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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 지도위원이 25미터 상공의 크레인 위에 올라가 있을 때다. 송경동 시인이 희망버스를 타고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러 간다기에 무조건 따라나섰다. 단순히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고 돌아오는 것으로 알았는데 한밤을 꼬박 새우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크레인 아래서는 춤과 노래 잔치가, 크레인 위에서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답가가 이어지는 한바탕 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압권은 김여진과 날라리들이 일바지를 입고 춤을 추며 부르던 트로트였다. 딱딱한 집회 문화에 대한 편견을 한방에 날려버린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처음엔 목숨걸고 크레인 위에 올라가 있는데 찾아와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들이 유쾌하고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꼭 살아서 크레인에서 내려가야 한다는 삶의 의지가 솟아나더라."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와서 한 말이다. 김여진과 날라리들은 25미터 상공에서 홀로 힘겹게 버티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정말 필요한 위로가 무엇인지 잘 알아차리고 가장 필요한 즐거움과 생에 대한 의지를 선물했던 것이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는다. 의사는 증상에 따라 처방전을 적어준다. 처방전에 따라 약사가 지어 준 약을 먹으면 환자의 병이 낫는다. 그런데 마음의 감기나 분노, 혹은 무기력이 약을 먹지 않아도 치유가 된다면 어떨까. 놀랍게도 30년 이상 마음을 어루만지는 '약글'을 써주고 좋은 효과를 본 서예가가 진짜로 있었다.

자신을 낙서하는 여자, 약글 쓰는 여자라고 소개한 소엽 신정균 서예가가 그 주인공이다. 신 작가는 서예 대가 일중 김충현, 초정 권창윤 한별 신두영 선생에게 사사했다. 큰 상을 여러 번 받았을 뿐 아니라 프랑스, 과테말라, 캐나다, 미국, 중국 등에 초청받아 전시를 하는 명망 높은 서예가다. 프랑스 까르쉘 미술관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작품을 전시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신 작가의 글씨는 율곡선생 유적지 문화재 현판, 일산 호수공원 정지용 시비, 국방부 장관실, 국립국악권, 통일연구원, 장애인 문화예술센터 등에서 현판과 표지석, 시비로 접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서예가의 길을 걸으며 새로운 한글 서체를 창조한 서예가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한 신 작가는 왜 자신을 낙서하는 여자, 혹은 약글 쓰는 여자라고 표현하는 것일까. 의문은 그녀가 쓴 <약글 어때>(도서출판 기역)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약글 어때 낙서하는 여자 신정균의 약글
▲ 약글 어때 낙서하는 여자 신정균의 약글
ⓒ 도서출판 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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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 갤러리에  전시작 글과 서체 모두 친근해 저절로 미소가 번지게 한다.
▲ 이음 갤러리에 전시작 글과 서체 모두 친근해 저절로 미소가 번지게 한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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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값 받을 때까지"

어떤 교사가 급훈을 요청해서 써 준 백여 개의 예시 중에 1등으로 선택된 것이라고 한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최선을 다해라'라는 말 대신 저런 말이 먹힌다고 힌다.
 
'과거를 섬기면 힘들 걸?'
''밑빠진 독에 물 부으면 지구에 물주기'
''포기는 배추 셀 때만'

그는 누군가에게 글을 써줄 때 소위 유명한 문장이나 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좋은 글귀를 써주지 않는다. 권위적이거나 꼰대스럽지 않다. 그는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그에게 필요한 글을 낙서처럼 자연스럽고 친근한 서체로 써준다.

1990년부터 15년간 서울성모병원 정신과병동 서예요법사로 활동하며 좋은 효과를 냈던 약글 처방 실력을 만나는 인연들에게 유감없이 발휘한다. 글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마음과 현 상황을 알고 어루만져주는 듯한 약글을 받는 순간 치유와 공감, 진정한 소통을 경험한다.

<약글 어때>는 저자의 글 퍼주는 이력, 약글을 통해 만난 인연들과 책, 영화, 티브이에서 받은 영감 이야기하고 약글과 함께 소개한다. 솔직하고 유머스러우면서 눈물이 찔끔 나도록 가슴에 콕 박혀 상쾌함을 주는 약글은 난관이 낙관이 되게 하고 눈물이 미소가 되게 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저자는 '어때'라는 말 한 마디로 많은 것들이 술술 풀어진다고 했다. 저자의 말처럼 '어때'는 어감, 말하는 이의 표정,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무궁무진하게 달라지는 글이다. 상대방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물을 때는 '어때?'라고 말꼬리를 올릴 것이다. '그래도 괜찮아'라는 의미의 '어때'면 말꼬리를 내리고 말이다.

'어때'라는 말 한 마디가 상대의 말문을 트게 하는 모든 의미. 감정을 드러내게 하는 모든 의미, 상대방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모든 의미의 약글이 되는 셈이다.

만나는 이와 소통할 주제가 마땅치 않아 당황스러웠거나 침묵한 적이 있는가. 그때는 그냥 "어때?"라고 물어보라. 기분, 건강, 요즘 생활, 하고 있는 일, 사람과의 관계 등 모든 의미를 담은 말 '어때'가 당신과 당신이 속한 모든 이들의 삶을 공감하는 물꼬를 트는 놀라운 감동을 경험하게 만들테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약글 어때/ 도서출판 기역/ 소엽 신정균 지음 /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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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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