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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카페 그램
작가 : 심흥아
출판 : 새만화책

'새만화책'에서 나온 만화다. 심흥아는 차분하다. 그의 그림도, 글도, 말투도 담백하고 담담하다. 이 책은 작가가 언니와 함께 '한예종'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예종에 입학하기 위해 무려 삼수나 했지만, 결국 그는 한예종에 입학하지 못했다. 그것이 그에게 컴플렉스로 작용할까? 아니라고 믿는다.

이 작품은 작가와 작가의 언니가 카페를 차리는 과정부터, 카페를 운영하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담고 있다. 약 3년 정도 카페를 운영하면서, 주변에 카페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 불과 2~3년만에 약 10개 정도의 카페가 생기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그다지 깨끗하지 않게 카페 문을 닫아야 했던 - 그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 과정까지를 담고 있다.

작가는 카페에서 빵과 케이크도 구워 팔았는데, 그가 제과제빵사 자격증을 갖고 있고, 유명 제과점에서도 일을 했었던 것은 고생스럽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가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는 것은 온전히 작가의 능력이다. 한국에도 이렇게 젊은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 퍽 다행이고, 반갑다.
 
 심흥아 작가의 '카페 그램'
 심흥아 작가의 "카페 그램"
ⓒ 심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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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신의 첫번째 작품 <우리, 선화>가 출판되어 '작가'가 되었지만 현실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언니와 함께 온라인 쇼핑몰을 하고 있지만 변변치 않았다. 그런 두 딸을 보면서 아버지는 걱정한다. 작은 가게라도 해보라고 제안하고, 나는 늘 마음에 담고 있던 카페를 하기로 마음 먹고, 홍대 근처에서 카페할 곳을 찾아본다. 

하지만 홍대는 이미 카페가 너무 많았고, 임대료가 터무니없이 비쌌다. 나는 꿈에서 커다란 파랑새를 보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한예종 근처였다. 그곳에서 구멍가게를 보고 카페를 하겠다고 마음을 굳힌다.

나는 한예종에 씁쓸한 기억이 있는데, 한예종에 들어가려고 세 번이나 시험을 쳤지만 실패했다. '나'가 한예종 근처에서 카페를 열겠다고 생각한 건, '아련하고 씁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을까. 한예종에 입학하지 못한 미련은 아니었을까.

그 모두라고 해도 '나'는 처음부터 비주류의 삶이었고, '나'가 의식했던, 의식하지 못했던 비주류의 삶을 선택하고 있었다. 홍대 앞에서 카페를 열 수 없던 이유는 넉넉한 자본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매출을 올리려면 사람이 많이 다니는 좋은 자리를 차지해야 하고, 임대 공간도 넓어야 하며, 내부 인테리어를 비롯해 손님이 만족할 만한 시설과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만한 자본도 없고, 카페를 운영해 본 경험도 없으며,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도 없어 보인다. '나'가 꿈꾸는 카페는 작은 사랑방 같은, 소박하고, 아담하고, 좋은 사람들이 어울려 따뜻하게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다. 물론 카페를 하는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고, 카페가 잘 되어 돈을 벌면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것을 꿈꾸지만, 그렇게 먼 미래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뜨거운 8월 무더위에 '나'를 비롯해 가까운 친구들과 카페를 꾸미기 시작한다. 구멍가게에 있던 물건과 가구는 모두 사라지고, 구석구석 쓸고 닦고, 빈 벽에 새롭게 페인트를 칠하고, 개업 준비를 한다.

'나'와 언니는 안산에서 신이문까지 하루 왕복 4시간 전철을 타고 다녔는데, 그 거리와 시간이 처음에는 길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힘들고 피곤한 나날이 계속되자 힘들어한다.

생각해보면, 안산도 큰 도시고, 안산에서도 카페를 할 수 있을텐데 왜 전철을 2시간이나 타고 와야 하는 신이문역 '한예종' 근처에 카페를 얻었을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나'는 여전히 '한예종'에 대해 이루지 못한 막연한 동경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나'와 언니는 개업 준비를 하면서 중고 가구로 실내를 채우고, 한쪽에는 쇼핑몰 할 때 판매했던 옷도 전시해 판매하고, 만화책을 비롯해 책도 준비했다. 개업날에는 이웃에 떡을 돌리고, 오는 손님들은 작은 화분을 선물로 가져왔다. 
 
 만화 '카페 그램' 중에서
 만화 "카페 그램" 중에서
ⓒ 새만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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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손님은 거의 대부분 한예종 학생들이었고, 이때만 해도 한예종 후문 근처에는 카페가 없어서 손님들도 꽤 있었다. 카페를 열고, 소소한 일상과 이야기가 이어진다. 카페에서 담배도 팔았는데, 이전 구멍가게에서 팔던 담배판매권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라일락 할아버지가 찾아와 과일도 주고, 샌드위치도 사 먹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보이지 않게 된 일, 카페에서 비스코티를 구워 팔기 시작하고, 아이들이 와서 가장 싼 비스코티를 사 먹는 이야기, 어느 날, 우연히 만나게 된 고양이 두 마리의 이야기 등이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한예종 근처에 카페가 새로 문을 연다는 소문이 들린다. 겨울이 지나고 한예종 정문 앞과 학교 안에 동시에 카페가 문을 열자 '카페 그램'에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나'는 걱정, 두려움, 원망, 분노, 서러움, 좌절의 감정을 느끼며 마음도 몸도 망가졌다. 2년이 지나면서 열 개가 넘는 카페가 생겼고, 결국 '카페 그램'은 문을 열고 3년을 넘기지 못한 채 '나'와 언니는 카페 운영을 포기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마무리는 요란스러웠다'고 간단하게 말하고 있지만, 카페 운영과 관련해 마음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그래픽노블'에 어울리게 글과 그림이 적절하게 어울렸다. 만화지만 칸으로 구분하지 않았고, 삽화라기에는 만화의 요소가 강한 그림이 많고, '노블(이야기)'이 끌고 가고, '그래픽'이 단단하게 결합한 형태의 훌륭한 '그래픽노블'이다. 만화를 창작하고픈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칸을 그리는 수고를 하기보다, 이렇게 자유로운 글과 그림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작품은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자매가 원하던 카페를 열고, 운영하지만 갑자기 늘어난 경쟁 카페들 속에서 현실의 벽을 느끼고 카페 운영을 포기하는 내용이다. 카페 주인이라는 낭만적인 이미지는 월세, 운영자금, 생활비 등의 현실 앞에서 여지없이 깨지고, 청년 창업과 청년 실업의 문제가 되는 단면을 볼 수 있다.

카페가 우후죽순처럼 어지럽게 늘어나는 데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경제문제가 내재되어 있고,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예술가(작가)이면서도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이, 문화예술에 관한 대중의 낮은 인식과 정부의 소극적 지원에서 비롯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대형 프렌차이즈나 대형 카페는 살아남고, 영세한 카페는 건물주에게 월세나 바치면서 근근히 유지하다 결국 폐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소자본창업을 할 수 있고,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카페지만, 그만큼 경쟁이 심하고, 살아남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나'와 언니도 그런 것을 모를 리 없지만, 막막한 현실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눈에 보이는 방법을 선택했을 뿐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는 손님으로 분위기 있는 카페를 찾는다. '나'의 마음에는 카페를 정리할 때의 복잡하고 심란한 마음과 함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그립다. 어쩌면 '나'는 다시 카페를 운영할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귀농을 해서 스스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다. 그 역시 소박한 꿈일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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