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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8월 9일 오후 건강보험 보장 강화 관련 현장방문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연조직육종을 앓고 있는 청소년 환자 배권환 군(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급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이경엽 군(왼쪽에서 두 번째)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8월 9일 오후 건강보험 보장 강화 관련 현장방문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연조직육종을 앓고 있는 청소년 환자 배권환 군(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급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이경엽 군(왼쪽에서 두 번째)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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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로 밑 빠진 건강보험 재정'
'건강보험료 폭탄 현실 되나'
'건강보험 재정에 혈세 투입'


지난해 국민건강보험 당기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를 향한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의 공세가 거세졌다. 문재인 케어가 이대로 계속 간다면 건강보험 재정 고갈에 따른 건강보험료 대폭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비판의 요지다.

지난해 건강보험은 1778억원의 적자(수입 62조1159억원-지출 62조2937억원)를 기록했다. 건강보험 당기 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7년 만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해왔다.

당기 수지에 부채까지 감안해 순이익을 계산해보면 3조9000억원의 적자가 났다. 2015년 5조2424억원, 2016년 2조7465억원, 2017년 3685억원의 흑자를 냈던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올해는 적자폭이 3조1600억여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로 돌아선 건강보험 재정

또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9~2023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3년까지 적자폭은 계속 늘어난다. 이에 따라 자산은 2019년 30조9000억원에서 2023년 29조3000억원으로 감소한다. 같은 기간 부채는 13조2000억원(부채비율 74.2%)에서 16조7000억원(132.9%)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숫자만 보면 2년 전 문재인 케어가 본격 추진되고 난 후 지출이 4조2600억원 급격히 늘어나면서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케어로 보장성이 지금보다 더 강화되면 고령화와 맞물려 적자폭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야당의 공세도 거세다. 문재인 케어가 속도 조절을 하지 않으면 건강보험 재정에 큰 구멍이 생길 것이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특히 문제가 생기면 결국 국민들이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과격한 주장도 제기한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예산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인용해 이같은 주장을 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2022년까지 문재인 케어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수지 적자는 17조2000억원으로 추계됐다. 작년 추계 결과 13조5000억원 보다 3조7000억원 늘었다.

같은 당 박명재 의원도 국회예산청책처의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지원 전망' 보고서를 인용해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 재정이 급속히 악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해야할 예산이 올해 7조9000억원에서 2028년엔 두 배인 15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지출 증가를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건보 적자는 위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계획된' 적자

그렇다면 건강보험 재정은 보수 진영에서 공격하는 것처럼 실제 위험한 상태일까. 우선 건보공단은 재정 수지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태도는 필요하지만 우려가 과장됐다고 설명한다.

사실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폭 증가와 이에 따른 누적준비금 감소는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니다. 이미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확대되면서 적자폭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재정 계획을 세웠다.

특히 지난해 건강보험 적자도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된 적자'라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시작된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 등)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에 이어 문제인 케어가 시행되면서 이미 발생이 예상된 적자라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건강보험의 부채는 보장 범위가 확대되면서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데 쓰인 것"이라며 "원래 보장성 강화 대책 수립 때부터 계획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건보공단 측은 지난해 예상 적자폭은 당초 1조1257억원이었지만 지출 감소 노력으로 예측치보다 9479억원 줄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채 증가도 다른 측면을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무제표상의 부채 2조8000억원은 충당부채이기 때문이다. 충당부채는 실제 현금이 지출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지출될 금액을 부채로 잡아놓은 것이다.

병원은 환자를 진료한 후 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하고 심사를 거쳐 한두 달 후에 진료비를 지급받는다. 이 진료비는 나중에 반드시 병원에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부채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건보공단의 충당부채 중 1조원은 병원에 진료비를 지급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늘어났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영향으로 환자가 감소하면서 병원들이 어려움을 겪자, 심사 전에 진료비 일부를 미리 받아갈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시 심사 뒤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지급이 올해로 미뤄진 진료비가 지난해 충당부채로 잡힌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 저소득층 부담액 상한선을 낮추면서 올해 추가로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 금액 9000억원도 지난해 충당부채로 쌓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문재인 케어의 보장성 강화 때문에 부채가 갑자기 늘었다고 볼 수는 없는 셈이다.

