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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섬진강변의 도깨비마을 풍경. 나무 위에 지어진 나무집이 눈길을 끈다.
 곡성 섬진강변의 도깨비마을 풍경. 나무 위에 지어진 나무집이 눈길을 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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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랑 맘껏 뛰놀고 싶어요. 엄마 없는 곳에서" 어린이들한테 '무엇을 하고 싶냐',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물으면 곧바로 돌아오는 대답이다. 십중팔구는 그렇다.

그런 곳이 있다. 지난 11월 5일 전남 곡성의 섬진강 도깨비마을. 한 무리의 어린이들이 섬진강변에 있는 도깨비마을 입구에 모였다. 곡성 고달초등학교 5·6학년 학생 30여 명이다.

먼저 친구들끼리 두 손을 맞잡고 만든 '숲대문' 놀이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가볍게 맨손체조로 긴장된 몸을 풀고 숲체험 교사를 따라 섬진강변의 도깨비공원 전망대에 올랐다.

섬진강을 내려다보며 듣는 마천목 장군과 도깨비살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운다. 도깨비 이야기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오늘 하루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로 부풀어 오른다.
 
도깨비마을로 가는 숲길 산책로. 숲 군데군데에 뱅싯이 웃음 짓게 하는 조깨비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도깨비마을로 가는 숲길 산책로. 숲 군데군데에 뱅싯이 웃음 짓게 하는 조깨비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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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살려 주세요" 도깨비마을로 가는 숲길에서 만난 조형물이 웃음을 자아낸다.
 "한 번만 살려 주세요" 도깨비마을로 가는 숲길에서 만난 조형물이 웃음을 자아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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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마을로 가는 숲길. 산책로를 걸으며 도깨비 관련 퀴즈 맞추기를 한다. 도깨비의 뿔은 몇 개일까? 도깨비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산초 같은 향이 나는 식물을 숲길에서 찾아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하늘거울을 하나씩 들고 나무 위 하늘과 발 아래 땅만 쳐다보며 걷는 것도 신기하다.

"와! 하늘이 보인다. 멋있어."
"니 발이 코끼리 같아."

숲길에서 만나는 도깨비 조각상은 덤이다. 하나같이 뱅싯이 웃음 짓게 하는 도깨비들이다. 도깨비와 금세 친해진다. 도깨비마을에 도착한 아이들은 체험교사의 얘기를 듣고 두 팀으로 나뉜다. 색줄을 바닥에 펴 빙고판을 만들고 빙고 놀이를 한다. 재료는 메리골드, 천일홍 등 자연에서 얻은 꽃이다.
    
곡성 고달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5일 도깨비 놀이터에서 짚라인과 나무그네를 타면서 놀고 있다.
 곡성 고달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5일 도깨비 놀이터에서 짚라인과 나무그네를 타면서 놀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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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발 손수레에 친구를 태우고 이어달리는 경주도 재밌다. 수레에 올라타기보다 수레를 끄는 걸 더 선호한다. 모래판에서 모래를 갖고 놀고, 나무로 만든 굴삭기를 이용해 모래를 퍼 옮기기도 한다.

도깨비놀이터에서 나무그네나 짚라인을 타는 것도 짜릿한 쾌감을 안겨준다. 나무그네도, 짚라인도 모두 나무를 이용해 설치돼 있다.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 어느 때보다도 신이 난 표정이다.

짧은 점심시간이지만 길게만 느껴지는 어린이들이다. 점심을 먹기가 바쁘게 숲으로 달려간다. 오후시간은 숲에서 자연물을 이용해 나무집을 짓기로 했다.
    
숲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숲속에서 나무집을 지으려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줄로 묶고 있다.
 숲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숲속에서 나무집을 지으려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줄로 묶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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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으로 나무를 붙잡고 오른손으로 톱질을 하는 석진이의 표정이 사뭇 비장하다. 나무기둥을 하나씩 세우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작은 나뭇가지를 올리는 다른 친구들의 손길도 분주하다. 기둥과 나뭇가지를 줄로 묶는 현경이와 혜선이의 손놀림도 진지하다.

