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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서 길거리가 화려하게 장식되고 사람들의 마음도 들뜨기 시작한다. 그러나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연말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을 그 이면의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인식 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법 찬 바람이 불던 11월 29일, 서초구에 위치한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김예원(37) 변호사를 만났다. 약속 시간에 맞춰 변호사교육문화관 앞에 도착하니 김 변호사가 저 멀리서 바쁘게 뛰어왔다. 이미 한 차례 스케줄을 마치고 오던 터였다.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 한 켠의 회의실로 안내하는 그녀의 모습은 꽤나 바빠 보였다.
 
인터뷰이 김예원씨가 해맑게 미소짓고 있다.
▲ 김예원 변호사 인터뷰이 김예원씨가 해맑게 미소짓고 있다.
ⓒ 박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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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법센터 대표 김예원 변호사는 피해입은 장애인을 변호하는 공익변호사다. 특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교차차별을 경험하는 사회적 소수자를 변호하는데 힘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도전하는 멋진 세상을 꿈꿉니다' 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장애인권법센터는 2017년 설립되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한번 사는 인생, 이왕이면 사회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자신의 직업이 너무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김예원 변호사. 그녀가 추구하는 삶과 그 지향점에 대해 질문했다.

"으쌰으쌰 하면서 하다 보니까 그냥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2009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변호사는 2012년부터 2년 동안 재단법인 동천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서 맡게 된 사건들이 그녀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비참한 현실. 뭔가 대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들을 위한 변호를 계속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연대의 힘'에 대해 말한다.

"우리나라 소수자 운동 같은 건 서로 연대해서 하는게 많은데, 그런 게 되게 힘 나게 해요. 혼자서 풀기 어려운 것도 같이 머리를 맞대서 하면 더 힘이 난다 그래야 하나?"

실제로 김 변호사는 변호 과정에서 권리옹호 활동을 하는 장애인/아동/여성 단체 및 기관들과 연대하여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김 변호사는 변호 과정 뿐만 아니라 사건이 마무리 된 뒤에서도 다양한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한다. 그리고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피해자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서 (피해자) 본인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면서 살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변화'

김 변호사는 단순히 사건 승소 여부를 떠나 변호 이후 '피해자의 변화'에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김 변호사와 피해자의 연대도 인상깊다. 사건 수임 이후 초반 피해자는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굉장히 위축돼 있다고 한다.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려 한다. 자기 자책도 이루어진다. 그럴 때 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그건 네 탓이 아니다', '이 사회가 잘못한거다'라며 공감을 기반으로 이들을 위로한다.

"공감하면서 그들에게 힘이 되고, (피해자들이 )상황을 극복하고. 실제로 이런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리고 그런 사건들을 많이 만들기 위해 일을 하고 있어요."

김 변호사는 이외에도 인터뷰 도중 피해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그들의 입장에서 함께 분노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애인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본인을 가장 힘 빠지게 하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던 참이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부려먹었으면, 비장애인이 나쁜놈이죠? 근데 비장애인이 법정에서 장애인을 돌봐 줬다는 부분이 정상참작이 돼요. 그런데 이 사람은 가해자 일을 공짜로 해주려고 여기까지 살아온 거 아니잖아요.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건데."

최소한 김 변호사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그들과 단단한 연대를 맺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서로' 도와주는 거죠"

김 변호사는 단체나 기관과의 연대에서 나아가 사회 전체, 즉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연대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러면서 장애가 있다고 나(비장애인)와 다른 사람은 아님을 강조했다.

"나는 저 사람보다 나은 입장이고, 내가 저 사람을 배려하고 돌봐야 한다. 이런 식이 아니고 저 사람이나 나나 같은 사람이고 저 사람은 잘하는 거 있고 나도 잘하는 거 있고. 각자 역할을 맡아 사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서로' 도와주는 거죠."

사회 구성원이라면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서로 돕고 연대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시선은 지극히 타자화된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도와줘야 할 존재', '배려해줘야 할 존재'. 일반적인 시선이 그렇다. 김 변호사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도와줘야지 말고요. 그 사람이랑 말을 한다면 어떻게 말할까. 그걸 한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장애인 만나서 대화할 때 어떤 말을 할까 깊게 고민하는 사람 있어요? 그 사람이랑 의사소통 한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잖아요."

진솔한 대화와 공감이 사회 구성원 간 연대의 첫 걸음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 지점이다.

인터뷰가 막바지에 다다를 때 즈음, 김 변호사는 자신이 대단한 사명감이나 숭고한 목적을 갖고 이들을 변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제 성격은 착하지 않아요' 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그저 부조리가 있다면 걸고 넘어져야 했고 누군가 불평등한 상황에 처하면 문제를 짚고 싸워야 적성이 풀렸다. 그냥 성격이 맞아 사회적 약자를 변호하는 거라는 김 변호사는 웃으며 자신의 직업이 천성이라고 했다.

남편이 자신에게 붙여준 호 '명랑' 김예원 선생이 마음에 든다는 김 변호사는 그 호가 무색하지 않게 시종일관 밝고 해맑은 모습을 보였다. 어떤 사건에서든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사건 안에서 명랑하게 당사자와 해결책을 함께 찾아 나가고 싶다는 그녀는 인터뷰를 끝으로 또 다른 변호를 위해 바쁜 발걸음을 뗐다.

"사랑과 꿈은 기적이다. 듣지 못해도, 말하지 못해도, 번역 없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영화 <청설> 中

태그:##김예원변호사, ##장애인권법센터, ##공익변호사, ##대면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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