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도쿄시민들의 출근 모습
 도쿄시민들의 출근 모습
ⓒ 박도

관련사진보기

 
도쿄의 아침

2019년 11월 6일, 우키시마호 폭침 일본 현지 답사 4일째다. 귀국 날이다. 눈을 뜨니 오전 5시 50분이다. 커튼을 열어젖히자 도쿄만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는 해외답사 취재 때는 숙소에서 일어나면 아침 산책 겸 으레 그 도시의 아침 풍경을 카메라에 담곤 했다.

이즈음은 세계 어느 도시나 아침 풍경이 비슷하다. 도쿄는 대도시인 데다가 내가 묵고 있는 숙소는 부두 곁인지라 더욱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듯했다. 의외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도쿄 시민들이 많았다. 한 젊은이는 신호대기로 잠시 멈추는 시간에도 소셜미디어를 보고 있었다.

숙소 언저리를 한 바퀴 돈 뒤 구내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현관으로 나오자 일본의 어느 지방 중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온 듯, 한 무리가 보였다. 전직은 속일 수 없는지라 한동안 그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학생들이 숙소 맨바닥에 주저앉아 인솔교사의 안내 말을 경청하는데 그 태도가 매우 진지했다. 학생들은 하나 같이 교복을 단정히 입고 있었다.

숙소에서 하네다 공항까지는 일행 모두 한 버스로 갔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한 뒤 두 패로 나뉘어졌다. 이번 답사기간은 일본의 연휴기간인 탓으로 주최 측은 한 회사 항공권을 한꺼번에 구하지 못하고, 5분 사이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편과 아시아나 편으로 발권했다. 나는 민화협 팀과 함께 먼저 출발하는 대한항공 편이었다. 출국장에 들어간 뒤부터는 민화협 팀만 따로 움직였다.
 
 우동 한 그릇
 우동 한 그릇
ⓒ 박도

관련사진보기

    
우동 한 그릇

탑승시간이 1시간 남짓 남았다. 그러자 민화협 김정호 체육교류위원장이 그 시간에 미리 점심을 먹자고 식당가로 안내했다. 나는 여러 메뉴 가운데 우동을 시켰다. 문득 일본인 작가 구리 료헤이가 쓴 <우동 한 그릇>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중소도시의 가난한 한 어머니와 어린 두 아들은 종종 그 고장의 맛난 우동 집을 찾곤 했다. 그들은 늘 우동 한 그릇만을 주문했다. 우동 집 주인은 이들 모자가 넉넉한 형편이 아닌 것을 알고 이들에게 선심을 베풀었다. 곧 우동 한 그릇의 양을 듬뿍 담아 내주곤 했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 우동 한 그릇을 시켜 놓고 나누어 먹었던 어머니와 두 아들은 성공한 청년과 장년 부인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우동 집 주인 내외는 그들의 방문을 더없이 기뻐하며 반갑게 맞았다. 그때 한 아들은 지난날 자신들이 먹었던 그 '우동 한 그릇'의 맛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뜨거운 가족애를 그린 이 작품은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많은 감동을 준 작품이다. 우동 한 그릇에도 대를 이어가면서 정성을 다하는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은 우리 배워야 할 덕목일 것이다. 옆자리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자기 접시의 생선초밥 한 점을 내 접시에 옮기면서 말했다.

"선생님, 다음엔 백두산 가는 일이 있으면 모시겠습니다."
"그만, 됐네. 사실은 이번에도 많이 망설였다네. 아무튼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의 원혼을 되새기게 하는 매우 좋은 답사여행이었네."


그러자 그는 북측과 잘 협의한 뒤 휴전선 비무장지대에 '평화의 공원'을 만든 다음 일제강점기 때 해외에서 돌아가신 원혼들을 그곳에 다 모시고 싶다는 복안을 얘기했다.

나는 그 복안에 대한 찬의와 함께 그곳에는 러시아 사할린, 중국, 중앙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 흩어진 독립지사들의 고혼들도 모시고, '평화의 공원' 한 가운데는 안중근 의사의 무덤과 추모비를 세웠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1970. 12. 7. 빌리브란트 서독총리가 폴란드인의 원한과 증오를 달래기 위해 바르샤바의 한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
 1970. 12. 7. 빌리브란트 서독총리가 폴란드인의 원한과 증오를 달래기 위해 바르샤바의 한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
ⓒ 자료사진

관련사진보기

 
낮 12시 20분, 하네다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대한해협을 건넜다. 승무원으로부터 커피 한 잔을 받아 마시면서 잠시 바깥을 두리번거리는 사이 곧 김포공항에 착륙한다는 기내방송이 나왔다. 새삼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이웃나라임을 다시 한 번 깨우쳤다. 이 가까운 이웃나라가 왜 가깝고도 먼 나라가 됐을까.

앞으로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친밀하며, 진정한 이웃나라는 될 수 없을까? 그 열쇠는 아무래도 가해자인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아베 수상이 쥐고 있다. 나는 그에게 고언(苦言)한다.

"독일의 브란트 수상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과거사를 한국인에게 화끈히 사과하는 게 새로운 한일 관계 개선의 첫 걸음이다."

하지만 그의 귀에 내 말은 '쇠귀에 경읽기'일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우리 동포들에게 이 시점에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자"고 간곡히 말씀드린다. 우리가 사는 대지 및 자연환경도, 사람도 그네들보다 훨씬 뛰어나고 우수하다. 우리 겨레가 한 마음으로 저마다 나라 발전에 정성을 다해 이바지한다면 곧 우리의 국력은 일본을 분명히 추월할 것이다. 

마침 한 해외동포(스웨덴 거주 임원섭씨)가 보내준 글로 다음 내 말을 대신해 이 기사에 소개하면서 이번 일본강제동원 현지답사기를 모두 마무리한다.
 
 칼의 나라, 일본. 이런 칼날에 우리나라 명성황후가 무참히 시해당했다(일본 국립박물관 소장. 2012. 6, 10. 촬영).
 칼의 나라, 일본. 이런 칼날에 우리나라 명성황후가 무참히 시해당했다(일본 국립박물관 소장. 2012. 6, 10. 촬영).
ⓒ 박도

관련사진보기

  
일본이라는 나라

일본, 일본, 일본
가야의 귀신도 살고
고구려의 귀신도 살고
발해의 귀신도 살고
백제의 귀신도 살고 있는 나라

고려의 귀신도 살고
귀신들이 제일 많은 나라
……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나라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나라
용서하려야 용서할 수 없는 나라
이해하려야 이해할 수 없는 나라
매우 밉지만 어쩔 수 없이
용서할 수밖에 없는 나라

강자에 당당히 강하지 못하고
강자에게 약한 나라
약자에 강한 비열한 나라

톡톡히 우리가 받아야 할 빚이 많은 나라
이자까지 받아야 할 나라
복수는 지혜가 부족하지만
그래도 복수하고 싶은 나라

우리 민족이 통일돼
우리나라가 잘 살 때
우리나라가 철학이 있을 때
그것이 가장 멋진 복수

덧붙이는 글 | *박도 지음 사계절출판사 펴냄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 막 출시되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30여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등.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