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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재해 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이 받은 제9회 진실의힘 인권상 상패
 산업재해 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이 받은 제9회 진실의힘 인권상 상패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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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2년째 국립재활원 컨설팅 프로그램 하나에 참여하고 있다. 국립재활원에서는 장애인보조기기 품질관리 사업도 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소규모 장애인보조기기 제작 업체 작업환경 개선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작업환경이 개선돼야 노동자들이 일하기 좋고, 이렇게 해서 향상된 작업성이 장애인보조기기의 품질도 높이고, 장기적으로 국내 제작 업체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서비스의 질을 관리하는 공적 기관에서 서비스 질 관리의 일환으로 관련 산업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작업환경을 개선한다는 발상이 고마웠다. 아직은 매우 적은 금액으로 소수의 업체만 지원하고 있지만,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직접 방문한 후 개선 대상 사업장을 선정하고 연말에는 평가도 함께 진행하는 과정을 안착시키려 노력 중이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 몇 가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크지 않은 재정적 지원도 업체에는 실질적 도움이 된 것이다. 올해 지원 받은 사업장 중 한 곳은 임시 작업대로 사용하던 목제 작업대가 흔들려 근골격계 부담과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 작업대를 2대 교체하고, 무거운 분진이 발생하는 기계에 덮개를 장치하고 해당 부위에 적합한 집진기를 설치하는데 500만 원 정도가 들었다. 영세 사업체에서는 간단한 환경 개선 사업조차 엄두를 내기 어려우리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전문적인 산업보건 개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 지원했던 업체 중 한 군데는, 지하에 위치해 환기가 잘 안 되는데 분진이 심해 노동자가 기침, 가래 같은 호흡기 증상까지 호소하고 있었다. 사업주가 방치만 한 것은 아니고, 몇 달 전 수백만 원을 들여 집진기와 배기 덕트(duct)를 설치했는데, 환기의 기초 정도만 아는 내가 보기에도 부적절해 보였다. 효과가 거의 없어 노동자나 사업주 모두 울상일 때 지원 사업을 알게 되어 배기 시스템을 다시 개선하였다.

마지막으로는 국립재활원의 영향력 때문에, 사업주들의 관심이 높다는 점이다. 다른 지원사업이나 품질관리 및 평가, 납품업체 선정 등이 있어, 이들 소규모 장애인보조기기 사업체들에는 국립재활원과 맺는 관계가 중요하다. 그래서 사업주들이 이 지원 사업에 갖는 관심과 참여도가 높다.

지원 업체 중에는 안전보건공단의 클린사업에 신청해봤거나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 업체도 있었지만, 작업환경 개선 자체를 처음 시도해보는 업체도 많았다. 공공기관이 가진 영향력이 직접 위탁이나 용역 관계를 맺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에까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작은 사례이기도 한 것이다.

서울시 노동안전보건조례에 거는 희망도 비슷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서울시 노동안전보건조례는 시 및 시 산하 투자 출연 기관 소속 노동자나, 그 위탁 업체 노동자뿐만 아니라 시 및 시 산하기관으로부터 보조금이나 인허가를 받아 운영되는 업체 소속 노동자도 포괄한다. 범위가 양적으로 상당히 넓어질 뿐 아니라, 그 동안 노동안전보건 문제에 관심을 가질 계기도 없고, 재정적 여력도 없었던 소규모 사업장이 포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지자체 보조금이나 인허가를 계기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자기 과제로 인식하게 되는 소규모 사업체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또, 실제로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경험해보는 과정이 소규모 사업장 사업주나 노동자에게 안전하지 못 하던 이전의 작업 환경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변곡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과정에서도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서울시가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란다.

첫 번째는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직접 산재 예방과 노동안전보건 지원을 하는 것이다. 현재 나와 있는 조례 안에서는 소규모 서비스 업종 및 소규모 IT 업계종사자, 50인 미만 사업장을 모두 직접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2018년 서울시내 전체 가입자 중 50인 미만 사업장의 가입자는 총 180여만 명으로 41.3%에 해당한다. 이 중 1/3 정도에 해당하는 5인 미만 사업장 60만 명의 노동자는 아예 근로기준법 적용이 안 되고, 대부분의 산업안전보건법도 적용 대상이 아니다.

조례가 만들어진 뒤에도 적절한 예산이 수립되어야 하겠지만, 이들 사업장 중 많은 경우가 법 제도적 사각지대라는 이유 뿐 아니라 재정적,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도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외면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물론 이 '지원'이 단순한 직접 재정 지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건강센터, 보건소 등과 기존 자원과 연계한 노동자 직접 서비스 제공, 노동안전조사관을 통한 관리 제공 등 다양한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두 번째는 포괄적, 전문적 사업 수행으로 효과적인 개입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단순히 돈만 내려보내거나, 위탁, 용역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하다 보면 비효율적으로 상황이 전개되기도 한다.

2016년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서울시내 공업계 고등학교 실습실 작업환경을 직접 측정하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후 서울시 교육청에서도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2년 전부터 직업계고 실습실 개선 사업에 상당한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 연구진이 제안했던 것처럼 교육청 차원에서 전문인력을 활용하여 개선 우선순위를 선정한 뒤, 모범 사례를 만드는 방식의 개선이 아니라, 개별 학교에 개선 지원금을 나눠주는 방식을 택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실습실 개선 의지는 있지만, 개선 우선순위를 판단하거나 적절한 개선 방안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어렵게 조성한 개선 자금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규모가 작고, 양이 적더라도 서울시가 계획 수립부터 집행과 평가까지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사업 수행이 필요하다. 그럴 때 서울시 전체 차원에서 포괄적인 평가가 가능하고, 좀 더 전문적이고 책임있는 개입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평가가 이후 사업 방향과 목적 등을 수립하는 데 의미있게 활용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노동보건영역 이외의 보조금과 지원 사업 등 지자체가 가진 폭넓은 영향력으로 소규모 사업장 사업주들을 노동안전보건 이슈에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구로디지털 단지 내에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 대상으로 사업을 시도하던 때, 사업주들을 대상으로 노동안전보건 기초 교육을 해 보고 싶었지만,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상황에서 사업주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다.

국립재활원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노동안전보건 영역' 이외의 측면에서 가진 영향력을 '노동안전보건 증진'을 위해 활용하는 방안이 이번 조례로 가능해지기를 기대한다.

이런 접근을 통해 지금까지 노동안전보건 사각 지대에서 웅크리고 있던 소규모 사업장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서울특별시 노동안전보건기준을 확보함으로써 일하는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안전·건강·보건을 증진·향상'한다는 이 조례의 목적이 단순히 노동, 일자리 관련 부처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시 행정 전반에서 자주 상기되고 유기적으로 연계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최민 기자는 직업환경의학전문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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