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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4시간 이상 정진한다.
하루 한 끼만 먹는다.
옷은 한 벌만 허용 한다.
양치만 허용하고 삭발과 목욕은 금지한다.
외부인과 접촉을 금하고 천막을 벗어나지 않는다.
묵언한다.
규약을 어길 시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각서와 제적원을 제출한다."
 
11월 11일부터 위례 신도시에 위치한 상월선원 천막에서 석 달 동안 목숨을 걸고 동안거에 들어간 9명 스님들(자승, 무연, 성곡, 진각, 호산, 심우, 재현, 도림, 인산)이 부처님에게 고한 고불문(告佛文)이다.

부처가 보리수 아래에서 결과부좌를 하고 선정에 들면서 스스로 맹세를 했듯, 9명 스님들은 한 자루의 향을 사르며 목숨을 걸고 정진을 하겠다고 굳은 맹세를 하면서  은산철벽(銀山鐵壁), 천막선방에 스스로 몸을 가두고 자물쇠를 잠가버렸다.
이 자리에서 내 몸을 말려버려도 좋다.
가죽과 뼈와 살이 녹아버려도 좋다.
어느 세상에서도 얻기 어려운 저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이 자리에서 죽어도 결코 일어서지 않으리라"
 상월선원이 위치한 위례 신도시. 검은색 천막이 9명 스님들이 90일 간의 동안거에 들어간 천막선방이다.
 상월선원이 위치한 위례 신도시. 검은색 천막이 9명 스님들이 90일 간의 동안거에 들어간 천막선방이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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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의 혹한 추위를 견디고 있는 천막선방의 스님들이 몹씨 궁금했다. 그래서 11월 23일 오후 2시 위례 신도시에 위치한 상월선원(霜月禪院:서리를 맞으며 달을 벗 삼는다는 뜻)을 찾았다. 그러나 9분 스님들이 수행을 하고 있는 천막선방은 굳게 잠겨 있어 들여다 볼 수 없었다. 대신 이번 천막결사를 외호하는 총도감 혜일(성남 봉국사 주지)스님을 만나 잠시 인터뷰를 하며 궁금증을 풀어 보았다.

먼저, 이번 동안거에 함께한 스님들은 어떤 인연으로 함께 수행정진을 가게 되는지 궁금했다.

"제일 중심이 되시는 분은 전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내셨던 자승스님이십니다. 원래 자승스님이 홀로 노숙을 하시면서 먼저 정진에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스님을 만류하며 상월선원이 탄생하면서 나머지 스님들이 합류를 하게 되었습니다. 합류를 한 스님들 중에는 자승스님과  인연이 있분들도 있고요, 또 대부분 선방에서 20~30년 수행을 하신 경력이 있는 분들입니다."
   
하필이면 어떤 난방장치도 없는 천막선방에서 한겨울 90일(11월11일~2월 7일) 동안 목숨을 건 수행에 들어간 동기는 무엇일까?

"자승스님께서 총무원장을 그만 두시고 백담사 무문관에서 동안거 두 철을 나셨습니다. 조계종 선법은 관화선을 통해서 화두를 참구하는 참선수행을 합니다. 화두를 참구하는 수행 중에는 스님들이 몇 십 명이 모여서 한 방에서 수행을 하는 방법이 있고, 개인이 한 방에 한 명씩 들어가서 3개월, 6개월, 1년, 3년 이런 식으로 정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현대적으로 보아서 조금 맞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을 하신 자승스님께서 이렇게 9명의 스님이 도심의 천막선방에 같이 들어가 묵언 정진, 추위를 견디며, 이런 수행법을 한 번 체험을 해 본 후, 후세 도반들에게 이런 수행법도 있다는 걸 알리고, 본인들도 이런 수행법을 통해서 도를 성취하고자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야외천막에서 하루 한 끼, 옷 한 벌, 씻지도 깎지도 않고, 외부연락은 물론 일체의 출입을 금지하고 묵언으로 14시간 정진하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을 텐데 스님들은 어떻게 천막생활을 하고 있을까?

"물론 스님들의 천막생활은 굉장히 어렵지요. 어제 같은 경우(11월 22일)도 낮 시간에는 천막 안의 온도가 영상 30도까지 올라갔다가 새벽에는 영하로 내려갔습니다. 밤과 낮의 온도 편차가 30도 이상 나서 견디기가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허지만 스님들은 중도하차를 하면 조계종 승적에서 제적한다는 각오로 이미 제적원을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마 나오시는 분이 없이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도 6년 고행을 하시고, 마지막에 보리수나무 밑에서 일주일간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으셨 듯 아마 스님들께서도 이런 고행을 통해서 도를 성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택을 하신 것 같습니다."
 
 90일 동안  9명 스님들의 천막수행을 밖에서 외호를 맡고 있는 총도감 혜일스님(성남 봉국사 주지)
 90일 동안 9명 스님들의 천막수행을 밖에서 외호를 맡고 있는 총도감 혜일스님(성남 봉국사 주지)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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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의 수행은 대부분 조용한 산속에서 홀로 수행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도심의 거리에서, 일반에게 널리 알리며 수행을 하는 것은 일종의 전시효과를 위한 쇼가 아니냐 하는 시각도 있다. 

