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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통해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보고대회 개최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2년 전, 저는 그 자리에서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해 토론하고 보고대회 진행 실무를 맡았던 인권위 직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 11월 30일. 대회가 끝나던 날, 저는 해고되었습니다. 공무직 전환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때였습니다.

정당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다른 중앙행정기관과 동일하게 인권위는 제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의 상시·지속성을 기준으로 공무직 전환을 결정하였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저만 예산을 배정받지 못해 해고되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저를 가리켜 근로계약기간이 9개월 미만이므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면서 공무직 전환에 필요한 예산을 삭감하였습니다. 인권위는 제대로 항의 한 마디 못하고 기획재정부를 탓할 뿐이었습니다. 얄궂은 예산의 논리 앞에서 인권위의 독립은 문자 그대로 말뿐이었습니다.

해고 후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복직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행정소송은 1년 넘게 계속되고 있고 인권위는 사실과 다른 주장까지 하면서 저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저는 다른 일터에 정규직으로 취직해 일하기 시작했고 어느덧 인권위 직원으로 일하였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그 일터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주변에서 저의 복직투쟁을 지켜봐온 분들께 이런 질문을 받게 됩니다. '다른 직장에서 정규직 일자리까지 구했는데 굳이 힘들게 그런 일을 계속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늘 답하려고만 하면 말문이 턱 막히곤 했습니다. 저는 대단한 투사가 될 만한 위인이 아님은 물론 그저 평범한 20대 초반 청년에 지나지 않으니 말입니다. 하여 며칠을 고민으로 흘려보내고 다음에 그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바로 답하겠노라 적어본 내용을 남겨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과거의 잘못을 쉽게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복직하여 원직에 돌아가든, 복직하지 못해 지금의 일터에 남든, 정부의 반인권적인 노동정책으로 인해 누구 못지않게 큰 아픔을 느꼈던 제가 지금의 처지를 낙관하며 무작정 과거를 잊자고 스스로를 다독이기에는 비참하리만큼 그 무엇도 바뀐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2년이 지난 지금,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은 그 취지를 몰각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심히 기만하는 수준으로까지 후퇴하였습니다.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하여 직접고용과 고용안정을 보장하여 '모범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던 호언장담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제가 해고된 이후에도 한국잡월드 직업교육 노동자들부터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과 (심지어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터에서 내쫓겼습니다.

정부와 중앙행정기관, 공공기관의 부당한 해고로 인해 피눈물을 흘려본 노동자라면 '내가 이대로 멈춘다면 다른 노동자도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가시에 찔려 이미 피를 흘렸는데 그 가시가 계속 거기 있음을 알면서도 그저 지나치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닙니까.

제가 여기서 지나쳐버리면, 다른 사람도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릴 것입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내쫓고 자회사에 보내는 일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그것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면 민간 고용시장 또한 고용불안과 차별적 노동시장구조를 더욱 고착화할 것입니다. 정부의 예산 미반영으로 인해 인권위 직원이 해고되는 상황에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그것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면 정부의 입김과 완력행사에 의해 인권옹호자가 탄압받고 조롱당하는 현실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더불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권위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복직 투쟁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인권위 직원으로서 가지는 사명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권옹호자로서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할 말 하는 인권위', '입법, 행정, 사법으로부터 독립한 인권위'를 지키고 바로 세워야 합니다.

그 일은 인권위가 설립되기 이전부터 인권활동가들이 한겨울 노상에서의 농성을 통해 온몸으로 수행한 일이며, 무자격 인권위원장 현병철 체제에서 인권위 직원들이 점심시간 릴레이 일인시위와 인권위원장 대상 진정을 통해 이어나가고자 했던 일입니다.

하여 저는 물음으로써 그 일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최저임금을 겨우 상회하는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한 사람에 대한 공무직 전환조차 인권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일에 필요한 예산은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지킬 수 있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가이드라인 범위를 벗어난 예산 미편성이 잘못 되었다고 속 시원히 의견조차 표명할 수 없는 현실에서 노동자들을 처절한 투쟁의 장으로 내몰고 있는 정부의 반인권적 노동정책에 의견을 표명하는 일에는 제 때 나설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이 시간에도 칼바람 부는 거리에서 한뎃잠을 자가며 정부와 한국도로공사에 약속을 지키라 요구하고 있는 톨게이트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절규 앞에 과연 인권위는 스스로 떳떳하다 말할 수 있습니까.

인권위 직원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 있다면 어떤 질문에도 '그렇다'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밖으로는 "상시·지속적 업무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자회사 설립을 통해 간접고용이라는 차별적 노동구조의 고착화에 앞장서고 있는 정부에 대하여 단 한 줄의 의견도 표명하지 않고, 안으로는 기관 스스로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함을 인정하여 공무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였던 비정규직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해고하는 인권위의 자화상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이 투쟁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돌아가서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그러나 복직을 위한 소송은 해를 넘길 것이고 1심 선고가 나온다고 한들 재판은 2심에 3심을 거듭할 것입니다. 인권위는 저와 대화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세상은 저에게 투쟁하는 이유를 더욱 거칠게 물을 것입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저는 이 길을 계속 걸어보려 합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절하게 투쟁하고 있는 이유와 같이, 한국 사회에서 존엄하게 일하며 살 수 있는 권리를 노동자 스스로 쟁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증명해내보일 것입니다. 하여 정부의 반인권적이고 차별적인 노동정책에 반드시 제동을 걸고 부끄럽지 않은 인권위를 지켜낼 것입니다.

감히 여러분의 응원을 구합니다. 눈앞에 놓인 비참함을 가만 두고 지나치지 않을 권리. 여러분과 함께 그 권리의 행사를 한국 사회 보편의 상식으로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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