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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문 대통령의 최대 치적을 꼽으라면 대북정책일 것이다. 지난 2018년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고 세기의 회담으로 불렸던 북미 정상 회담도 열렸다.

올해는 남북 관계와 비핵화 문제가 좀 더 발전하길 바라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2월 베트남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며 북미 관계는 물론 남북관계까지 얼어붙었다. 문재인 정부 2년 반의 대북 정책을 평가하고자 지난 4일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를 동국대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남북관계가 좀 치고 나갔어야 하지 않았나 아쉬움..."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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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9일로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돌았어요. 최고의 치적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남북관계일 것 같아요. 2017년만 하더라도 곧 전쟁 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니죠. 문재인 정부 2년 반 어떻게 평가하세요?
"한반도가 냉전 시대 때 미소 양측의 지도자가 몰타 선언을 했던 것처럼 한반도판 몰타가 시작된 중요한 시간이었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 특히 그 과정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판문점 포함 3차례고 남북 정상회담이 3+1이죠. 2018년도부터 만들어진 이 최고 지도자들의 탑다운 방식이나 한반도 비핵화 평화 체제 프로세스의 진전은 너무 의미가 있는 과정이었다고 봐야 될 것 같고요. 그다음 한반도 정책 차원에서 보면 2018년부터 북한의 핵실험이나 북한의 발사도 없었던 걸 높이 평가하고 한반도에서의 평화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 그러나 지금은 남북 관계가 아예 없잖아요?
"물론 남북관계는 북미 부분이 풀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미 후남으로 북한이 보고 있는 상황이죠. 또 미국의 입장 역시 남북관계 프로세스들이 비핵화 평화 체제 프로세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은 만들지 않아야겠다는 것이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남북관계 차원에서 진전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아요. 북미 실무회담을 포함한 북미 관계의 진전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남북관계의 개선도 점차 가능할 수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 2년 반 동안 가장 아쉬운 부분이 뭐예요?
"저는 좀 아쉬운 부분은 2018년부터 공간이 열리기 시작했잖아요. 그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좀 치고 나갔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지 않았냐는 거죠. 최소한 금강산 관광 문제나 기본적인 문제들이 좋은 조건에서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치고 나갔더라면 남북관계의 영역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 해요. 물론 그때는 비핵화 평화 체제 프로세스에 모든 걸 걸어야 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던 부분이 있죠."

- 결정적인 계기가 하노이 회담 아닌가요?
"그렇죠. 하노이 때 빅딜과 스몰딜의 접점을 찾지 못했던 것이죠. 거기에서 북한은 노딜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은 남측에 있다고 보죠. 북측은 9.19 평양 남북 공동선언을 가지고 나갔는데 미국의 생각,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다른 것이었죠. 때문에 거기에서 남측에 대한 어떤 상당한 불만이 크게 나타나게 된 계기가 하노이라고 봐야 될 것 같아요.

하노이에서 성과를 못 가져온 상황이 이후의 북미 부분이나 남북 부분에 상당한 영향을 줬고 6월에 남북미 판문점 접촉에서 어느 정도 그 부분이 약간 상쇄 됐지만, 워낙 하노이의 트라우마가 컸기 때문에 그걸 극복하지 못하면서 북미가 어떤 실무적인 수준에서조차도 접점을 찾지 못한 과정이 현재까지 온 것 아닌가 하죠."

- 문 대통령이 줄곧 내세운 게 한반도 운전자론이잖아요, 한반도 운전자론에 성과도 있지만, 한계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운전자론이 운전대를 쥐고 있어서 운전대의 방향을 확 돌려서 그야말로 방향 자체를 전부 다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보지 않아요. 그 운전자론은 어떻게 보면 제한적인 부분이라고 봐야 돼요.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링 밖으로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하고, 링 안에서 두 지도자가 대화하게 만들어 거기서 지지고 볶게 만드는 그런 차원에서 운전자론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그 부분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한 운전자로서의 역할은 상당히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거죠."

