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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세, 지구를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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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0월 10일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2030년까지 톤당 75달러의 탄소세를 매기자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놨다. 이는 현재 탄소세를 도입한 50개국의 평균인 톤당 2달러의 약 37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IMF는 "현재 탄소세 수준은 기후변화를 방지하기에는 턱없이 낮다고 지적하며 지구 온난화는 명백하고 현실적인 위협이므로 온실가스를 빠르게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력한 국제기구가 기후변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IMF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지구 온난화는 글로벌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일으킨다"면서 "더 오래 기다릴수록, 세계 경제가 받는 타격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기후변화가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심각성을 경고하듯 매년 세계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9월 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 회의에 맞춰 발표한 '2015~2019 지구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은 역사상 가장 더웠다. 실제로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와 같은 저지대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의 상당부분이 침수 될 위험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40도를 넘나드는 최악의 폭염과 시간당 100mm의 기록적인 폭우, 1년에 총 7개의 태풍이 내습한 현상은 열대 지역에서나 볼법한 기상현상이다. 2015년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0년 세계 평균기온은 0.73도가 오른 데 비해 우리나라는 이보다 배가 높은 1.5도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여름 강원도 양양에서는 처음으로 배를 수확했다. 전라남도 나주의 특산물이었던 배의 과일 재배 한계선이 북상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로 경상도에서 나던 복숭아는 재배 한계선이 경기도 파주까지 올라왔고, 제주 한라봉은 이제 전북 김제에서도 재배가 이뤄진다.

시각적으로 징후가 뚜렷하지 않아 심각성을 체감할 수 없었던 예전과 달리 지구 온난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감축은 더 이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선택 사항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과제가 됐다. 세계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거나 구상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가 있다.
 
 탄소세, 지구를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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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거래제란?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12년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이 법에 따라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란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사업장이 정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허용량을 할당 받아 그 범위 내에서 감축하되, 초과 배출이나 감축이 있으면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 또는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제도다.

배출사업장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드는 비용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한계감축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감축 수단의 도입 여부도 기업마다 차이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업체들은 각자 다른 온실가스 감축비용을 배출권 거래시장을 통해 효과적으로 절약할 수 있고,¹ 배출량에 따라 사업장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높아지므로 오염방지 기술의 개발을 촉진하는 장점을 지닌다.

하지만 배출권거래제는 감시 및 행정비용과 거래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직접규제수단에 비해 정교한 배출측정방식이 필요하며 거래자의 탐색, 거래승인 등에 따른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독과점·불완전 정보 등에 따른 배출권 가격의 불안정성, 정산에 따른 시장의 불안정성 등 경제주체가 당면하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증가될 수 있다.¹

배출권거래제는 자칫 환경위험에 있어서의 불평등을 초래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불평등을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즉 배출권거래에 따라 환경오염의 증가가 경제적으로 약한 지역에 집중돼 가뜩이나 환경오염이 심한 지역이 환경위험에 더욱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력이 약한 오염원은 오염배출량 저감에 상대적으로 높은 한계비용이 소요되므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실제 배출량을 감소하는 대신에 타 오염원으로부터 배출권을 구매해 오염배출을 계속할 가능성이 많다. 경제력이 약한 오염원은 보통 경제·정치·정보력이 약한 소외계층이 거주하는 지역에 많이 위치하므로, 이는 이들 소외계층이 환경오염에의 노출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²

■탄소세란?

배출권거래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탄소세는 환경세의 일종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유나 석탄 등의 각종 화석연료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는 화석연료의 가격을 높여 소비를 감소시킴으로써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감축시키는 직접적 효과를 보인다. 업체로 하여금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하고 억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도록 유인책을 제공한다. 실제로 IMF는 기후변화에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탄소세를 꼽았다.

