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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가 청계천·을지로 지역 재개발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중구의 방관 아래 재개발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진행되었다.

올해까지 대안을 마련하겠다던 서울시는 여름이 돼서야 뒤늦게 실태조사를 진행했을 뿐, 아직까지도 상인들과 실효성 있는 논의 테이블조차 만들지 않았다. 철거가 진행된 세운 3-1, 4, 5구역(청계천변)에는 대기업 건설사의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광고가 내걸렸고, 나머지 3구역에서도 재개발을 위한 토지수용과 퇴거종용이 이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철거공사와 이주압박으로 상인들은 물리적·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채 지난 연말 세운 3-1, 4, 5구역의 폭력적인 재개발 과정이 세운 3-2, 6, 7구역에 그대로 반복되는 중이다.

서울시의 대안 마련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 연재를 통해 청계천·을지로 재개발을 둘러싼 쟁점들을 짚어보면서 현재까지의 문제들에 대한 비판과 성찰 그리고 대안적으로 가져가야 할 관점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이 글은 청계천·을지로 재개발이 진행된 그 동안의 과정을 정리한 총론 격의 첫 번째 글이다.
 
 공사가 진행중인 입정동 세운3-1,4,5구역
 공사가 진행중인 입정동 세운3-1,4,5구역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최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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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가 진행중인 입정동 세운3-1,4,5구역
 공사가 진행중인 입정동 세운3-1,4,5구역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최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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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중단 선언? 시행사는 여전히 재개발 진행중

재개발로 지정된 구역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수표도시환경재정비구역이다. 일명 세운 2구역, 3구역, 4구역, 5구역, 6구역, 수표구역 이렇게 부른다. 여기는 '토지등소유자 방식'이라는 생소한 방법으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 것은 토지 소유자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재개발 조합을 설립할 의무가 없어, 조합 설립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일반 정비사업에 비해 사업 속도가 빠르다.

절차 간소화를 비롯해 여러 조건에 있어 사업시행자가 유리한 제도다. 개발 여부 투표를 할 때, 토지소유자에게 1표, 토지를 매입한 사업시행자에게 1표를 주도록 돼 있어 사업시행자가 쉽게 개발 사업에 필요한 동의율을 맞출 수 있다.

시행사는 지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이러한 불공정한 제도에 힙입어 폭압적인 방식으로 재개발을 추진했다. 동절기 강제철거 금지 기간임에도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단 석 달 만에 3-1, 4, 5구역 350여 개 점포가 강제철거 당하고 사라졌다.

이들은 관리처분인가 전에 상인들의 선이주를 종용하고 미리 건물을 철거했으며, 영업 손실 등의 이유로 상인들에게 2억에서 최대 30억 원의 손배소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렇게 울며 겨자먹기로 강제퇴거 당한 상인들 11% 정도가 여러 이유로 폐업했다.

이런 과정에서 (사)한국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 청계천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의 강문원 위원장은 12월 수표교 일대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상인, 예술가, 메이커, 연구자, 그리고 도시를 지키려는 시민들은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를 결성하여 이곳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재개발 반대를 위한 집회와 함께 지난 1월에는 2만 명 넘는 시민들이 청계천·을지로 재개발 중단 요구 서명에 동참했다. 이에 서울시는 재개발을 전면 재검토하고 연말까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의 전면중단 선언에도 불구하고 시행사는 암암리에 재개발을 추진했다. 여론이 잠잠해지자, 시행사는 나머지 3-2, 6, 7구역을 대상으로 토지 수용재결 신청과 이주를 위한 물건조사 등을 통해 토지수행 절차를 진행하면서, 지주들에게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도록, 세입자들에게는 하루 속히 퇴거하도록 겁박했다.