"가만히 보고 있는 것보다 뭔가 하는 게 중요해. 애들아! 이것 써."

옆에서 같이 나무집을 짓던 학교 담임 선생님의 얘기다.

"내가 여기 묶을게."
"이 막대는 짧네. 길이가 안돼."
"이건 자르지 않고 써도 되겠어."

나무와 나뭇가지를 갖고 즐겁게 노는 사이, 숲속에 근사한 나무집이 만들어지고 있다. 처음에 나무집을 짓는다고 할 때만 해도, 과연 지을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톱질을 해 나무를 자르고, 기둥을 세우고, 나무를 엮고, 실로 묶어 고정하고, 나뭇가지로 지붕과 벽을 꾸미는 데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을 했다. 서로 배려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나무집을 만들어갔다.
  
숲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숯불을 중심으로 모여앉아 소시지와 떡을 굽고 있다.
 숲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숯불을 중심으로 모여앉아 소시지와 떡을 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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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숯불에 굽는 소시지와 가래떡.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학생들이 숯불에 굽는 소시지와 가래떡.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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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쪽에선 다른 어린이들이 돋보기를 이용해 태양 빛을 모아 종이에 불을 붙이고 있다. 오래 전 초등학교에 다닐 때 고무신에 구멍을 내던 그 모습 그대로다. 태양빛을 모아 불을 붙인 종이를 아궁이로 옮겨 마른 나뭇잎에 불을 붙이고, 그 위에 장작을 올려놓는다. 가마솥에는 고구마가 들어있다.

숯불을 가운데에 두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떡과 소시지를 구워먹는다. 꼬챙이를 한두 개씩 든 어린이들의 얼굴이 환하다. 불에 구워먹는 귤이 맛있다며, 귤을 꼬챙이에 끼워 굽기도 한다.

낮은 계곡에 걸쳐놓은 통나무 위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는 친구도 보인다. 외나무다리 위의 대결이다. 시나브로 친구들이 모여 응원을 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원숭이처럼 나무를 타고 올라 나무 위 그물망에서 노는 친구들도 있다. 나무에 매달아 놓은 외줄을 타며 타잔 흉내를 내기도 한다. 나무 위에 지어놓은 나무집에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며 사색에 잠긴 어린이도 보인다.

수북한 낙엽이 바닷가 모래라도 되는 양, 낙엽을 온몸에 덮고 '낙엽찜질'을 하는 친구도 있다. "편안한 침대 같다"는 게 '낙엽인간' 상수의 말이다.
  
어린이들이 나무에 오르고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엮어서 만든 그물망에서 놀기 위해서다.
 어린이들이 나무에 오르고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엮어서 만든 그물망에서 놀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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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서 '낙엽찜질'을 하고 있는 김상수 어린이. 쌓인 낙엽이 침대처럼 편안하다고 했다.
 숲속에서 "낙엽찜질"을 하고 있는 김상수 어린이. 쌓인 낙엽이 침대처럼 편안하다고 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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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갖고 노는 아이가 한 명도 없다. 휴대폰을 생각할 겨를도 없어 보인다. 한없이 싱글벙글 즐겁기만 하다. "벌써 끝나요? 더 놀면 안돼요?", "겁나 재밌어요" 아이들의 이구동성이다.

아이들이 신나게 보낸 하루는 섬진강 도깨비마을과 함께하는 숲체험 프로그램이다. '숲속에서 살아남기'를 주제로 튼튼한 몸과 건강한 마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체험공간은 도깨비숲과 다람쥐숲, 부엉이숲이다.

언뜻 보면 어린이들이 마냥 신나게 노는 것만 같다. 하지만 놀면서도 서로 배려하고 챙기는 모습을 보인다. 자연스레 협동심과 집중력을 익힌다. 살아있는 체험이고 교육임을 실감한다.
  
도깨비마을의 숲속 여기저기에 지어져 있는 나무집. 도깨비마을은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섬진강변에 있다.
 도깨비마을의 숲속 여기저기에 지어져 있는 나무집. 도깨비마을은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섬진강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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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도깨비마을, #숲체험, #숲체험프로그램, #숲에서 살아남기,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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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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