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기자말]
 아이유

아이유 ⓒ 카카오M

 
아무리 근사한 소설을 읽어도 좋아하는 사람이 보내온 '뭐해'라는 두 글자보다 마음 즐겁진 않을 것이다. 아무리 잘 쓰인 사랑시를 읽더라도 사랑하는 이로부터 오는 '네가 보고 싶어'란 문장 하나보다 더 가슴 뛰지도 않을 것이다. 

명대사가 별거 있나, 사랑이 싹트는 사이엔 '뭐해'보다 감동적인 명대사는 없다. 시는 또 뭐 별건가, 이모티콘 하나하나가 사랑시의 주옥같은 구절구절이다. 아이유가 노랫말을 쓴 그의 신곡 'Blueming(블루밍)'을 들으면서 나는 당장 휴대폰을 열고 싶어졌다. 누군가에게 나만의 명대사와 시 한 줄 보내고 싶은, 또 그런 메시지 하나 받고 싶은 마음에 괜스레 설렜다. 엄지손가락이 설렘으로 간질거렸다. 

"'뭐해?'라는 두 글자에/ '네가 보고 싶어' 나의 속마음을 담아 우/ 이모티콘 하나하나 속에/ 달라지는 내 미묘한 심리를 알까 우

아니 바쁘지 않아 nothing no no/ 잠들어 있지 않아 insomnia nia nia/ 지금 다른 사람과 함께이지 않아/ 응, 나도 너를 생각 중"


아이유가 작사한 다른 곡들에 비해 꽤 저돌적이고 직설적인 가사로 이 곡은 시작한다.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을 부끄러움 없이, 다소 간지럽게 표현한다. 그렇지만 노래는 끝까지 직설적이진 않다.
 
"우리의 네모 칸은 bloom/ 엄지손가락으로 장미꽃을 피워/ 향기에 취할 것 같아 우/ 오직 둘만의 비밀의 정원

I feel bloom I feel bloom I feel bloom/ 너에게 한 송이를 더 보내"


비유적인 표현을 잘 구사하는 아이유답다.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걸 파란 장미꽃을 피우는 것으로 시각화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블루밍' 가사를 듣다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활자들의 오고감이 선명하게 그림 그려진다. 엄지손가락으로 휴대폰 키보드를 톡톡톡 쳐서 장미를 피운다, 향기에 취한다, 네모난 말풍선마다 장미꽃이 피어난다. 다분히 디지털적이고 숨쉬듯 일상적인 행위를 소재로 놓고 장미꽃을 피워낸 위트가 근사하다.
 
 아이유

아이유 ⓒ 카카오M

 
"같은 맘인 걸 알아 realize la lize/ 말을 고르지 말아 just reply la la ly/ 조금 장난스러운 나의 은유에/ 네 해석이 궁금해"

말, 은유, 해석 같은 단어들 때문에 휴대폰 속 글자들이 노래 안에서 마구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뮤직비디오는 재치 있게 노랫말을 시각화했다. 담장 너머로 메시지를 황급히 던지고 되날아오는 메시지를 다시 받거나, 오지 않은 장미꽃에 시무룩해지는, 그런 모든 장면들이 무척이나 공감됐다. 누구나 한 번쯤은 엄지손가락으로 사랑 가득한 장미꽃을 피워본 적 있기 때문일 테다.   

"띄어쓰기없이보낼게사랑인것같애/ 백만송이장미꽃을, 나랑피워볼래?/ 꽃잎의 색은 우리 마음 가는 대로 칠해/ 시들 때도 예쁘게"

띄어쓰기 없이 보내는 그의 문자에선 부끄러움과 조급함과 두근거림, 어설프지만 확실한 진심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다. 백만송이 장미꽃을 나랑 피워 보지 않을래 하고 묻는 말.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줄 때만 핀다는 백만송이 장미를 아이유는 누군가와 피워보려 한다. 

누가 이 엄지손가락의 시대를 삭막하다고 했나. 누가 블루를 우울한 색이라고 했나. 오직 둘만의 비밀의 정원을 파랗게 파랗게, 엄지손가락 두 개만으로 꽃피우는 아이유의 낭만이 사랑스럽다.
 
아이유 블루밍 러브포엠 백만송이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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