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에자즈바쉬)

김연경 선수(에자즈바쉬) ⓒ 국제배구연맹

 
김연경이 생애 처음으로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 결승전 무대에 오른다. 더불어 한국 배구 선수로서 전무후무한 대기록에 도전한다.

김연경과 소속팀인 에자즈바쉬는 7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에서 열린 '2019 여자배구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 준결승에서 이탈리아 리그 강호 노바라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25-21, 23-25, 25-11, 23-25, 15-13)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두 팀은 세트별로 경기력이 기복을 보이면서 나란히 2세트를 나눠 가졌다. 그리고 운명의 5세트를 맞이했다. 1점만 삐끗해도 결승 진출이 좌절될 수 있는 살 떨리는 상황이 막판까지 계속 됐다. 승부의 종결자는 대한민국 김연경이었다. 그는 마지막 14-13 상황에서 강력한 대각선 공격을 상대 코트에 내리꽂으면서 경기를 끝냈다.

에자즈바쉬는 보스코비치가 31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김연경은 18득점을 기록했다. 김연경은 공격뿐만 아니라 서브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했다.

앞서 열린 또 다른 준결승전에서는 이모코가 지옥 문턱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이모코는 7일 바크프방크와 준결승에서 5세트 막판 10-14로 뒤지면서 패색이 짙었다. 바크프방크가 1점만 더 따면 경기가 끝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주 공격수 에고누의 몰빵에 가까운 고공 폭격이 시작됐다. 결국 승부를 14-14 듀스로 몰고 갔고, 이후 23-21까지 가는 대혈전을 펼쳤다. 최종 결과는 이모코의 승리였다. 세트 스코어 3-2(25-23, 20-25, 25-23, 21-25, 23-21).

바크프방크는 이날 패배로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 '3회 연속 우승'(3연패)이라는 대기록 달성도 무산됐다.

에자즈바쉬-이모코, 여자배구 '세기의 대결'인 이유
 
 결승행 '끝내기 득점'... 2019 클럽 세계선수권 준결승 에자즈바쉬-노바라 (2019.12.7)

결승행 '끝내기 득점'... 2019 클럽 세계선수권 준결승 에자즈바쉬-노바라 (2019.12.7) ⓒ 국제배구연맹

 
에자즈바쉬-이모코가 맞대결하는 '2019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 결승전'은 8일 오후 9시(아래 한국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번 결승전은 여자배구계에서는 '세기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명실공히 '세계 최강 클럽 팀'을 가리는 최고의 빅매치이기 때문이다.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는 세계 최강 클럽 팀을 가린다는 취지로 국제배구연맹(FIVB)이 매년 주최하는 대회이다. 와일드 카드 초청 팀이 8개 팀 중 절반(4팀)이나 되면서 이벤트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차원이 다르다. '대회 명칭'에 가장 걸맞은 빅 이벤트가 성사됐기 때문이다. 참가한 8개 팀의 현재 위상, 출전 선수들의 스타성, 경기력 등으로 볼 때,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 역사상 가장 수준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역대급 '별들의 전쟁'이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기가 흥미진진했고, 풀세트 접전도 속출했다. 7일 열린 준결승 2경기는 모두 5세트 막판까지 피를 말리는 대혈전이었다.

이번에 출전한 8개 팀의 면면만 살펴봐도 대회의 위상과 성격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터키, 이탈리아, 브라질, 중국 등 세계 정상급 리그를 대표하는 최강 팀들이 대부분 출전했다.

A조는 에자즈바쉬(터키), 이모코(이탈리아), 미나스(브라질), 광둥 헝다(중국)가 포진했다. B조는 바크프방크(터키), 노바라(이탈리아), 덴틸(브라질), 톈진(중국)이 속했다.

에자즈바쉬와 이모코는 현재 유럽 여자배구 리그의 쌍벽인 터키 리그와 이탈리아 리그에서 '무패 전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두 팀은 올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을 다툴 최고 경쟁자들이다.

바크프방크는 이번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3회 연속 우승'(3연패)을 노린 전통의 강자다. 바크프방크는 2017년과 2018년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노바라는 지난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팀이다.

미나스와 덴틸도 현재 브라질 리그에서 '무패 전승'(5승) 중이다. 미나스는 지난 시즌 브라질 리그 우승을 포함해 4관왕을 달성했다. 덴틸도 2017-2018시즌 브라질 리그의 '통합 우승' 팀이다.

중국의 톈진과 광둥은 아예 주팅, 위안신웨, 정이신, 린리 등 여자배구 세계 최강인 중국 대표팀의 핵심 선수들을 '일시적 임대' 형식으로 영입해서 출전했다.

