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편집자말]
 김나영-양다일의 신곡 '헤어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앨범 커버

김나영-양다일의 신곡 '헤어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앨범 커버 ⓒ (주)카카오M

 
'음원 사재기' 의혹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김나영-양다일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일 두 사람의 컬래버레이션 싱글 '헤어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은 오후 6시 발매 직후 각종 음원사이트 실시간차트 상위권에 첫 등장했고 얼마 되지 않아 실시간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철옹성 같던 아이유, 영화 <겨울왕국2> OST 등 여러 인기곡 장벽을 뛰어 넘은 깜짝 이변이었다.

이후 가요계는 또 다시 음원 사재기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김나영, 양다일의 소속사 측은 "무분별한 비난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앞서 가수 박경이 지난 11월 24일 SNS를 통해 실명으로 특정 가수들의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한 뒤, 열흘 가까이 지나도록 논란은 점점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 없다는 음원 사이트... 이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
 
 3일 멜론 실시간 차트 화면 갈무리

3일 멜론 실시간 차트 화면 갈무리 ⓒ 카카오M

 
국내 최대 음원서비스 멜론 측은 그동안 여러 번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해 "비정상적인 이용 패턴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를 신뢰하는 이용자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각종 커뮤니티, SNS 상에선 사재기 의혹에 휩싸인 가수, 기획사뿐만 아니라 음원 사이트들까지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주요 음원서비스 기업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11월 30일 열린 '2019 멜론뮤직어워즈'에선 특이한 사항이 하나 목격되었다. 올 한해 음원 순위를 점령했지만 '사재기' 의혹에 휩싸인 가수들의 이름을 이날 만큼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곡을 발표하면 초대형 스타들을 제치고 곧장 상위권을 휩쓰는 이들이 시상식에도 오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은 가요 팬들은 "주최 측도 해당 가수들에게 차마 상을 주기 민망했던 게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실시간 차트'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음원의 순위를 1시간 단위로 발표하는 '실시간 차트'는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고 가요 시장을 왜곡한다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비판 받아왔다.

실시간 차트100을 플레이 리스트에 그대로 넣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단 상위권에 신곡을 일정 시간 이상 올려두면 자연스럽게 재생 횟수가 높아진다. '음원 사재기' 세력들이 이를 노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시간 차트 상위권을 고수한다는 것. 최근에는 개인별 맞춤형 음악 추천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멜론, 지니 등 주요 음원서비스 업체들은 실시간 차트를 고수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실시간 순위제 폐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할 시점이다. 스포티파이 등 해외 음원서비스에서는 이미 큐레이션 기반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각자 맞는 취향에 따라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차트에 줄세운 순서대로 음악을 듣는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사재기 의혹 역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한국 가요계는 물론, 음원서비스의 미래도 불투명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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