또한 물류가 이동하는 중요한 수단인 도로를 상인들과 협의 없이 폐쇄하는 등 업무 방해를 하며 상인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리고 문화재 조사를 한다고 땅을 다 헤집어놓고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서울시는 시행사를 전혀 제지하지 않았고 시행사의 절차진행을 그대로 수용했다. 또한 중구는 어쩔 수 없다며 오히려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서울시와 중구청의 이중적 태도

서울시는 재개발로 인해 상인들의 절규가 메아리치는 이 곳을 '도시재생의 선도모델'로, 그리고 '힙지로'라는 관광상품으로 홍보하고 있다.

전면 중단 선언 이후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퇴거당한 상인들이 어떤 과정으로 쫓겨났고 지금은 어떻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지, 남아 있는 상인들이 어떤 퇴거 압박을 받고 있는지, 서울시 역시 살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청계천과 을지로의 산업생태계가 어디부터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지, 그리고 도시재생을 한다고 해놓고 바로 그 지역에서 진행되는 재개발에 속수무책인 이 모순적인 상황에 대해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대책 수립의 구실로 홍보하는 실태조사 역시 조사의 시기, 방식, 결과 도출 등과 관련해 상인들과 제대로 된 테이블을 만들어 논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조사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상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상인들은 우려와 불신을 감수하고 서울시 요청을 받아들여 설문 적합성에 대해 사전 검토를 하고, 구역별로 상인들을 소집하여 실태조사 설명회를 개최해줬으며, 직접 발로 뛰어 실태조사를 도왔다.

이렇게 가능했던 실태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은 여전히 서울시로부터 실태조사 데이터와 그 결과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들이 조금씩 그 실태조사 결과를 이런저런 자리에서 사용하고 있음에도, 아직 결과가 안 나왔다는 핑계로 공유를 계속 미루고 있다.

이렇게 서울시는 마치 재개발이 중단된 듯,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듯, 청계천·을지로 지역을 자신들의 정책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세운상가 도시재생 공청회나 대시민 토론회 같은 행사가 열릴 때도 상인들은 초대받지 못하고 배제되었다.

대안 마련의 중간 과정을 발표하는 자리임에도 상인들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 것이다. 실제 몇 십 년 동안 청계천 을지로 지역에서 계속해서 장사를 해왔던 사람들임에도 재개발에 있어서 전혀 그들의 의견을 듣고 있지 않고 있다.

중구도 마찬가지다. 시행사가 상인들이 일하고 있는 공장 바로 앞에 펜스를 치고 사람 한 명이 겨우 다닐 정도로 길을 막아놓고 장사를 방해하고 있다. 어떤 상인들은 공장 바로 앞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 상인들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고 있는데도 중구청은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시행사의 편을 들며 상인들이 양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구 르네상스'라며 을지로 공간을 대상으로 한 여러 문화행사들을 열거나, '을지유람'이라는 투어를 개최해 공장들을 관광상품으로 소비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지역을 활성화하겠다며 여러 행사들을 개최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재개발을 묵인하고 동조하면서 오랫동안 청계천과 을지로 지역을 만들어온 상인들을 무시하고 있다. 
 
 입정동에 세워질 ‘힐스테이트 세운’ 조감도
 입정동에 세워질 ‘힐스테이트 세운’ 조감도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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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정동에 세워질 ‘힐스테이트 세운’ 지하철 광고
 입정동에 세워질 ‘힐스테이트 세운’ 지하철 광고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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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산업 중심지에 아파트라니...

산업 지구에 아파트를 지으면 산업생태계는 전부 무너진다. 서울시가 자랑하고 있는 세운상가 도시재생 사업도 마찬가지로 다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26층 아파트는 청계대림상가를 전부 가릴 것이고, 제조와 유통에서 발행하는 여러 소음 등에 대한 민원 등이 시작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문제의 시작은 재개발 구역 지정 자체가 아니라, 도심 내 재개발 지역의 주거비율 상승과 용적률과 높이제한 완화 방침 발표이다. 이 발표가 있자마자 3구역에 아파트를 짓는 게 확정이 됐고 곧바로 재개발 절차가 진행되면서 철거가 시작되었다. 지역공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체 산업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는 사안을 의견 수렴 없이 진행한 일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누구를 위한 아파트 개발인가'라고 물어본다면, 폭력적인 방식으로 강제퇴거 한 세입자인 상공인들도 아니고, 울며 겨자 먹기로 서명한 기존의 몇몇 지주들도 아니고, 세운상가에서 나름의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도시재생 직원들도 아니고, 임대료 때문에 입주도 어려울 것 같은 청년들도 아니고, 이 동네를 자주 드나드는 메이커나 예술가나 창업가 같은 이용자들도 아닐 것이다.

