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블럼, 다승왕의 자존심으로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1회말 두산 선발 린드블럼이 역투하고 있다

▲ 린드블럼, 다승왕의 자존심으로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1회말 두산 선발 린드블럼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의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 한국 진출 5년 만에 정상의 자리에 올라섰다.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조쉬 린드블럼은 25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하모니볼룸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시상식에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되찾은 두산은 린드블럼이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면서 1982년의 박철순, 1995년의 김상호, 1998년의 타이론 우즈, 2007년의 다니엘 리오스, 2016년의 더스틴 니퍼트, 작년 김재환에 이어 통산 7번째 정규리그 MVP를 배출했다.

한편 신인왕은 올 시즌 4승 6패 1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한 LG 트윈스의 잠수함 투수 정우영이 차지했다. 정우영은 후반기(3승3패10홀드 평균자책점4.42)에 다소 부진했지만 4월 한 달 동안 1승 1패 0.81을 기록하는 눈부신 투구로 투표인단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경쟁자 이창진과 전상현(이상 KIA타이거즈)을 비교적 여유 있게 제쳤다. 이로써 LG는 1997년의 이병규(LG 타격코치) 이후 무려 22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했다. 

4명 중 3명, 두산이 독식했던 외국인 선수 정규리그 MVP

지난 1998년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됐을 때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으로 인해 한국 선수들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게 될까 우려하는 야구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한 지 22년이 흐른 현재 외국인 선수가 리그 MVP에 선정된 경우는 올해까지 단 5회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최근 5년 동안 3명이 집중됐다는 사실이 다소 우려스럽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외국인 선수 MVP의 시대를 연 선수는 OB 베어스의 '흑곰' 우즈였다. 초반 슬럼프를 극복하고 5월부터 무섭게 홈런을 몰아치기 시작한 우즈는 42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불멸'이라고 여겨지던 장종훈(한화 이글스 수석코치)의 41홈런 기록을 7년 만에 경신했다. 1998년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우즈는 2001년 한국시리즈 MVP와 미스터 올스타까지 휩쓸며 이종범과 함께 KBO리그 역사상 단 두 명 밖에 없는  'MVP 트리플크라운'의 주인공이 됐다. 

2007년에는 리오스라는 괴물 투수가 KBO리그를 지배했다. 2002년부터 KIA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리오스는 2005년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후 2007년 22승 5패 평균자책점 2.07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MVP의 주인공이 됐다. 비록 일본 진출 후 금지약물 사용이 적발되면서 2007년의 활약이 다소 빛을 잃었지만 1999년의 정민태 이후 8년 만에 등장한 20승 투수의 존재감은 MVP트로피를 차지하기 충분했다.

2015년에는 에릭 테임즈라는 '역대급 호타준족'이 등장했다. 2014년부터 NC다이노스에서 활약한 테임즈는 한국 생활 2년째가 되던 2015년 타율 .381 47홈런 140타점 130득점 40도루로 KBO리그 역대 최초로 '40-40클럽'의 주인공이 됐다. 2015년 타율,득점, 출루율, 장타율 부문을 휩쓸며 MVP에 선정된 테임즈는 2016년 최정(SK와이번스)과 함께 공동 홈런왕(40개)에 등극한 후 메이저리그로 역수출됐다.

2016년의 니퍼트는 내리막길이라는 평가를 씻고 반등에 성공하며 MVP의 주인공이 됐다. 2015년 가을야구의 대활약으로 두산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정규리그에서 6승에 그쳤던 니퍼트는 2016년 22승 3패 2.95의 성적으로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이듬해 약물 스캔들로 명예가 실추된 리오스와 달리 니퍼트는 성실한 자세와 많은 선행으로 모범 외국인 선수로 사랑 받으며 외국인 선수 최초로 100승을 돌파했다.

작년의 아쉬움 털어내고 투수 부문 3관왕 오르며 MVP 선정

올 시즌 전까지 역대 4번의 외국인 선수 MVP 중 3명은 두산(혹은 OB) 소속의 선수였다. 그만큼 두산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보는 남다른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역대 5번째 외국인 선수 MVP이자 4번째 20승을 따낸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 역시 두산 유니폼을 입고 MVP에 선정됐다. 4번째 외국인 MVP를 배출한 두산은 '외국인 MVP의 산실'이라고 불러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2015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한국생활을 시작한 린드블럼은 2016 시즌이 끝난 후 막내딸 먼로의 수술 때문에 잠시 한국을 떠나기도 했지만 롯데에서 2년 반 동안 활약하며 28승을 기록했다. 부산의 야구팬들 역시 기복 없이 꾸준히 이닝을 소화해 주는 린드블럼을 매우 아꼈고 린드블럼에게 '린동원(린드블럼+최동원)'이라는 롯데 투수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린드블럼은 2017 시즌이 끝난 후 롯데와의 협상이 결렬됐고 니퍼트와 결별한 두산은 2018 시즌을 앞두고 린드블럼을 영입했다. 린드블럼은 두산에서 활약한 첫 해 15승 4패 2.88로 평균자책점 타이틀과 함께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최동원상을 휩쓸며 두산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작년 최고의 개인기록을 세우고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치며 아쉬움을 남겼던 린드블럼은 올 시즌을 통해 작년의 한(?)을 푸는데 성공했다.

린드블럼은 올해 30경기에 등판해 194.2이닝을 던지며 20승 3패 189탈삼진 2.50의 성적으로 다승과 승률,탈삼진 타이틀을 따내며 투수 부문 3관왕을 달성했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5이닝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두산 이적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도 누렸다. 그리고 3년 전 니퍼트가 그랬던 것처럼 20승과 함께 두산을 우승으로 이끈 에이스 린드블럼은 정규리그 MVP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두산팬들은 린드블럼이 내년 시즌에도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해 주길 바라마지 않겠지만 두산과 린드블럼은 아직 재계약을 매듭짓지 못했다. 올해 메이저리그로 역수출돼 13승을 따낸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성공사례가 있는 만큼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린드블럼을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2019년 KBO리그 최고의 선수 린드블럼이 2020년에도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잠실 야구장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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