- 북한이 남한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하는 것 같은데요?
"남한에 대한 불만이 있죠. 아까 얘기했던 하노이에 대한 것도 불만인 거고, F-35를 도입하는 것도 불만인 거고, 한미군사 훈련을 소규모로 했던 것도 불만인 거고, 그런 불만들은 분명히 있죠. 그렇지만 전체적인 비핵화 평화 체제 프로세스 진전이라는 것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한미 군사훈련을 하기 어렵잖아요. 제가 볼 때는 잠정적인 중단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그래서 북한은 미국과의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지금은 전략적으로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볼 거예요. 남북관계 차원은 나중에 소화될 수 있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죠."

-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났잖아요. 그게 새로운 돌파구가 되길 바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벤트가 아니었나 생각이 드는데.
"아니 이벤트는 아니었어요. 하노이 때 북미 지도자 간의 서로 감정이 상했던 게 사실이잖아요. 감정이 상한 것들을 봉합시키는 효과도 있었고 하노이 이후에 축 처지는 분위기를 바꾸는 그런 차원에서의 만남이었어요. 또 트럼프 대통령이 그때 일본에 온 상태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한번 만나는 것은 만나면 만날수록 좋다고 하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봐야지 이게 뭐 단순한 이벤트라고 우리가 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김정은, 칼 위 벼랑 끝 전술로 가고 있어"

- 지금 급한 게 금강산 관광 문제 같아요. 지난 10월 북한은 금강산 내의 남측 시설 철거를 요구했고 대부분 전문가는 금강산 관광이 끝나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어요. 금강산 관광은 남북관계 상징인데 이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금강산 관광 문제는 북미 실무 회담에서 성과가 나와야 돼요. 북미 실무 회담 성과는 북한 측이 제재 해제를 미국 측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제재 안 할 제 1항목으로는 금강산을 넣어야 해요. 우리도 그게 들어갈 수 있도록 미국 측을 좀 더 설득해야 되고 북측도 금강산을 우선적으로 하고 금강산 관광이 북미 실무 회담을 기반으로 재개되는 것이 가장 좋고 가장 바람직해요.

그런데 아직까지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제가 볼 때 일단은 설 이전에 이산가족 상봉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죠. 금강산이 관광 재개가 아니더라도 금강산에서 뭔가 남북이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 같은 것도 있을 것 같고요. 또 지금 당장 남측 관광객들이 갈 수는 없지만, 개별 관광을 할 수 있는 그런 아이디어들이 있는지 다시 한번 당국이 검토할 필요가 있죠.

다른 하나는 저는 중국 관광객들이 금강산 오는 것에 대해서 나쁘다고 보지 않아요. 그들이 오면 또 조금 더 여지들이 열리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통해서 금강산 관광의 어떤 개선점들을 찾고 한 번 재개시키는 거죠. 또 하나 금강산만 갖고는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요. 금강산 그다음에 마식령, 원산-갈마반도 이 세 가지를 북한이 동시 개발 하는 건데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끼어들 필요가 있죠."

- 그러나 북한은 금강산 내의 남측 시설을 가져가라는 거잖아요.
"북한 입장은 현재까지는 완고한데 그 부분에서는 물밑접촉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고 중국 측에도 우리가 이야기해서 북한 쪽이 조금은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금강산 관광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것들을 우리가 주문할 수도 있죠."

- 아직 여지는 있다고 보세요?
"저는 여지는 있다고 봐요. 이건 북미 실무 회담이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서 영향을 받을 거라고 보는데 북미 실무 회담에 따라서 금강산 관광은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지금 북한이 금강산이나 원산, 마식령까지 같이 개발하겠다는 이런 의지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그런 것들의 물밑작업을 지금부터 충실히 해야 하죠."

- 그런데 지금 아무것도 없잖아요. 물밑 작업이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그건 제가 알 수 없고 어쨌든 지금은 막힌 부분을 뚫어야 하는데 일단 북미 실무 회담의 조기 성사에 우리 의견량이 집중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게 남북관계에도 곧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니까 우선은 북미 실무 회담 조기 개최에 대해 한미간 충분한 대화를 할 필요가 있고 남북관계 차원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우선적으로 접근해야 돼요."

