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까지 8승2패 승점 25점으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GS칼텍스 KIXX는 지난 28일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원정경기에서 가슴이 철렁한 일이 있었다.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있던 4세트 후반 팀의 주포 강소휘가 오른쪽 새끼 손가락이 탈골되는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강소휘는 후속 플레이를 이어가지 못하고 곧바로 코트에 주저 앉을 정도로 많은 고통을 호소했다.

2위 현대건설과의 승점 차이를 6점으로 벌리며 선두를 굳혀 나갔음에도 경기가 끝난 후 차상현 감독의 표정은 썩 밝지 못했다.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강소휘가 부상으로 이탈한다면 팀 전력에 치명적인 악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사결과 강소휘의 부상은 우려한 것보다 경미했고 오는 12월4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3라운드 첫 경기부터 정상 출전이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차상현 감독이 강소휘의 부상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 이유는 현재 GS칼텍스는 또 한 명의 주전 윙스파이커 이소영이 발목 및 발등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이소영이 부상을 당했던 지난 17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전을 시작으로 최근 4경기에서 3승1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프로 2년째를 맞는 '장충쯔위' 박혜민이 이소영의 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불가' 윙스파이커 이소영의 공백에도 선전하는 GS칼텍스
 
 4순위 정지윤이 신인왕에 선정되면서 3순위 박혜민의 부족한 활약은 더욱 눈에 띄었다.

4순위 정지윤이 신인왕에 선정되면서 3순위 박혜민의 부족한 활약은 더욱 눈에 띄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1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한 이소영은 공수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GS칼텍스의 핵심 선수다. 루키 시즌에 신인 선수상을, 2년 차 시즌에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이소영은 프로 3년차 시즌부터 GS칼텍스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신장은 176cm에 불과하지만  뛰어난 순발력과 점프력, 그리고 빠른 스윙을 앞세운 과감한 공격은 마치 전주 근영여고와 GS칼텍스의 대선배인 장윤희를 연상케 한다.

이소영이 국가대표 연습경기에서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정규리그 11경기 출전에 그쳤던 2017-2018 시즌은 이소영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GS칼텍스는 2017-2018 시즌 '쌍포' 파토우 듀크와 강소휘가 무려 1343점을 합작했지만 공수에서 이소영의 공백을 느끼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반면에 이소영이 데뷔 후 가장 많은 471득점을 퍼부은 지난 시즌 GS칼텍스는 5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복귀할 수 있었다.

따라서 지난 17일 흥국생명전에서 이소영이 발목 및 발등 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을 때 많은 배구팬들은 GS칼텍스의 초반 상승세가 한풀 꺾일 거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GS칼텍스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 표승주(IBK기업은행 알토스)가 이적하면서 이소영의 자리를 대신할 선수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전에서 깜짝 활약을 한 한송희는 172cm로 신장에서 큰 약점이 있어 주전보다는 '조커'가 더 어울린다.

지난 2017년 수련선수로 입단한 박민지는 작년 컵대회 5경기에서40득점을 기록하며 라이징스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박민지는 수원전산여고 시절부터 주로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한 탓에 준수한 공격력에 비해 서브리시브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소영의 부상으로 강소휘가 왼쪽에서 적잖은 공격 점유율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박민지가 집중되는 서브 리시브를 감당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이소영 부상 후 4경기를 치른 현재 지난 24일 '풀세트 무적' KGC인삼공사에게만 2-3으로 패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승리를 챙겼다. 차상현 감독은 이소영이 빠진 자리에 기본기가 좋은 2년 차 윙스파이커 박혜민을 기용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예쁜 외모로 먼저 주목을 받았던 '실검스타'가 이제는 실력으로도 배구팬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예쁜 외모로 주목 받은 박혜민, 이제는 실력으로 재평가
 
 지난 컵대회에서 예쁜 외모로 주목 받았던 박혜민은 이소영 부상 후 뛰어난 활약으로 실력까지 재평가 받고 있다.

지난 컵대회에서 예쁜 외모로 주목 받았던 박혜민은 이소영 부상 후 뛰어난 활약으로 실력까지 재평가 받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박혜민은 뛰어난 중앙 공격수 자원이 많았던 작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됐다. 드래프트 당시 이소영과 강소휘, 표승주까지 20대 윙스파이커를 대거 거느리고 있던 GS칼텍스였기에 박혜민 지명은 포지션 중복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박혜민에 이어 4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된 정지윤은 지난 시즌 신인왕을 차지했고 박혜민은 루키 시즌 16경기에서 단 8득점을 올리는데 그치며 정지윤과 크게 비교됐다.

박혜민이 배구팬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지난 9월 순천에서 열린 컵대회를 통해서였다. 당시 박혜민은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수줍어 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만 해도 박혜민을 주목하는 이유는 배구실력이 아닌 예쁜 외모와 귀여운 행동 때문이었지만 박혜민은 실력으로 인정 받기 위해 훈련에 매진했고 선배 이소영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기회를 잡았다. 

20일 도로공사전부터 주전 기회를 잡은 박혜민은 주전으로 출전한 최근 3경기에서 34득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11.3득점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이소영이 부상 당하기 전까지 기록했던 12.6득점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직 파워는 조금 부족하지만 상대 블로킹을 이용한 영리한 공격은 프로 2년 차의 신예 선수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노련하다.

사실 공격보다는 수비에서의 역할이 더 중요했던 박혜민은 20일 도로공사전에서 리시브 효율이 13.33%에 그쳤지만 24일 인삼공사전에서는 36.36%로 리시브 효율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박혜민은 28일 현대건설전에서 41.18%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수비에서도 점점 안정을 찾고 있다. 포지션 경쟁자인 한송희나 박민지가 수비에서 약점이 있고 루키 권민지가 센터로 기용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박혜민은 점점 주전 윙스파이커 자리를 굳히고 있다.

6~8주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이소영은 빠르면 1월 중순, 늦어도 2월 초 정도면 코트에 복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만약 이소영이 별다른 후유증 없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코트에 복귀한다면 박혜민은 다시 벤치로 물러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선배의 부상으로 얻은 뜻밖의 기회에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경험을 쌓고 있는 박혜민의 성장은 GS칼텍스의 미래에도 매우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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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GS칼텍스 박혜민 장충 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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