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2년동안 4대강사업을 기록한 추적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님들의 소중한 후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삽질'의 원작 도서는 김병기 감독이 펴낸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 출간)입니다. 많은 응원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지난 11월 1일 영화 '삽질' 시사회에 참석해 김병기 감독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지난 11월 1일 영화 "삽질" 시사회에 참석해 김병기 감독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특종을 잡듯이 큰 나무 하나 잡아서 패려고 하지 마라. 4대강사업의 '숲'을 보여주면 성공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4대강사업을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분이다. 각자가 기억하는 퍼즐의 조각을 모아서 전체를 보여주면 그것 자체로 의미가 크고, 그게 새로운 것이다."

언론계 대선배인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작년 5월경에 제게 해준 말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0년 전 국민 세금 22조2천억 원을 들여 4대강사업을 벌인 이유가 무엇일까? 이 비밀의 열쇠인 4대강 비자금 사건 취재가 난관에 봉착해서 영화 <삽질> 제작을 포기하려 했을 때 영화 제작을 독려하면서 해준 말입니다.

정 전 사장이 MBC PD수첩 정재홍 작가가 영화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 조언인데, 12년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운 의미심장한 고언이었습니다. 정 전 사장의 말처럼 영화를 본 관객은 <삽질>이 기록한 12년이라는 시간의 무게에 호응했습니다. 관객 만남에서 영화의 주인공인 김종술 기자와 감독인 제가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4대강 삽질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게 놀랍고, 우리가 이명박 정권의 불법과 탈법에 대해 잊고 있었던 게 부끄러웠습니다. 이제 나는, 여기 있는 관객들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이야기해주십시오."
 
영화 '삽질' 관객과의 대화 때 징검다리 공동체 회원들이 미리 준비해 온 삽 조형물을 들고 김병기 감독과 김종술 기자가 사진을 찍었다.
 영화 "삽질" 관객과의 대화 때 징검다리 공동체 회원들이 미리 준비해 온 삽 조형물을 들고 김병기 감독과 김종술 기자가 사진을 찍었다.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참담한 기록] 환경을 망치기 전에 민주주의 허물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영화 <삽질>이 죽어가는 4대강을 기록한 환경 영화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품습니다. 하지만 환경 파괴만을 고발한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는 10여 년 전 우리가 잊고 있었던 새빨간 거짓말을 대형 스크린에 소환합니다. 4대강을 '녹조라테의 강'으로 만들기 전에 이명박 정부가 벌인 민주주의 학살극을 생생하게 조명합니다.

불법 사찰과 편법, 탈법, 속임수 등을 위해 국정원, 기무사, 검찰 등 국가 권력 기구를 총동원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MBC PD수첩 등을 "좌파세력의 해방구"로 몰아붙이면서 탄압했습니다. 정권의 앵무새가 된 언론에는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했습니다. 정권 나팔수였던 일부 언론에는 훈포장을 흥청망청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학자와 전문가들도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에 영혼을 팔았습니다. '고인 물도 썩지 않는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부역했고, 이들 역시 훈포장을 대가로 받았습니다. 여기에 그친 게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 차관이라는 고위 관직을 꿰찼습니다. 또 수백억 원대의 대형 프로젝트를 받기도 했습니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화두인 요즘의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뻔뻔한 그들] 불편한 진실
 
다큐멘터리영화 <삽질>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영화 <삽질>의 한 장면.
ⓒ 엣나인필름

관련사진보기

 
<오마이뉴스>가 영화 <삽질>을 세상에 쏘아 올린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책임을 묻지 않은 치욕의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요즘도 4대강사업을 주도한 한나라당 후신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는 금강과 낙동강의 4대강 보에 찾아가서 수문을 열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조라테의 강을 보면서도 강을 살렸다는 가짜뉴스를 늘어놓으며 일부 농민들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책임을 물은 적이 없기에 10년 전의 궤변이 아직도 살아 있는 것입니다.

<삽질>에는 4대강사업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나옵니다. 그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책임을 묻습니다. 4대강사업 전도사를 자처했던 이재오 의원과 심명필 4대강사업추진본부장, 권도엽-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에게도 찾아가 뻔뻔한 민낯을 고발했습니다. '스크루 박'이라고 불리는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줄행랑을 칩니다.

하지만 이들은 과거에도 4대강사업에 부역하면서 승승장구했고 지금도 대학 강단에서 환경을 가르치고 있거나, 건설사 사장-부사장 등의 고위직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정부의 고위 관료로 남아 있으면서 보를 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책임을 묻지 않는 역사의 '불편한 진실'입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책임을 묻는 <삽질> 영화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을 하나같이 거절하고, 삿대질하면서 얼굴을 붉힙니다. 책임을 회피하는 이들의 한결같은 모습에 관객들은 실소를 터트리며, 부역자들은 이 영화를 블랙코미디로 만드는 데 훌륭한 조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명박 후보가 한반도대운하를 제1공약으로 발표했을 때부터 시작된 사기극을 집요하게 파헤친 총체적 결정판이자 추적 다큐멘터리입니다. 정연주 전 사장님의 조언처럼 많은 사람이 파편처럼 기억하고 있는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여준 기록물이자 감동과 눈물까지 겸비한 러닝타임 94분 드라마입니다.

