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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문장이다. 헌법에는 이런 말도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일반 국민 중에 내가 이 나라의 주권자이고 이 나라의 권력이 나로부터 나오며 나에게 존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흔하디흔한 '민주주의'나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을 우리는 과연 피부로 느끼며 살고 있을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한 전시회 '민주생활'은 너무나 익숙하기에 오히려 그 특별한 의미를 느끼지 못했던 민주주의를 다시금 깊이 생각해보기 위해 마련된 전시이다. 민주정신과 민주공화국의 가치에 대해 배우고 그것을 내 생활 속으로 받아들이는 체험의 장이다.
 
민주생활  전시 입구 사진
▲ 민주생활  전시 입구 사진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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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생활 전시 입구
▲ 민주생활 전시 입구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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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은 청계산이 내려다보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건물 1층에 마련되어 있다. 민주생활이라는 글씨가 크게 박힌 푸른색 벽을 따라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맞은편에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 영상이 재생되고 그 오른쪽 바닥 면에는 민주주의를 이끈 주요 사건들이 연도와 날짜로 기록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960년 4월 11일, 1960년 4월 19일, 1980년 5월 18일, 1987년 1월 14일, 1987년 6월 10일 등 본격적인 민주생활을 배우기에 앞서 전시장에 들어선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지나온 그 시간을 마치 징검다리를 밟듯 하나하나 건너 어둠을 통과해야 한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기점이 된 날짜들에 의지해 좁고 어두운 길을 빠져나오면  비로소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특별한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자유, 자유롭게 생각하며 말하기

전시는 자유·평등·인권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민주시민의 자세>와 1919∼2019년을 기준으로 민주사회를 수호했던 기록을 담은 <민주공화국 100년의 물결>이라는 두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먼저 만나는 주제는 <민주시민의 자세> 중 '자유'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자유다'에는 제 뜻으로 결정하고 행동할 양심의 자유, 정부의 간섭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 내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표현의 자유가 소개되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묵직한 울림을 주었던 것은 '양심에 따라 행동할 자유'의 고귀함을 스스로의 삶을 통해 증명한 사람들의 사연이었다. 1985년 구미 유학생 간첩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후 사상전향제도 철폐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강용주씨, 1990년 국군보안사령부에서 민간인 사찰을 폭로했던 윤석양 이병, 2007년 삼성그룹의 50억 비자금을 세상에 밝힌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 등 이들을 소개하는 각각의 글귀와 영상은 자신의 신념을 따른 사람들이 어떤 두려움을 이겨냈는가를, 어떠한 희생을 치러야 했는가를 담담하게 전해왔다. 신변에 위협을 느끼며 도피 생활을 이어간 나날, 불의를 밝혔음에도 돌아온 사회의 손가락질.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비록 그 순간이 고될지라도 양심을 지키며 지나온 길에는 선명하고 아름다운 흔적이 남는다는 것도 함께 증명하고 있었다.
 
민주생활 민주시민의 자세_나는 자유다
▲ 민주생활 민주시민의 자세_나는 자유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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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다'는 국가가 국민의 자유를 억압했던 굵직한 과거의 사건들을 통해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가를 역으로 드러내었다. 양심의 자유를 침해당한 사람들의 이야기 외에도 언론의 자유를 박탈한 독재정권의 보도지침이나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 정권의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등도 함께 소개되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실천하는 일에는 그 어떤 두려움도 없어야 하며, 자유롭게 나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민주적인 삶이 가능하다는 것. 숱한 억압의 역사를 통해 깨닫는 자유의 가치이다.

평등,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기

'자유'에 대한 내용이 끝나고 나면 <너도 나와 같이>라는 이름으로 '평등'에 대해 생각하는 순서가 이어진다. <너도 나와 같이>는 평등한 노동, 성 평등, 평등한 교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순서마다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여 평등의 가치와 중요성을 보다 실제로 느껴볼 수 있다.

