아주 흔하지요. 실제로 고라니, 원숭이, 돼지 등 다양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악어만큼 큰 이구아나를 예뻐 죽겠다며 키우는 사람도 있고, 매일 밤 수조를 기어 나오는 초록색 게와 가족처럼 지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반려동물의 전성시대입니다. 예전 같으면 정원에 나와 노는 아이들의 수가 더 많았는데 요즘에는 강아지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아이는 낳지 않고 반려동물을 자식 대신 키운다는 말이 맞는 모양입니다.
 
아기 고라니가 아파트 단지에 등장했을 때 누군가가 잃어버린 반려동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겠지요. 그리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 찾는 방송이 아파트에서 가끔 나오곤 했는데, 요새는 반려동물 찾는 방송이 흔하게 나오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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