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자배구 대표팀, 찻추온(왼쪽)-쁠름짓 선수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 찻추온(왼쪽)-쁠름짓 선수 ⓒ 박진철 기자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 전원이 몸 상태와 경기력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달 초 태국과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끝장 승부를 벌일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도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필리핀 파시그(Pasig)에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S)'에서 '무패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전 경기를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3-0으로 압승을 거두었다.

특히 9일 열린 태국-베트남 결승전은 태국 대표팀의 '최정예 멤버'가 풀가동되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태국은 결승전에서도 베트남을 3-0(25-15, 25-15, 25-17)으로 완파했다.

태국 배구협회는 지난 11월 2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동남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대표팀 엔트리 14명의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멤버가 다음달 1월 7~12일 태국에서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대륙별 예선전)'에 그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레프트는 찻추온(20세·178cm), 아차라뽄(24세·178cm), 오누마(33세·175cm), 윌라반(35세·174cm)으로 구성됐다. 라이트는 삠삐차야(21세·178cm), 말리까(32세·178cm)가 나선다.

센터는 쁠름짓(36세·180cm), 탓다오(25세·184cm), 띠차꼰(18세·180cm), 왓차리야(23세·177cm)가 포진했다. 세터는 눗사라(34세·169cm), 뽄뿐(26세·170cm), 리베로는 삐야눗(30세·171cm), 유빠(28세·166cm)가 맡는다.

결승전, 처음으로 '최정예 멤버' 풀출전

한국 대표팀 입장에서는 태국이 이번 동남아시안게임에서 도쿄 올림픽 예선전에 나올 최정예 멤버를 선보이느냐, 선수들의 몸 상태와 경기력은 어느 정도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태국은 베트남과 결승전에 이번 대회 처음으로 '최정예 멤버'를 출전시켰다. 레프트 찻추온, 오누마, 라이트 삠삐차야, 센터 쁠름짓, 띠차콘, 세터 눗사라, 리베로 삐야눗이 선발 출전했고 풀로 경기를 뛰었다. 

이는 앞선 예선 리그와 크게 다른 멤버 구성이었다. 오누마와 쁠름짓은 예선 리그 3경기에 거의 출전하지 않았다. 찻추온도 간간이 교체 멤버로 투입됐다.

과거 경기력이 좋을 때의 태국 멤버 구성과 이번 대회 운영 방식으로 볼 때, 베트남과 결승전 멤버가 현재 태국 대표팀의 '베스트 7'(리베로 포함)일 가능성이 높다.

결승전에서 태국은 찻추온 16득점, 삠삐차야 13득점, 오누마 12득점으로 공격 삼각편대가 고른 활약을 펼쳤다.

대표팀 전원, 부상·경기력 회복... '2개월 관리 효과' 
 
 '2019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2019.12.9, 필리핀)

'2019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2019.12.9, 필리핀) ⓒ 아시아배구연맹

  
태국 대표팀의 현재 상황과 관련해, 이번 동남아시안게임에서 확실하게 확인된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태국 대표팀 엔트리 14명 전원의 몸 상태가 크게 호전됐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선수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모습이었다. 또한 몸놀림이 가볍고, 경기력도 정상 궤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태국 여자배구가 자국 리그까지 연기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하면서 지난 2개월여 동안 대표팀에서 부상 회복, 체력 관리에 전념한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난 대목으로 보인다.

사실 태국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체력적으로도 지친 상태였다. 그러면서 주요 국제대회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번 동남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눈에 띄게 호전된 선수는 찻추온과 삠삐차야였다. 두 선수는 부상 이전까지만 해도 태국 대표팀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 했었다. 그러나 찻추온은 부상 여파로 올해 열린 국제대회에서 교체 멤버로 출전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삠삐차야는 아예 올해 열린 주요 국제대회에 모두 출전하지 못했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정상으로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삠삐차야는 이번 대회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해 맹활약했다. 예선 리그 3경기에서도 15득점(3일), 19득점(5일), 27득점(7일)으로 모두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한국 대표팀 입장에서 각별한 분석과 대비가 필요한 선수다. 한국전에 특히 강한 면모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올림픽 예선전, 태국 스피드 '더 빨라질듯'

태국이 현재 '대표팀 멤버 전원을 풀가동할 수 있는 상태'라는 점도 확인됐다. 실제로 베트남과 결승전에서 세트 후반 오누마가 후위일 때, 오누마 대신 수비력이 좋은 윌라반을 투입했다. 윌라반이 전위로 올라오면 오누마로 다시 교체 투입했다. 말리까도 원 포인트 서버로 활용했다.

2세트와 3세트 막판에는 눗사라와 삠삠차야를 빼고, 뽄뿐과 아차라뽄을 교체 투입하면서 전위에 공격수를 3명으로 만드는 전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3세트에서는 센터에 띠차콘 대신 탓다오를 투입했다.

태국의 공수 전환도 한결 나아졌다. 수비에서 걷어올리고 반격하는 과정이 매끄럽고 빠르게 이루어지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이는 눗사라, 뽄뿐 세터의 토스워크와 경기 운영이 좋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태국은 다음달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서 한국과 경기할 때는 더 빠른 패턴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나이(49)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도 9일 결승전 직후 'SMM SPORT' 등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 점을 강조했다. 그는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은 신장이 큰 팀과 싸우기 위해서 태국의 플레이 스피드를 더 빠르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아예 '태국이 최상의 상태와 경기력으로 한국을 상대한다'고 상정하고, 그에 따른 대비와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게 최선책으로 보인다. 자국 홈에서 '죽기 살기'로 나올 태국과 정신력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김연경 등 주축 선수들의 체력 관리도 숙제다.

한편, 여자배구 대표팀의 강성형 수석코치와 김성현 트레이너는 지난 7~9일 동남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필리핀 현지를 방문했다.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경기력과 선수들 몸 상태를 직접 경기 현장에서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필리핀에서 수집한 자료와 정보는 오는 16일 대표팀 조기 소집훈련이 시작되면 선수들과 함께 분석하고 토론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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