'노동에서의 평등'은 연령, 성별, 장애, 국적, 고용 형태(비정규노동) 등을 이유로 노동 현장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한 것이다. '성 평등'은 미투 운동을 통해 올바른 성 관념에 대해 전하고 있으며 '평등한 교육'에서는 공평한 배움의 기회를 이야기한다.
   
민주생활 민주시민의 자세_너도 나와 같이
▲ 민주생활 민주시민의 자세_너도 나와 같이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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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와 같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가지는 거울같이 나란히 세워진 영상 스크린 앞에 서서 차별의 경험을 듣는 영상 전시와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을 찍은 사진 전시였다. 어렴풋한 사람의 형상이 띄워진 디지털 매체 앞에 서면 익명의 누군가가 직업, 국적, 장애 등을 이유로 겪어야 했던 배제와 차별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다. 약 10분 정도 되는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 사연의 주인공이 화면에 등장하는데, 그때 영상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화면에 띄워진 '그'와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차별의 경험이란 평범한 내 이웃의 경험이라는 것을, 어쩌면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민주생활 민주시민의 자세_너도 나와 같이
▲ 민주생활 민주시민의 자세_너도 나와 같이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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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나란히 앞을 보고 서 있는 사진들이 연달아 걸려있는 사진 전시는 겉으로는 전혀 차이를 알 수 없는 평범한 두 사람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교수와 시간강사, 본사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으로 나뉘어 차별받는 현실을 고발한다. 설명을 읽기 전까지 두 사람의 정체를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사진 앞에서, 우리는 이 불평등이 얼마나 근거 없고 허무하며 부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인권, 모두 함께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민주시민의 자세> 섹션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접하게 되는 것은 '인권'에 대한 내용이다. 앞에서 '나'의 자유와 '나와 너'의 평등에 대해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우리 모두'의 입장을 고민해볼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우리는 모두다>에서 설명하는 인권의 핵심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존엄하고 존중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점, 그러나 나의 존엄성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존엄성도 지켜져야 한다는 점, 나의 인권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인권 정신의 핵심으로 강조된다.

나의 존엄과 타인의 존엄을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인 만큼 <우리는 모두다>에는 그동안 뉴스를 통해 한 번쯤은 접해봤을 동시대의 이슈들이 가득하다. 성 정체성, 다문화, 장애인, 난민 등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는 주제들을 여과 없이 드러내어 펼쳐놓았다. 
 
민주생활 민주시민의 자세_우리는 모두다
▲ 민주생활 민주시민의 자세_우리는 모두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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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지향성을 이유로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은 정당한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 난민에 대한 숙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등 누군가는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을 첨예한 주제들은 전시를 보는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태도를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조금 어렵더라도 이 질문에 답해보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서의 필요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란 나의 인권과 타인의 인권을 함께 존중하는 일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민주시민의 자세> 섹션은 직접 포스터를 제작해보는 활동으로 마무리된다. 전시장 중앙에는 인쇄가 가능한 디지털 기계가 마련되어 있는데, 화면에 배치된 다양한 아이콘을 넣고 글자를 입력하는 등의 작업을 통해 민주주의 포스터를 디자인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자유, 평등, 인권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내 안의 목소리를 밖으로 드러내 보는 것이다.

민주주의 100년의 역사 돌아보기

<민주시민의 자세>를 모두 살펴본 뒤 섹션 2로 넘어가면 한국의 민주주의의 역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민주공화국 100년의 물결>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민주화 사건을 날짜별로 기록한 <민주생활 365>와 100년 동안의 민주화운동의 흐름이 설명된 <아카이브월>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100년사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4·19, 5·18, 6월 민주항쟁의 전개 과정을 시간의 기록을 따라가며 확인해보는 디지털 전시도 마련되어 있다.
 