최대 수혜자는 한호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부동산 투기 세력들, 그리고 주거 비율 상승으로 유권자를 얻을 중구청과 이 개발을 등에 업고 승진할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다. 그 대가로 우리들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도시제조업 공간을 잃어버리게 된다. 

박원순 시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도심 산업을 '혁신을 꽃피울 잠재력을 가진 소중한 혁신 현장'이라고 말했다. 을지로 재개발과 관련한 각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특구 지정 등을 통해 이곳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말로만 산업생태계라고 하고 있고 실상 이 생태계를 지킬 의지는 없어 보인다. 재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외침에, 이미 행정 절차가 진행됐으니 어떨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법을 넘어서고, 자신들이 불리할 때는 법 뒤에 숨는 게 정치인과 공무원들이다. 이 산업생태계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면, 그리고 오랫동안 이 공간을 지켜온 상공인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위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이 지역 고유의 문화와 산업이 지속되고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청계천을지로 재개발 경과 및 현재 상황

2018년
12월. 시행사, 세운 3-1,4,5구역 철거 시작
12월 7일. 청계천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관수교에서 천막농성 시작
12월 28일.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이하 보존연대), 청계천 을지로 보존을 위한 예술가, 메이커, 시민, 연구자 첫 모임

2019년
1월 17일. 보존연대와 비대위, 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이하 협회), <청계천을지로 재개발 반대 총궐기> 집회 및 행진 진행. 2만 여명 시민의 재개발 반대 연서명 서울시에 전달.
1월 23일. 서울시, 을지로 재개발 재검토 및 올해 안 보존대책 마련 내용 담은 공식 입장 발표
3월 11일. 보존연대, 자체적으로 <청계천 을지로 산업생태계 및 이용자 실태조사> 착수
6월. 보존연대, 비대위 및 시민 300여 명, 감사원에 세운 재정비사업 적법성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6월 21일. 현대건설. 3-1,4,5구역 '힐스테이트 세운' 분양 시작(주택도시보증공사와 분양가 협의 불발로 분양 연기)
7월. 시행사와 서울토지수용위원회, 3-6구역, 3-7구역에 대한 토지수용재결을 위한 열람, 의견 청취 시작. 철거 전인 구역에 대한 토지수용절차 본격화
8월. 서울시, 대안마련 시한을 3달 남기고 을지로 산업생태계 실태조사 시작
8월 9일. 보존연대와 녹색당, 세운3구역 시행사 외부감사법 위반으로 경찰고발
8월 30일. 청와대 자영업비서관 현장 방문, 상인들과 <청와대 자영업비서실 간담회> 개최
9월~현재. 시행사 더센터시티(한호건설), 3-2, 3-6, 3-7구역에 대한 토지수용 절차 진행, 상인들에 이주압박 본격화.
11월 재개발 즉각 중단과 협의테이블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 진행, 이후 첫 번째 면담 진행.

(사)한국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 청계천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지금까지 9차례의 집회와 기자회견, 5차례의 성명 발표, 3차례의 토론회, 2차례의 축제를 진행했다. 그리고 매일의 재개발 현장을 기록하고 서울시와 중구청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럼에도 현재 세운 3구역 전체는 서울시의 방관 속에 사라질 위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의 이름으로 재개발 될 위기에 처한 청계천-을지로를 지키고자 작년 연말 결성된 예술가, 디자이너, 메이커, 연구자, 시민들의 모임이다. 우리는 도시재생이란 이름의 재개발로부터 이 곳의 가치를 기록하고 알리고 지킬 수 있도록 상인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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