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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에서 낙엽지는 가을
▲ 낙엽지는 가을  아파트 에서 낙엽지는 가을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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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가을이 깊어 가면서 아침 저녁 바람이 차가워지고 스산해지니 외로움이 가슴속을 헤집고 들어온다. 나뭇잎들은 단풍으로 물들어 잎들이 지기 시작하며 가지와 줄기를 듬성듬성 드러내기 시작한다. 모든 사물은 존재의 가치가 잊히려 할 때 더한 외로움이 찾아오는 듯하다. 사람도 외롭고 길거리에 떨어져 바람에 굴러가는 낙엽의 모습 또한 쓸쓸해 보여 동질감이 느껴진다.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과 떨어지는 낙엽은 가을의 상징이 되면서 나이 들어 찾아오는 쓸쓸함이 외로움이 되기도 한다. 봄이 오면 파릇한 새잎은 희망이었으며 여름날 무성했던 나뭇잎의 그늘은 사람과 새들과 모든 생물들에게는 편안한 쉼터였다. 가을은 또한 열매를 맺어 종족을 보전하는 역할을 해내고 나뭇잎의 삶은 소멸이 된다. 사라지는 낙엽은 곧 우리 인생과 닮은 꼴이다.

11월에 대해 법정 스님은 "뜰에는 찬 그늘이 좀 쓸쓸하지만 안으로는 중심이 잡히는 아늑하고 따뜻한 계절이다"라고 말씀 하셨다. 그 의미는 다가오는 다음 해를 맞이할 준비와 쉼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윤회 그런 의미는 아닐런지, 마음대로 해석을 해본다.

젊어서 활력 있던 삶에 분주함이 사라지면서 오는 쓸쓸함이 마음을 더욱 시리게 하는지도 모른다. 인생이란 때가 되면 소멸되고 생성되고 자연에 섭리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 살아가는 이치라고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지만, 계절의 변화에 따라 때때로 한 번씩 찾아오는 스산함과 외로움은 감당하기가 어렵다. 나는 유난히 가을이 오면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그러면서도 날마다 보내는 하루하루의 지나가는 시간이 소중하기만 하다. 잠깐 쉴 수 있는 시간도 성장을 위해 멈추지 않고 노력하며 시간을 아낀다. 필요 없이 보내지는 시간은 내 삶에서 소멸된다는 생각에 항상 최선을 다하려 한다.

때때로 어느 날 '왜 너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자신에게 물어보며, "만다꼬"라는 김하나 작가의 말이 생각나 마음이 꺾일 때도 있지만, 인생이란 자기만이 만들어 가는 자신의 역사가 아닌가. '열심히 살지 않으면 뭐 할 건데?'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가면 되는 거지, 선택은 자유이니까.

정호승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강연을 들으면서 내 마음이 이 시 안에 다 있구나, 감탄을 하고 말았다. 전율이 느껴졌다. 요즈음 느껴지는 내 감정을 그대로 대변이라도 해주는 듯했다. 마음을 울리는 시를 여기 옮겨 본다.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말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쓰윽 어루만지며 달래주는 듯 마음이 포근해지는 시어들이다. "갈대 숲에 검은 새도 너를 보고 있다"라는 말이 더 마음을 울린다. 때론 모두 나를 잊고 사는 듯한 허탈감, 모두가 외롭다고 한다. 자녀들에게서 정말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린다. 모두가 사느라 바쁘고 자녀와 가정을 돌보느라 부모를 저 멀리 밀쳐 놓고 살 수밖에 없다.

'딸들에게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말자' 하며, 살아가야 한다. 나도 한때는 내 삶의 굴레 안에서 자녀들과 정신없이 사느라 부모의 안부를 자주 묻지 못했다. 지난 세월들을 되돌아본다. 인생은 돌고 돌아 처음과 끝도없이 반복되며 살아 가는 게 삶의 진리이다. 자녀들도 나이 들어가면서 그 쓸쓸하고 외로움에 대해 알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태그:#가을, #낙엽,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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