민주생활 민주공화국 100년의 물결_민주생활 365
▲ 민주생활 민주공화국 100년의 물결_민주생활 365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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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생활 365>는 1년 12개월 365일의 날짜에 민주화운동의 중요한 사건들과 기념일을 적어둔 전시이다. 수많은 사건이 빽빽하게 기록된 벽 앞에 서면 2019년의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 날짜를 살피다 보면 내가 살아가는 모든 날이 민주주의를 만들어낸 가치 있는 하루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생일에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100년사가 기록된 <아카이브월>은 1919년 3‧1운동에서부터 민주공화국의 역사를 기억한다. 일제의 억압 속에서 자주독립을 열망하며 자발적으로 일어났던 민중의 만세운동은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한 최초의 씨앗이었다. 독립선언서와 대한민국 임시헌장에 담긴 정신은 민주공화국을 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토록 기다리던 독립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한민국은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 했고, 독재와 군사 반란으로 이어지는 고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국민을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위정자들이 오히려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정신을 탄압하던 기나긴 세월이었다. 그러나 과거에 뿌려진 씨앗은 어둠의 한복판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어 마침내 민주공화국이라는 꽃으로 피어났다.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권력의 힘이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주의의 이념을 다시금 확립하기 위해 시민들이 일어난 것이다. 가혹한 탄압 속에서도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마침내 스스로의 힘으로 권력을 되찾는 일에 성공한다. 
 
민주생활 민주공화국 100년의 물결
▲ 민주생활 민주공화국 100년의 물결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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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나긴 역사를 풀어낸 <아카이브월> 옆에는 4·19, 5·18, 6월 민주항쟁의 전후 사건을 기록한 미디어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1960년 4월 19일 이전과 이후에 일어난 사건들,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한 광주의 모습, 1987년 6월 10일을 중심으로 한 당시 대한민국의 정황 등을 시간의 맥락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민주공화국 100년의 물결> 섹션이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 기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시장 벽 틈새에 밀집된 공간을 조성하여 민주화 운동의 주역들을 기리는 한편, 그들이 품었던 간절한 꿈과 열망을 놓치지 않고 전달한다. 

틈새 전시인 <거기에 우리가 있었다>에는 신동엽, 장준하, 조영래, 함석헌 등 민주주의의 상징이 된 인물들을 소개하는 영상물과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 피해자들의 구술기록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이 공간의 입구에는 김산, 김의기, 윤상원, 전태일, 김경숙, 김재술 열사의 글이 인쇄되는 영상이 벽면에 반복적으로 송출되는데, 그 영상의 마지막은 '거기에 무명씨가 있었다'는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인쇄기가 종이를 뱉어내는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있노라면 마음 깊은 곳에서 어떤 뜨거움이 느껴진다. 그것은 벅차오르는 경의이기도 하고 감사이기도 하며 또한 희망이기도 하다. 

현재 대한민국은 과도한 정치열기와 정치혐오가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공존하는 사회라고 일컬어진다. 더욱 가속화되는 경제적 양극화 속에 성숙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일이 무척 어렵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이루어온 민주주의는 100년 동안의 치열한 고민과 투쟁, 그리고 많은 이들의 희생 속에 이루어졌다. 자주국가로서의 독립을, 자유롭게 말하고 생각할 권리를, 모두가 동등하게 존중받는 사회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있다. 비록 아직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아름다운 외침을 통해 시민들은 민주적인 책임과 권리를 다 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왔다.

민주생활 전에 들려 '거기에 ○○○가 있었다'는 문장 안에 나의 이름을 넣어보자. 민주시민의 자세를 머리 맞대어 생각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성취해 온 좋은 면들을 확인하자. 그것이 얼마나 귀중한 유산인지를 깨달을 때, 민주시민들이 꽃피워낸 아름다운 향기는 더 깊이 뿌리 내리고 더 멀리 퍼져나갈 것이다.

<민주생활> 전시는 매주 화·수·목·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되며, 약 5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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