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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Violence against Women)이다. 이날을 기념해 여성폭력 실태가 어떤지, 24시간 위기전화 '대전1366'의 정현주 센터장을 인터뷰 했다. 정 센터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5일 1366대전센터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정현주 대전1366 센터장 왼쪽이 대전1366 정현주 센터장
▲ 정현주 대전1366 센터장 왼쪽이 대전1366 정현주 센터장
ⓒ 이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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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6대전센터는 여성폭력 위기전화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문제를 다룬다.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신변의 위험을 느낄 때, 아무 때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유관기관과 연계되어 있다는 게 큰 특징이다. 식사나 의료지원, 긴급피난처 등을 지원한다. 정부가 전문성을 인정받은 민간기관에 위탁해 운영한다.

대전의 경우 대전YWCA(대표 김정민, 이하 대전Y)가 운영한다. 상담 인원은 모두 17명. 2018년 한 해 동안 1만6044건을 상담했다. 폭력 유형은 가정폭력이 가장 많다. 모두 7818건. 전체 폭력 중 50%가 넘는다. 그다음이 심리 정서 1250건, 성폭력 1137건, 데이트 폭력 615건, 가족 문제 548건, 부부갈등 378건, 정신 문제 317건, 이혼 170건, 경제문제 94건, 중독 56건, 이주 지원, 성 상담 18건 순이다. (단순문의: 2154건, 기타 끊어짐 1273건 제외)
 
놀라운 점은 가정폭력 피해자 중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48.9%다. 정현주 센터장은 이 부분이 가장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돌아가는 순간부터 계속 또 맞는다는 걸 피해자들 모두 잘 알아요."

겨우 신발만 신은 채 때리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피해자를 긴급구조해 데려왔는데,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할 때 억장이 무너진다고. 이들이 돌아가는 이유는 명확하다. 살길이 없어서다. 아이가 어리거나 원가족이 피해자를 지지하지 않으면  그런 결정을 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그만큼 보호시설로 가겠다' 결심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피해자를 삼중고에 시달리게 하는 사회 탓이 크다. 남편에게 맞는 것도 억울한데, 가정폭력을 다루는 법률이 여성 입장을 대변 못 한다. 경제적 독립을 지원하는 정책도 미진하다.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맞았는데도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상담만 받아요. 이런 일이 집 밖에서 일어났다면 형사처벌을 받을 일이에요."

정 센터장은 가해자 처벌을 피해자에게 판단하도록 맡겨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남편을 처벌하겠다고 말하지 못해요. 법이 가정 보호에 치중을 하는데, 폭력에 더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합니다."

폭력의 악순환이 안 끊어지는 데는 가해자 처벌이 약한 이유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의자로 부인을 때리고 아이를 위협한 사람인데, 돈 잘 버는 능력 있는 가장이라고 말하는 사회 시선도 반드시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자녀와 살려고 집을 나간 건데 탈 가정이 아닌 가출로 표현하는 용어도 성평등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난해 1366대전센터는 가정폭력 피해자 자립을 돕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여성가족부가 시범 사업으로 전국에서 두 개 기관만을 선정했다. 1366대전센터도 그중 한 기관이다. 대전Y가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운영하면서 갖게 된 인프라와 경험을 높게 샀기 때문이라고.

"단체급식조리사 양성 교육을 했어요.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탄력근무로 취업을 많이 시키는 직업이거든요. 피해자 16명 중 8명이 취업을 했으니까 취업률은 괜찮은 편이었죠."

자립 욕구에 대한 변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우울감은 좋아졌다. 폭력피해자들은 대체로 우울감이 높고 자존감이 낮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힘을 내 한식 조리사 국가자격증을 딴 거잖아요.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굉장히 정서적 지원을 받았고요. 대개 폭력 피해자들은 낙인을 두려워하거든요. 이런 걸 티 내지 않고 지원받았던 경험, 내 노력으로 취업했다는 사실. 이런 것들이 이분들을 굉장히 기운 나게 했어요."

정 센터장은 취업률을 50% 이상 끌어올리기 위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을 발견했다. 대체로 이혼을 안 한 피해자들은 자신이 있는 곳을 남편이 알아낼까 두려워한다. 취업을 해 4대 보험 가입을 하면 신분 노출 위험이 생긴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법은 이를 금한다. 하지만 부부라는 말 한마디에 이 원칙이 무너질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취업을 안 하려고 한다. 이런 틈새를 보완할 제도적 실행이 필요하다.

보호 시설을 퇴소할 때 지원받는 금액도 현실에 맞게 조정되어야 한다. 지금은 500만 원을 지원받는다.

1366대전센터는 찾아가는 상담도 한다. 피해자가 전화하면 찾아간다. 상담 장소는 도움을 받아 집 근처 주민센터나 파출소 같은 관공서의 조용한 방이다. 상담원이나 피해자 모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찾아가는 상담은 갈수록 주는 추세다. 정현주 센터장은 이를 걱정했다.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간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1366대전센터 사무실을 찾았을 때 쇠문과 마주 서야 했다. 초인종을 누른 뒤 일일이 신분 확인을 한 뒤에야 들어갔다. 쇠문의 안과 밖은 10리 길 만큼 달랐다. 센터는 밝았다. 노란색 벽지, 은박 금박 위에 글자 하나하나를 새긴 '환영한다'는 문구. 이를테면 해바라기방처럼 방마다 걸려 있는 꽃 이름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따뜻함을 불어 놓는 곳이었다.

'폭력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는 했지만 아직도 말았다.'
'피해자가 떠돌아다니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폭력을 오래도록 당하다 보니 무기력하게 산다. 적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국립의료원이 생겼으면 좋겠다.'

오래도록 정현주 소장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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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담(多談) 대표이자 회고록 작가.아이오와콜롬바대학 겸임교수, (사)대전여민회 이사 전 여성부 위민넷 웹피디. 전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전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 여성권익상담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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