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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책
 내가 만든 책
ⓒ 김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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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지금까지 아이와 함께 한 이야기와 사진을 담은 책 88권을 만들었다.

"이야~ 언제 이런 걸 다 했어?"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이 사진책을 보며 놀라곤 하지만, 사실 별 거 아니다. 남양에서 제공해 주는 스토리북 메뉴에 들어가서 글을 적고 사진을 올리고 표지를 선택하면 끝나는 간단한 일이다.

한 권의 책은 최대 100p, 표지는 사진으로 해도 되고 기본으로 제공되는 그림을 해도 되지만 나는 커다랗게 사진을 넣었다. 처음에는 우리 갓난쟁이의 똥 상태나 똥을 싼 횟수 같은 건강 상태로 내용을 채웠다. 그러다가 아이가 좀 크자 똥은 알아서 잘 싸니 정서에 대해 쓰게 되었다. 기록을 하다보니 아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생겨 좋다.

아이가 클수록 나도 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처음엔 우리 아이의 어린 시절을 담으려고 시작한 책이지만 한 권 한 권 택배로 받을 때마다 성취감을 느끼며 그냥 내 책이 되어갔다.
 
내가 만든 책의 내용
 내가 만든 책의 내용
ⓒ 김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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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모든 것이 궁금하고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겨주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고충도 기록으로 남겨 우리 아이들이 커서 아이를 키울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욕심으로 책을 만들어갔다.

그러다보니 주객이 전도될 때도 있었다. 사진을 찍는다고 아이가 울어도 늦게 달려갔다. 아이를 위해 시작한 일이 변질되자 나는 이제 사진은 그만 찍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사진책을 한 권 만들고 우체국 택배 기사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설렘을 잊을 수 없어 다시 시작했다. 단, 아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면서 사진도 찍고 글도 쓰기로 했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보다 내 이야기가 쓰고 싶어져 내 생각을 의식의 흐름대로 썼다. 한 페이지에 실린 사진과 글이 따로 노는 것도 사진은 아이들 사진을 위주로 넣고 글은 내가 쓰고 싶은 생각을 마음대로 썼기 때문이다.

전문직이라 돈을 많이 벌면 돈을 써서라도 아이들을 맡기고 나갈 텐데 내가 나가서 벌어봤자 얼마나 벌겠다고 나가겠냐는 생각에 전업주부로 산 지 벌써 8년이다. 자존감도 떨어지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지고 현실감도 떨어지고 사는 게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나도 성취감이라는 걸 느끼고 싶어 작년에 한국사 자격증 공부를 했다. 작년엔 아이들이 아무 기관에도 가지 않고 나와 집에 있었다. 아이들과 하루 종일 있으면서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사진책을 함께 보는 것을 좋아하니, 사진책에 한국사 자격증 시험에 필요한 내용을 적었다.

나는 글을 보고 아이들은 사진을 보고 함께 하면서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했다. 그렇게 1급을 따고 성취감을 느꼈다. 이번에는 정보처리기사다! 필기는 한 번에 붙었지만 실기는 3번을 떨어져 내년에 다시 쳐야 한다.

그래도 매달 찾아보던 <해운대신문>에서 빅데이터 교육 강좌를 알게 됐고,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우게 되면서 나를 찾았다. 육아에 지쳐 잃어버린 나를 교육을 통해 찾았다.

나는 배우는 것이 좋다. 심장이 뛰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찾았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좋다. 그동안 재능이 없어서 못 쓴다고 생각했다. 졸작을 쓸 권리라니! 말도 안되는 말 같았지만 괜히 설레고 좋았다. 졸작을 쓸 권리? 그냥 내 인생을 내 맘대로 살 권리라고 읽었다. 내 현실은 생계형 맞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글을 쓰고 있다.

태그:#사진책, #스토리북, #무료출판, #육아일기,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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