[책임을 묻지 않으면] 지금도 4대강 삽질은 계속되고 있다
 
유튜브 방송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김종술 기자와 김병기 감독.
 유튜브 방송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김종술 기자와 김병기 감독.
ⓒ 다스뵈이다 화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최근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 출연했을 때 김종술 기자가 큰빗이끼벌레를 먹었던 사연을 들으면서 마이크로 자기 머리를 쥐어박던 김어준 총수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감독님, (강이 이렇게 망가졌는데) 왜 이렇게 늦게 영화를 만든 겁니까?"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만큼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분노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입니다. 저는 다음과 같이 답변을 하곤 합니다.

"많은 분이 '4대강 삽질'은 10여 년 전에 22조 2천억 원을 들인 일회성 사업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도 매년 5천억 원에서 1조 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이 강을 망치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4대강 삽질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우리들은 4대강사업을 잊고 있지만, 저들은 지금도 끈질기게 4대강삽질을 계속하면서 세금을 축내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관객들에게 알리려고 영화 <삽질>을 만들었습니다."

매년 4대강사업을 유지 보수하기 위해 사용하는 세금이 자유한국당 등의 주장처럼 강을 살리고 있다면 의미 있는 투자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강을 죽이고 있습니다. 또 저들의 주장처럼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를 예방한다면 의미 있는 투자입니다. 하지만 4대강사업 이전에도 홍수와 가뭄은 4대강 본류에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매년 4대강사업에 쏟아붓고 있는 세금을 복지에 사용한다면? 국립대학 학생들이 1년 동안 공짜로 학교에 다니면 2조 원이 듭니다. 전체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무료로 하면 7조 원입니다. 1인당 10만 원씩 아동 수당을 준다면, 그 돈이 3조 원입니다. 고등학생들에게 무상교육을 한다면 1년에 2500억 원입니다.

4대강사업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기에 아직도 막대한 세금이 복지 혜택에 사용되지 않고 강을 죽이는 데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4대강 삽질'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관객의 물음에 답하다] "여러분이 4대강 독립군이 되어 주십시오"
 
개봉 10일만에 독립영화 흥행 기준 1만 관객을 돌파한 <삽질>
 개봉 10일만에 독립영화 흥행 기준 1만 관객을 돌파한 <삽질>
ⓒ 엣나인필름

관련사진보기

 
"이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최근 관객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이 질문에 대해 저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삽질 제작진이 믿고 있는 것은 여러분밖에 없습니다. 10년 전 이명박 정권의 앵무새 역할을 했던 일부 주류 언론들은 지금도 여전히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받아쓰기하면서 4대강사업은 잘한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공범자였고, 지금도 공범자입니다.

이 영화를 보신 여러분들이 입소문을 내어주시고 SNS에 올려주십시오. 포털 등에 있는 영화평에 영화도 보지 않고 '0점' '1점'을 날리면서 평점 테러를 하는 자들에 맞서서 솔직한 소감을 올려주십시오. 보다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보아야만 책임을 묻자는 여론이 일 수 있고, 4대강이 원래의 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4대강 독립군'이 되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이자면, 정연주 전 KBS 사장께서 말한 '4대강 숲'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 14일 200개의 개봉관을 확보했지만, <겨울왕국 2>가 스크린을 독과점하면서 1주일 만에 20여 개 상영관으로 줄었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스크린을 지킬 수 있는 것은 관객들뿐입니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4대강 삽질의 불편한 진실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영화관을 찾아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또 <삽질> 제작진이 믿는 것은 공동체 상영과 단체 관람입니다. 30명 이상의 관객만 모아주신다면 영화의 주인공인 김종술 기자와 함께 제가 전국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책임을 지지 않는 자들에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분, 지금도 막혀 있는 4대강에 정의가 넘쳐흐르기를 기대하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응원을 기다립니다. 미래 세대들이 누려야 할 4대강의 미래는 관객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국민이 알아야 하고 알려야 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삽질> 극장 단체관람 혹은 대관을 원하실 경우 아래 내용을 참고하여 신청을 부탁드리며, 자세한 문의는 <삽질>의 배급사인 엣나인필름 연락처 (070-7017-3319, 평일 오전 10시~ 오후 7시)로 부탁드립니다. (단체관람: 최소 30명/ 대관 상영: 최소 100명, 세부조율 가능)

태그:#삽질, #영화, #4대강, #이명박, #4대강 보
댓글4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