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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4월 13일.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촉구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2019년 4월 13일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촉구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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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발전에 일하던 청년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을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는 일하다 다치고 죽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언론에 보도조차 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있다. 대리운전, 퀵서비스, 학습지, 배달, 택배, 화물, 건설기계, 보험모집인 등 노동자이면서도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이 250만 명에 달하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일반 노동자 평균보다 낮은 저임금으로 생계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사고위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고객에 의한 폭언·폭행으로 인한 질병 등에도 산재보상조차 안 되는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2급 발암물질이라는 야간노동 반복

대리운전노동자들의 72.2%가 장시간 도보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으며 고객으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노동자들도 85.8%에 이른다. 또 불법으로 운행되는 셔틀을 타고 이동하다 매년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나 제대로 된 치료와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국제노동기구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야간노동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데 대리기사의 72.6%는 여유가 없어서 병원조차 가지 못하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해야 하는 퀵서비스, 배달 노동자들은 항시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절반은 운행 중 교통사고를 경험하고 운행 중이 아니더라도 절반이 업무상 재해를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퀵서비스와 배달노동자는 생계를 위하여 죽음의 위협에 방치되어 있다.
 
"학습지 교사의 90%가 여성이고 그 중 80%가 가임여성이며, 3kg 이상의 무거운 가방을 들거나 메고 가가호호 방문하는 업무로 인해 교사들 대부분이 최소 한 번 이상 유산을 경험했다."

"유산을 해도 다음날 수업을 해야 하기에 병원에서 하루 치료하고 바로 나와야 하며 아무런 보상도 없다."

- 학습지 노동자, 국회 특고증언대회 2013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69.9시간으로 법적 초과근로시간인 12시간을 훨씬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에 이틀에 한 번 꼴로 심야운행을 하는 화물노동자는 살인적인 장시간노동, 과도한 심야운행으로 졸음운전, 위험운전에 내몰리고 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승용차에 비해 4.3배나 높고, 특히 대형교통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승용차에 비해 3.1배나 높아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

화물노동자는 장시간노동, 심야노동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다. 심야노동으로 수면장애, 지속적인 피로, 위장관계 질환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으며, 장시간운행으로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등 화물노동자들은 건강상의 문제를 겪고 있다(화물노동자, 국회 특고증언대회 2013).

건설현장에서는 1년에 130명이 넘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재해를 입고 있는데 대부분 교통사고로 처리될 뿐이다. 연일 건설 현장에서 건설기계 사고로 인한 인명사고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그 책임은 대부분 건설노동자에게 돌아오고 있다. 건설사는 이윤만 챙겨갈 뿐 위험은 노동자에게 짊어지게 해 위험을 외주화 한다.
 
"주간 연재에 컬러만화 70컷. 하루에 12시간에서 13시간 정도를 그리는 거예요. 회사에 다니는 것처럼 중간에 담배 좀 피우고, 커피도 마시고, 그런 것 없이. 그런 시간 다 빼고 12시간, 13시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별도리가 없다. 요즘 말로 자신을 '갈아 넣는' 것은 기본이다. "어떤 만화를 보면 '이 작가 살아있나?' 이 생각을 해요" 과로사하진 않았냐는 것이다.
- 애니메이션 작가, '일다 19.06.20'
 

산업안전을 사용자에게 허락받겠다는 정부  

특수고용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보장의 필요성이 사회적 반향을 불러오자 정부는 일부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산재법을 특례로 적용하여 왔고 지난 10월 7일, 당정은 산재보험 확대적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확대적용을 해도 전체 75만 명 수준으로 전체 250만 명의 특수고용노동자의 25%에 불과한 수준인데다가 정작 고위험 군에 속해 있는 물류 배송기사를 제외하는 등 한계를 드러내었다.

이에 대하여 노동부는 업계 수용도와 보험관리 가능성을 고려하였다고 밝혔는데 이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노동권리인 산업안전을 사용자에게 허락을 받거나 행정 편의를 위하여 방치하겠다는 자백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적용범위 뿐만 아니라 적용방식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적용제외신청 제도'를 통해 사업주의 강압으로 현장에서 무력화 되고 있다. 아울러 대리운전과 퀵 서비스 노동자에게는 엄격한 전속성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20만 명으로 추정되는 대리운전기사의 경우 12명이 대상자이고 그 중 8명만이 가입한 기이한 상황인데 전체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적용률은 겨우 12.2%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적용제외신청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은 국회에서 수년째 잠자고 있고 시행령에 불과한 전속기준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서 가뭄에 단비와 같이 서울시의회에서 노동안전보건조례 제정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최근 확대되는 추세인 지방정부의 노동정책이 왜곡된 노동제도와 중앙정부의 부족한 정책을 채워 나간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동안 서울시는 이동노동 쉼터 설치와 취약계층의 산재 치료를 위한 병원비 지원과 간병수당 등의 시범 정책을 시행하여 왔는데 이제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편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한걸음 나아가야 할 때다.

이번 노동안전보건조례 제정으로 모든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우선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전면 적용하여야 하고 특히 기존의 산재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직군들에 대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최근 아무런 제도적 보호 장치 없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플랫폼 노동까지 범위를 확대하여 최소한의 사회적 권리인 건강하게 일할 권리에서 소외되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조례가 실효성을 갖추기 위하여서는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사업과 시가 발주하는 관급 공사에서 산재 예방을 위하여 노동조건 개선에 나서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많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하여 과중한 노동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산재발생의 주원인이기에 최소한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도록 노동조건을 개선하여야 한다.

아울러 대리운전과 퀵서비스 등은 정부의 방치 속에 제도자체가 없는 가운데 업종 자체가 황폐화 되어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데 부산시가 이동노동자 지원을 위한 조례제정에 나서고 있는 것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우버노동자들에 대한 주의회의 노력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확대되고 있는 플랫폼노동이 위험에 방치되지 않도록 플랫폼 산업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개입이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모범을 보이고 나아가 민간 부문에도 지방정부의 행정권한을 적극 활용하여 모든 현장에서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나아가 생존권 위기에 내몰려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제도가 있어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소위 '자발적 배제'라는 한계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실제 조례가 적용될 수 있도록 당사자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함께 고려되어야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두루누리'와 같은 사회보험 지원 제도로 확대 강화하면 효과적으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의무이다. 이번 서울시의회의 노력이 노동기본권이 부정된 채 생존권 위기에 내몰려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김주환 기자는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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