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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의 만류에도 끝까지 일손을 놓지 않던 부모님이 이제는 더 이상 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자식들의 만류에도 끝까지 일손을 놓지 않던 부모님이 이제는 더 이상 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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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이 약간 짜지만 그런대로 맛있게 됐다. 친정에 가서 도우는 시늉만 하고 항상 얻어먹었었는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아버지는 화목보일러에 장작만 넣고 팔이 아프다며 방에 들어가시고 엄마는 의자에 앉아 김장하는 것을 입으로 진두지휘 하셨다. 서투른 자식들의 솜씨가 못 마땅해 아파도 몸부터 움직이는 것이 당연했었는데 이제는 몸이 안 따라주는 것이다.

농사도 힘든 일도 하지 말라는 자식들의 잔소리는 진작부터 시작됐었다. 잔소리에 못 이겨 "그러마" 대답하고 봄이 되면 또 밭에 씨를 뿌리는 부모님이었다. 여러 가지 병으로 약을 한 움큼씩 먹는 부모님이 계속 일을 해 자식들과 부딪혀왔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음을 당신들이 인정한 것이다.

1938년생인 아버지와 1939년생인 엄마는 평생 농사로 자식을 키우고, 빠듯하지만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왔었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자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부모였다. 그러나 성실하게 일한 만큼 부모님 몸은 망가졌고 지금은 대학병원에 주기적으로 진찰을 받으러 가는 신세가 됐다.

병원에 입원할 때나 시술을 받을 때면 자식들에게 많이 미안해한다. 몸이 아파서 미안하고 돈이 많이 들어가서 미안하고 또 바쁜데 시간을 많이 뺏어서 미안하다고 한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우리 부모님이 왜 자식들에게 죄인이 되었을까?

부모님이 농사를 지을 때는 어느 정도 자립이 가능했지만 완전히 그만두시면 모든 경제적인 것을 자식들에게 의존하게 된다. 그것이 두려워 끝까지 손에 잡고 계셨지만 형편이 안 되니 마음이 불편한 것이다. 평생 희생하고 노력한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을 보면서 부모님의 자존감도 바닥이 났다. 자식들이 부담 갖지 말고 편안하게 있으라고 위로를 해 주어도 허사가 되고 우울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노년을 계절로 비유하면 가을에 해당할 것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 때문에 풍요로운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한국에 많은 노인들의 삶은 풍요롭지 못하다. 치열한 봄과 여름을 지내왔지만 그들의 삶은 녹록하지 않다.

이러한 사실은 OECD 회원국 중 한국 노인의 소득 빈곤율과 자살률이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노인들 문제 연구와 정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지만 현실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언제 노인들 삶이 개선될지 답답하다. 그들 삶이 부질없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인정될 때 우리의 미래도 보장 될 것이다. 누구나 다 늙으니까!

태그:#노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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