건강보험 누적준비금의 두 얼굴
 
 2011년~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과 비급여 본인부담률.
 2011년~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과 비급여 본인부담률.
ⓒ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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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건강보험은 단기보험이다. 당해 연도에 사용되는 비용은 같은 해 수입으로 조달해 수지균형을 유지하는 양출제입(量出制入, 국가의 재정계획 작성 시 지출 규모를 사전에 정하고 수입을 맞추는 것)의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매년 보험료율과 국고지원금, 보험수가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된다. 흑자가 날 경우엔 미래를 대비해 누적준비금(적립금)으로 쌓아놓는다.

건보공단은 지난 6년 동안 흑자를 이어오면서 약 20조원의 준비금을 쌓아두고 있다. 양출제입 원칙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에 필요 이상의 준비금이 쌓였다는 것은 그동안 가입자들에게 충분한 혜택을 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 중 10조원을 투입해 문재인 케어를 뒷받침하고 2023년 이후에도 적립금 수준을 10조원 이상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보장성 확대에 원래 5조원을 쓰기로 했는데 10조원을 썼다고 하면 문제가 될 텐데 지금은 원래 예정됐던 지출 규모를 지키고 있다"라며 "일부에서는 지출이 늘어나니 보장성 강화 속도를 늦추자고 하는데 이는 구더기 무서우니 장 담그지 말자는 이야기와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보장성을 늘려가면서 낭비적인 지출을 줄이는 재정지출 효율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적인 확충은 중요한 문제다. 문재인 케어가 계획대로 보장률 70%를 달성하고 다음 정부에서도 OECD 평균 수준인 80%까지 보장성 강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입자들에게 부과될 적정선의 보험료율도 중요하지만 먼저 법에 정해진 대로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법대로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해야하는 이유

현행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은 정부가 매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를 국고에서, 6%를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의무 규정이 아니라 '예산의 범위 내에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2년 동안 총 보험료 수입의 15.3%를 지원하는 데 그쳤다. 금액으로 따지면 20조원이 넘는 돈이 덜 지원됐다.

정부는 건강보험료율의 과도한 인상을 피하려면 국고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자 내년도 국고지원금을 올해보다 1조895억원(13.8%) 늘어난 약 8조9627억원으로 편성하긴 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문재인 케어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과거보다 국고지원 비율이 더 낮은 13%대에 그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정부가 먼저 재정 지원 책임을 법대로 이행해야 나중에 건강보험료 인상이 필요해 질 때 가입자들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실효성 있게 지속되려면 건강보험료 인상 로드맵을 미리 밝히고 이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문재인 케어가 시작된 이후 보험료율 인상폭은 2018년 2.04%, 2019년 3.49%였다. 평균을 내보면 2.77%로 지난 10년 평균 인상율인 3.2%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2017년 문재인 케어 발표 당시 건강보험료 인상폭을 지난 10년 평균인 3.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누적적립금 10조원을 쓰고 난 2023년 이후다. 남은 적립금을 10조원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입이 늘어야 하기 때문에 적정선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오건호 위원장은 "지금은 누적적립금을 쓰고 있지만 2023년 이후에는 보험료 인상해서 수지균형을 맞춰야할 시기가 올 것"이라며 "정부가 명확한 계획을 제시하고 보험료 인상이 가져다 줄 혜택 증가에 대해 정확히 알리고 소통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건강보험의 적자는 허튼 데 써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초음파, MRI, 임플란트 등의 보장성을 높이는 데 투입된 것이고 가입자들은 그 효과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보험료 인상 공포를 과장하고 있는데, 정부가 피하지 말고 국민들과 대화하면 과도한 비판에 질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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