-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월 1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곧 보자고 했지만, 북한은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전까지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북미 관계는 어떻게 보세요?
"북미 관계 자체는 지금 당장은 서로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과정이고 어떻게 보면 약간씩 조금 상승하는 거 같아요. 어떤 거냐면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여전히 크게 보면 그런 벼랑 끝 전술 범주 안에서 지금 트럼프 대통령과 접근하는 것 같아요. 본인이 연말까지를 딱 설정을 하고 계속 이야기를 하잖아요. 또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이야기한 것들을 바로 받아들이거나 그것에 너무 집중한 것처럼 보이면 북한에 끌려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북미 실무 회담에서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는 일단 좀 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미국도 보는 것 같고요.

다만 제가 볼 때는 트럼프 대통령도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봐요, (2020년) 11월 3일 대선을 해야 되고 그 이전에 외교 성과를 거두려고 하는 의지가 트럼프 대통령도 분명히 있고 노벨 평화상에 대한 것도 명확하게 있어요.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임기 1기 내에 비핵화 평화 체제 프로세스의 로드맵 정도는 나와야죠. 지금 서로가 시간은 내 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서로 시간이 둘 다 없는 거죠. 그래서 지금은 부딪치고 있지만, 극적인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봐요."

- 어제(3일) 김정은 위원장이 삼지연 갔잖아요. 언론에 의하면 중대 결정을 할 때 삼지연 간다고 했는데 이번 삼지연 방문은 어떤 의미일까요?
"삼지연 방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단호한 모습을 보이려고 할 때 삼지연을 간다거나  또는 백두산을 갔다고 우리가 이야기하잖아요. 그러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또 다른 선택을 명확하게 앞으로 한다기보다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미국 측에 시위하는 거죠. 그러나 저는 그 선택을 하리라고 보지는 않아요. 다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카드로 백두산 삼지연이 활용되는 게 아닐까 하죠."

- 올해 안에 뭔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세요?
"북미 실무 회담은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다만 실무적 차원에서의 접점을 찾는 것이 만만치 않다면 1월 정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봐요, 저는 걱정스러운 게 김정은 위원장이 올 연말로 못 박았잖아요 연말에 못을 박은 상태에서 북측은 크리스마스 선물 달라는 거고 선물이 나오지 않으면 북한은 말로서 상당히 강하게 미국을 압박할 거예요. 그것이 군사적 행동으로 ICBM급 또는 핵실험을 하지는 않는데 다만 말로서 상당히 세게 미국을 압박할 거라고 봐요.

그렇지만 미국 입장에서도 최대한 빨리 북측과의 실무적인 부분에 대해서 노력을 해보자고 하는 교감을 아예 없앴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저는 실무 회담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북한이 연말까지 비핵화 성과가 나와야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실무 회담이 한 번 정도 열려야 김 위원장도 체면이 서는 거죠. 서로 연말을 매개로 에스컬레이팅(확대) 시키는 부분에 대해서 극적인 반전, 어떤 상황 등이 실무 회담 형태로 나올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는 점에서 12월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 시간을 중요하게 봐야 된다고 보죠."

- 내년 신년사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도 중요하지 않나요?
"그건 우리가 관심 있게 보는 건데 경제 발전 관련해 계획적인 조치 언급들이 나올지, 핵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평화 체제 프로세스에 적극적인 의지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천명할지 등이죠. 그렇지만 미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북한이 세게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갈 수 있는 거죠. 어쨌든 신년사에 대한 전망이 상당히 주목받고 있는데 저는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너무 강하게 미국을 치받는 형태의 신년사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고 보고 그렇게 안 가게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실무 회담이 12월에 한 번 열리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봐요."

- 지난 7일 동창리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시작됐다고 북한이 발표했는데.
"북측이 ICBM급 엔진 추력 시험을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당장 ICBM 발사로 이어지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제한된 무력 시위로 보여요. 김 위원장은 칼날 위에 서서 벼랑 끝 전술로 상황을 끌고 가고 있어요. 다음에는 ICBM급 엔진 추력 시험에 김 위원장이 직접 참관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입니다."

태그:#김용현, #북한, #문재인, #동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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