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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성교육은 언제쯤 이루어져야 할까? 그리고 그때가 되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두 아이를 키우면서 성교육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조차 성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들 성교육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라는 핑계로 궁금해 할 때마다 회피하곤 했다. '언젠간 해야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늘 마무리를 했다. 한편으로는 남자 아이들이니 '남편이 담당을 하겠지'라는 마음도 있었다.
 
아이들의 성적 경험은 갈수록 시기가 빨라지는데 교육은 너무나 더디다. 집에서는 '학교에서 하겠지' 미루고, 학교에서는 '부모들이 알아서 하겠지'미룬다. - p.99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심에스더, 최은경 지음, 오마이북(2019)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심에스더, 최은경 지음, 오마이북(2019)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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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경 기자가 질문하고, 성교육 강사 심에스더씨가 답한 성 이야기 책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읽으면서 아이의 질문에 당황했던 내 행동들이 떠올랐다. ​언젠가 큰 아이가 말했다.

"엄마, OO(친구)가 유튜브에서 '가슴'이라고 검색을 하면 여자 가슴이 엄청 많이 나온대."
 

아이가 그 말을 한 이유는 아마도 '가슴'이 궁금해서였을 텐데,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초등 저학년이 유튜브에서 '가슴'을 검색하다니, 당황한 나는 보지 말아야 될 것을 본 것처럼 말을 했다.

"OO(친구)가?…… 그런 건 검색하면 안 돼."

이게 나의 대답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대답이 얼마나 빈약했는지, 아이를 얼마나 어리게만 봤는지 깨달았다. 그 말보다 더 부끄러웠던 건 나의 이중적인 행동이었다.

그 친구 엄마에게 연락해서 넌지시 그 말을 건넨 거다. 혹시 아이에게 성교육이 필요한 건 아닌가 하면서 말이다. 내 자식에게는 안 된다고 대충 얼버무렸으면서 친구의 엄마에게는 성교육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을 하다니.

물론, 그 엄마도 나처럼 엄청 놀라는 눈치였다. 아직은 귀엽기만한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한 행동이니 당황하는 건 당연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성교육을 한 것이 아니라 아이패드에서 유튜브를 지웠다고 했다. 나도 그 엄마도, 아이들의 궁금증 앞에서 혹시나 모를 사고 혹은 이상한 생각을 방지하기에 급급했던 거다. 아니, 아이들의 궁금증을 이상한 생각이라고 단정해 버렸다.

왜 그때 좀더 열린 자세로 아이의 마음을 읽고, 아이에게 물어보지 못했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아이에게 다시 물었을 것 같다.

"여자 가슴이 궁금했나 보다. 어떤 부분이 궁금했을까?"

아이의 호기심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캐치했을 것 같다. 남자 몸과 여자의 몸이 어떻게 다르고, 여자의 가슴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이야기해 주었을 것 같다.

한참 자라나는 시기에 아이들의 호기심은 왕성하다. 아기 때는 모든 호기심을 손으로, 입으로 확인한다. 아이가 호기심이 많으면 좋다고 하면서 정작 성에 관해서는 빨리 알아서는 안 되는 분야, 입에 담기 어려운 분야라는 의식이 어른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성에 관한 의식이 편안하지 못한 이유는 어렸을 때 받은 성교육 때문이기도 할 거다. 청소년 시절, 학교에서 받았던 성교육은 주로 임신과 낙태에 관한 것이었다. 학교에서 보여준 임신, 낙태에 관한 성교육 비디오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낙태를 할 때 태아가 도망가는 몸짓, 태아를 조각내서 배 밖으로 빼낸다는 표현은 공포 그 자체였다. 왜 그런 식으로 밖에 성교육을 할 수 없었을까?

그때 그 비디오를 보면서 든 의문으로는 '만약 성폭력으로 임신을 하게 되면 그때도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였다. 하지만, 두려움만 있었을 뿐, 누구에게도 질문을 하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시기의 끔찍한 성교육 비디오 영상은 내가 아이에게 했던 것처럼 혹시라도 모를 잘못된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급급했던 교육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원하지 않는 임신을 방지하는 교육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페미니즘과 여성을 혐오하는 세력들의 반발이 있었고, 종교계도 '유감'이라는 표현을 썼다. 종교계는 도덕적인 동시에 보수적이다. 이혼을 하면 안 된다거나, 낙태를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그 가르침엔 태아의 생명에 대한 존중만 있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없었다. 여성에게는 책임만 주어져 있다. 그리고 임신에 대한 동시책임을 져야 하는 남성은 제외되어 있다. 모순이다.
 
임신이나 임신 중단은 사실 복잡한 일이야. 복잡한 문제를 세세하게 살피지 않고, 단순하게 '죄'라고만 하니까 부작용이 많은 거야. '임신 중단은 무조건 죄'가 아니라 '임신을 중단하든 유지하든 여성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로 바뀌어야 해. - p.162~163
 
모든 여성들이 임신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낙태를 선택하지도 않을 것이다. 낙태죄 폐지는 그 주도권을 단지 여성에게 줄 뿐이다. 물론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그러나 여성의 삶도 소중하다. 또한 삶은 복잡하다. 그 복잡한 삶 속에서 '태아의 생명존중'이라는 기준을 모든 것에 적용하긴 어렵지 않을까?

이 책을 봤으니 당장 아이들을 앉혀놓고 "이제부터 성교육을 하자"는 건 아니다. 이 책의 의미는 아이들에게 이론을 늘어놓는 것이 아닌,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성에 관한 호기심들을 부모와 함께 풀어가는 것이다.
 
책임을 말하기에 앞서, 더 잘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자기 몸을 긍정하고, 성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고, 성이 얼마나 즐겁고 아름다운지 구체적으로 배우는 기회를 먼저 가져야 해요. 어떤 방식으로 성적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지, 나와 타인을 존중하는 성 지식은 무엇인지, 상대와 성관계를 가질 때 어떤 태도로 나눠야 하는지 등을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어요. - p.252
 
만약 아이와 같이 TV를 보는데, 키스 신이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아이의 질문에 '키스'와 '뽀뽀'가 다른 점을 설명해줄 수 있다면, 이 책의 의미를 제대로 깨달은 것일 거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 및 브런치(https://brunch.co.kr/@longmami)에도 실립니다.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 용감하게 성교육, 완벽하지 않아도 아는 것부터 솔직하게

심에스더, 최은경 (지은이), 오마이북(2019)


태그:#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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