"원래 부처님께서도 홀로 수행을 하신 것이 아니고 스승을 모시고 단체에서 수행을 하셨고, 부처님 곁에는 다섯 분의 도반인 5비구가 늘 함께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번 수행에 들어간 스님들이 하루 이틀 스님생활을 한 분들도 아니고, 이미 승가에서 30년 50년 수행을 해 오신 스님들이 보여주기 위해서 이런 수행을 하지는 않습니다. 출가를 할 때에도 윤회를 벗어나 도를 이루고 부처가 되기 위해서 절에 들어온 사람들이 뭘 보여주고자 이런 고행을 할 수 있겠습니까?"

벌써 천막에서 수행을 한지 14일이 자나가고 있다. 천막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 동안 위급한 돌발 상황은 없었을까 궁금했다.

"천막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저희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유일한 통로는 하루 한 끼 공양(오전 11시)을 넣어주는 작은 배식구뿐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스님들이 드실 공양을 넣어드릴 때 안에서 한 분이 감기에 걸렸다는 쪽지를 받고 감기약을 넣어드렸는데요.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은 오직 쪽지를 통해서 밖에 알 수가 없습니다. 며칠 전에는 천막에 비가 샜습니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고 보수를 했는데 또 비가 샜습니다. 급하게 보수를 하긴 했지만 안에서 목숨을 걸고 수행을 하시는 스님들께 저희들이 매우 죄송한 일이지요."
 
 천막선방의 유일한 통로 배식구. 하루 한 끼(오전 11시) 스님들이 드실 공양을 넣어주는 통로다
 천막선방의 유일한 통로 배식구. 하루 한 끼(오전 11시) 스님들이 드실 공양을 넣어주는 통로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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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의 고령스님도 계신다는데 건강상에 큰 문제는 없는지, 과연 영하의 추운 날씨 견딜 수 있을런지 궁금했다.

"지금 스님들의 건강상태를 낱낱이 다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건강 상태가 안 좋은 분들도 계십니다. 특히 밤에는 밖의 온도하고 천막안의 온도하고 1도밖에 차이가 안나요. 만약 영하 20도로 내려가면 영하 19도에서 불씨 하나 없이 견딘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 않습니까? 조금 전에도 동국대병원 의료원장님이 오셔서 이거는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최소한의 난방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씀 하셨는데, 안에 계신 스님들께서 이미 맹세를 하고 들어가신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또 모든 것을 다 가려서 하려면 수행시기를 놓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본인들이 목숨을 걸고 수행을 한다는 말이 나오지요. 그나마 수행을 할 수 있을 때,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하고 정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오히려 밖에서 외호하는 저희들이 스님들의 건강을 더 걱정하고 있지요. "

90일 동안의 천막수행을 마친 후 한국불교의 중흥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을까? 또한 요즈음처럼 혼탁한 사바세계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뭐 특별한 메시지는 없습니다. 스님들이 수행하는 목적은 명확합니다. 첫째는 내 스스로가 상구보리, 즉 위로는 도를 성취해서 윤회를 벗어나고 부처가 되기 위한 그런 수행을 하는 것이고요, 내가 부처가 되고나면 석가모니 부처님과 같이 윤회 속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부처가 되게 하는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수행을 하는 것이지요. 즉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므로 스님들께서 특별한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수행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목숨을 걸고 수행을 하는 스님들을 밖에서 바라보는 국민들, 특히 불자님들이 정진하시는 스님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수행의 귀감이 될 수 있겠지요.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야지 뭐 특별한 것을 바라고 수행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남한산성 주봉인 청량산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위례 상월선원 천막선방과 미륵불
 남한산성 주봉인 청량산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위례 상월선원 천막선방과 미륵불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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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남한산성을 바라보니 천막선방 위 언덕에는 백의를 걸친 미륵부처가 석양노을에 황금빛으로 물들며 고요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른손은 중생에게 무외(無畏)를 베풀어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시무외인을, 왼손은 아래로 길게 늘어뜨려 중생에게 무한의 사랑을 베풀겠다는 여원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저 미륵불의 자세처럼 스님들은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를 위해 목숨을 건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길을 가고 있을까?

우리나라 불교는 나라가 어려울 때나 불교가 여론의 지탄을 받을 때마다 결사운동을 벌려 난국을 해쳐나갔다. 대표적인 결사운동이 고려시대 <지눌의 정혜결사>와 1947년 <봉암사 결사>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배방 직후 한국불교계는 사회적 혼란과 왜색 불교의 잔재 속에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 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 불교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수행자로서 본분을 일깨우기 위해 성철, 자운, 우봉, 보문 등이 '부처님 법대로'란 슬로건을 내걸고 봉암사 결사운동을 일으켜, 근본불교를 지향하고, 계율을 엄격히 수호하면서 무너진 수행가풍을 확립하는데 크게 기여를 하였다. 

혹한의 엄동설한 속에 하루 한 끼로 버티며 초유의 '천막결사'에 들어간 스님들은 과연 한국불교와 작금의 혼탁한 사바세계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아무쪼록 건강한 모습으로 스님들이 원만회향 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상월선원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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