1990년 핀란드에서 처음 도입된 탄소세는 이후 스웨덴과 덴마크 독일 스위스 등으로 확산됐다. 현재 50개국이 탄소세를 도입하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성공한 사례도 생겼다.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스웨덴은 1991년 탄소세를 도입해 1990년부터 2017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을 26% 줄이면서도 78%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여러 연구에서도 탄소세는 기후변화의 가장 효과적인 대책으로 평가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는 미국이 2020년부터 탄소 배출 1톤당 세금 50달러를 매기고 매년 2%씩 인상하면, 2025년에는 2005년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최대 46%까지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배출권거래제와의 차이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는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가장 흔히 사용되는 제도다. 두 제도는 시장에 기초한 경제적 유인수단으로 유연성을 주기 때문에 정책의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IMF와 같이 여러 연구에서 배출권거래제보다 탄소세가 효과적인 대책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가격이 유동적인 배출권거래제에 비해 탄소세는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탄소세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 비용이 세율 이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이에 배출원이 화석연료의 가격을 예측할 수 있어 화석연료 소비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³

화석연료에 따른 세수가 거둬져 정부가 재정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배출권거래제에서 남는 배출권을 판매해 생기는 이득은 업체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정부가 얻을 수 있는 세수가 없다. 반면 탄소세로 거둬들인 세수는 정부의 환경보호를 위한 사업이나 부족한 재정을 채우는데 활용될 수 있다.³

그러나 탄소세는 종종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가 바로 그 사례다. 지난 2014년 탄소세를 도입한 프랑스는 지난해 탄소세 인상을 앞두고 벌어진 시위로 인상안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탄소세의 적용 범위 때문이다. 배출권거래제는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원인 몇몇의 대기업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지만, 탄소세는 배출원의 규모를 떠나 일정한 세율에 따라 공평하게 과세된다. 부유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가난한 서민이나 작은 업체에도 똑같이 부과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IMF는 스웨덴 사례를 언급하며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과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웨덴은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의 소득세 인하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 저감 정책을 도입했다. 중립적 세제 개혁으로 스웨덴은 국민의 이해를 동반하며 탄소세를 도입했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은 "배출권거래제는 기본적으로 시장을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효율성 측면에서 기대할 수 있지만 때론 가치를 매몰시킬 수 있다"며 "시장방식과 시장외적 방식의 적정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소세, 지구를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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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환경프로그램(UNEP)이 11월 26일 세계 각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실제 이행 현황을 비교·분석해 발표한 '배출량 격차 보고서(EGR)'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은 인구 1인당 탄소 배출량이 12.4톤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캐나다에 이어 세계 4위이고 온실가스 배출 총량에서도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등에 이어 세계 7위 수준이다. 2017년 11월 유럽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지수 2018'에서 60개국 중 58위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기후 관련 국제 협력체인 '기후 투명성(Climate Transparency)'의 '브라운 투 그린 보고서(G20 Brown to Green Report 2018)'에 따르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에서 2015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가 우리나라 수준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면 금세기 말에 지구 평균 기온이 3~4℃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후변화는 실체를 가진 위협이며 우리 가까이에 있다. 다양한 통계에서 드러나듯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제대로 감축하지 못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정책에서는 국제사회의 대표적인 지진아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정치적 이유로 배출권거래제를 선호하고 있다. 탄소세가 '세금'이라는 이유로 국민들의 저항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³

핀란드가 세계 최초로 탄소세를 도입한 이후 탄소세의 역사가 30년을 기록하고 있다. 탄소세가 온실가스 감축에 긍정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에도 유럽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세의 도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탄소세 도입을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어 보인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2019년 올해의 단어로 '기후 비상(climate emergency)'을 선정했다. 옥스퍼드는 이 단어를 "기후 변화로 인한 잠재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환경피해를 피하기 위해 더 긴급한 행동이 필요한 상황"으로 정의했다. 우리에게는 시간 여유가 없으며 즉각 행동해야 함을 뜻한다. 그리고 그 행동은 옳은 방향을 향해야 한다.

¹박현정,「환경법상 배출권거래제도의 도입방안」,2010
²김홍균,「환경위험에 있어서의 불평등 해소방안 : 환경정의」,2011
³김홍균,「온실가스 규제를 위한 방안」,2014

글 손정아·신다임 / 바람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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