세계 최강 '지구방위대'... 오늘 결판난다

에자즈바쉬와 이모코. 두 팀의 결승전은 전 세계 여자배구계의 초미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우선 멤버 구성 자체가 소위 '지구방위대'를 연상케 할 정도로 초호화 군단이다. 세계 배구 강국의 핵심 선수, 최고의 여자배구 스타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또한 여자배구 '세계 최고 리그'를 가리는 자존심까지 걸려 있다. 터키 리그와 이탈리아 리그를 대표하는 팀의 맞대결이기 때문이다.

에자즈바쉬의 현재 등록 선수는 총 14명이다.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레프트는 김연경(31세·192cm), 나탈리아(30세·186cm), 한데(22세·190cm), 살리하(21세·185cm)가 포진했다. 라이트는 보스코비치(22세·193cm), 멜리스 두룰(26세·186cm)이 책임진다.

센터진은 기브마이어(31세·187cm), 베이자(24세·192cm), 야세민(20세·188cm), 에르귈(32세·190cm)로 구성됐다. 세터는 로이드(30세·180cm), 감제(26세·179cm), 리베로는 심게(28세·168cm), 부세(21세·177cm)가 맡는다.

김연경(대한민국), 보스코비치(세르비아), 나탈리아(브라질)로 구성된 윙 공격진은 가히 '세계 최강의 공격 삼각편대'라고 할 수 있다. 3인방 모두 '세계 최고'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선수들이다.

김연경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력까지 갖춘 세계 최고의 '완성형 레프트'다. 보스코비치도 에고누(이모코)와 함께 세계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로 평가받고 있다. 나탈리아도 세계 정상급 레프트 공격수로 브라질 대표팀의 핵심 선수다.

로이드, 기브마이어도 미국 대표팀 주전 멤버 출신이다. 한데, 심게는 현재 터키 대표팀의 주전 멤버다. 베이자, 야세민, 감제도 터키 대표팀 출신이다.

최강 공격 삼각편대 vs. 약점 없는 조직력

이모코도 현재 등록 선수가 총 14명이다.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레프트는 실라(24세·184cm), 킴벌리 힐(30세·193cm), 소로카이테(31세·188cm), 게르티어스(25세·184cm), 엔원위(19세·185cm)가 포진했다. 라이트는 에고누(21세·190cm)가 나선다.

센터는 로빈 데 크라위프(28세·193cm), 폴리에(28세·186cm), 오그보구(24세·188cm), 보테차트(21세·198cm)로 구성됐다. 세터는 보워시(29세·181cm), 줄리아 젠나리(23세·184cm), 리베로는 드젠나로(32세·174cm), 페르시노(19세·169cm)가 맡는다.

외국인 선수는 킴벌리 힐(미국), 게르티어스(독일), 로빈 데 크라위프(네덜란드), 오그보구(미국), 보워시(폴란드)로 5명이다.

이모코도 주전 선수 전원이 이탈리아, 미국, 네덜란드, 폴란드, 독일 등 세계 배구 강국의 대표팀 핵심 멤버들이다. 또한 어느 한 포지션도 약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최근 경기력과 조직력이 뛰어나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에고누다.

김연경, 32살에 또 '역사적 대기록' 세울까
 
 .

. ⓒ 김영국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 역사에 남을 빅매치에 대한민국 김연경도 주역으로 출전한다. 우승할 경우, 김연경은 생애 첫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된다. 

세계적인 선수가 클럽 팀 소속으로 이룰 수 있는 3대 업적은 소속 리그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추가한다면, 소속 리그의 컵 대회 우승 등이 있다.

김연경은 지금까지 각종 주요 대회에서 수많은 우승과 MVP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레전드'다. 그는 지난 2011-2012시즌부터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면서 터키 리그 우승 2회(2014-2015, 2016-2017), 터키컵 우승 2회,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2011-2012), 유럽배구연맹컵 우승 1회(2013-2014)를 달성했고, 모든 대회에서 MVP 수상 기록도 갖고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만 우승 경험이 없다. 소속팀이 클럽 세계선수권에 출전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직전 대회인 2018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가 생애 첫 출전이었다. 그러나 4강(준결승)에서 라바리니 감독이 이끈 미나스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하고 말았다. 우승의 꿈도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올해 다시 우승에 도전한다. 

8일 우승을 차지할 경우, 김연경은 클럽 팀 소속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대회의 우승 기록을 갖게 된다. 그것도 한국 나이 32살에 대기록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김연경이 또 하나의 '역사적 전설'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배구 김연경 클럽세계선수권 올림픽 V리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