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선발 린드블럼의 역투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선발 린드블럼이 역투하고 있다.

린드블럼이 역투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KBO리그가 또 한 명의 외국인 선수 '역수출'에 성공했다.

미국의 스포츠 매체 ESPN의 제프 파산과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등 복수의 야구전문 기자들은 12일(이하 한국시각) SNS를 통해 밀워키 브루어스가 KBO리그 MVP 조쉬 린드블럼과 계약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3년 912만 달러의 보장연봉에 성적에 따라 최대 1800만 달러를 수령할 수 있는 조건이다. 린드블럼으로서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고 밀워키도 린드블럼이 부진할 때를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린드블럼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4년 반 동안 KBO리그에서 활약하며 통산 63승 34패 평균자책점 3.55의 좋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올해는 20승 3패 2.50으로 두산 베어스를 통합 우승으로 이끌며 정규리그 MVP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NC 다이노스 출신의 에릭 테임즈를 데리고 쏠쏠한 재미를 봤던 밀워키가 내년 시즌 린드블럼을 통해 또 한 번 KBO리그 출신 선수의 성공신화를 쓰려 한다.

대성공한 류현진과 달리 1년 만에 초라하게 돌아온 윤석민

지난 2012시즌이 끝난 후 한국 최고의 투수로 꼽히던 한화 이글스의 특급 좌완 류현진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악마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를 고용한 류현진은 LA다저스로부터 2573만 7737달러 33센트라는 기대 이상의 포스팅 금액을 받아냈다. 그리고 다저스와 데드라인 직전까지 실랑이를 벌인 보라스는  6년 3600만 달러라는 만족스런 장기계약을 따냈다.

류현진은 5선발 후보라는 예상을 깨고 2013년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잇는 다저스의 3선발로 활약하며 14승 8패 3.00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최초의 선수 류현진이 빅리그의 수준급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메이저리그에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알린 것이 가장 고무적이었다. 

류현진의 대활약은 KBO리그에 대한 빅리그 구단들의 시선을 바꿨고 2013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은 윤석민(KIA 타이거즈)의 미국 진출로 이어졌다. 2011년 17승 5패 1세이브 2.45를 기록하며 2006년의 류현진도 하지 못한 투수 부문 4관왕을 달성한 윤석민은 이후 2년의 부진과는 별개로 KBO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우완 투수로 꼽혔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구단이 윤석민에게 3년 최대 1300만 달러를 투자한 이유다.

하지만 미국에 진출했을 당시의 윤석민은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베네수엘라와의 4강전에서 6.1이닝 2실점으로 한국을 결승으로 이끌던 시절의 구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늦은 계약으로 인해 2014년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 윤석민은 트리플A에서 4승 8패 5.74로 부진했고 시즌 중에는 물론 확장 엔트리 때도 빅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결국 윤석민은 4년 90억 원의 조건에 KIA와 계약하며 1년 만에 국내 복귀를 선택했다.

윤석민 이후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임창용 등이 빅리그 마운드에 섰지만 이들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이다. 윤석민 이후에는 김광현(SK 와이번스)과 양현종(KIA)이 메이저리그에 노크를 했지만 실제 빅리그 구단 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명문 다저스의 3선발 류현진과 트리플A 5점대 평균자책점에 머문 윤석민의 차이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시선을 다시 과거로 돌려놓았다.

켈리보다 뛰어났던 린드블럼, 켈리처럼 성공할까

물론 윤석민이 실망스런 활약을 펼쳤다고 해서 KBO리그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이 아예 멈춘 것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국내 선수들 대신 KBO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던 외국인 선수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비록 한국에서는 매년 재계약을 할 때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귀하신 몸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큰 위험부담 없이 '저비용 고효율'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 밀워키와 4년 최대 235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한 테임즈는 밀워키 유니폼을 입은 3년 동안 72홈런 161타점이라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밀워키는 테임즈 입단 후 3년 연속으로 시즌 86승 이상을 따내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강자로 떠올랐다. 비록 밀워키는 4년 째 구단 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테임즈와의 결별을 선택했지만 테임즈는 여전히 거포형 1루수를 찾는 구단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린드블럼의 빅리그 컴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선수는 바로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다. SK에서 4년 동안 활약하다가 애리조나와 계약한 켈리는 올 시즌 32경기에서 13승 14패 4.42의 성적으로 애리조나의 최다승 투수로 활약했다. 켈리의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KBO리그의 정상급 외국인 투수들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표적이 됐고 한국시리즈 우승 후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원하던 린드블럼이 밀워키와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린드블럼은 빅리그에서 5년 동안 통산 5승 8패 4.10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린드블럼은 한국에서 꾸준히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통산 823.1이닝을 던졌을 만큼 이닝 소화능력 만큼은 확실히 검증된 투수다. 1987년생으로 내년 6월이면 만 33세가 되지만 류현진 역시 만 32세 시즌에 네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오른 바 있다. 밀워키는 타선이 강하고 불펜도 좋은 편이라 린드블럼이 선발 자리만 따낸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9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9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NC 박민우(2루수), KT 로하스(외야수) 대리수상 김강 코치, 키움 샌즈(외야수) 대리수상 홍원기 코치, 두산 린드블럼 (투수), NC 양의지(포수), 두산 페르난데스(지명타자) 대리수상 배영수. 뒷줄 왼쪽부터 SK 박종훈 (사랑의골든글러브), 키움 김하성(유격수), 키움 박병호(1루수), 키움 이정후(외야수), SK 최정(3루수), LG 채은성(페어플레이).

9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9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NC 박민우(2루수), KT 로하스(외야수) 대리수상 김강 코치, 키움 샌즈(외야수) 대리수상 홍원기 코치, 두산 린드블럼 (투수), NC 양의지(포수), 두산 페르난데스(지명타자) 대리수상 배영수. 뒷줄 왼쪽부터 SK 박종훈 (사랑의골든글러브), 키움 김하성(유격수), 키움 박병호(1루수), 키움 이정후(외야수), SK 최정(3루수), LG 채은성(페어플레이). ⓒ 연합뉴스

 
지난 10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여한 린드블럼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후 "언젠가 한 명의 팬으로라도 꼭 다시 한국을 찾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내년 시즌 린드블럼이 밀워키의 선발 투수로 활약한다면 한국 야구팬들은 '류현진 vs. 린드블럼', 혹은 '린드블럼 vs. 켈리'라는 흥미로운 맞대결을 KBO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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