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비토리아 에스타지우 클레베르 안드라지 경기장에서 열린 'FIFA U-17 월드컵' 대한민국 대 멕시코 8강 경기. 1 대 0 대한민국의 패배로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10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비토리아 에스타지우 클레베르 안드라지 경기장에서 열린 'FIFA U-17 월드컵' 대한민국 대 멕시코 8강 경기. 1 대 0 대한민국의 패배로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 한 번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어린 태극전사들은 이미 '위대한 승자'였다. 김정수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7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각) 브라질 비토리아의 에스타디오 클레버 안드라데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접전 끝에 0-1로 패했다.

김정수호는 전반까지 경기 주도권을 가지고 멕시코를 몰아붙였다. 대표팀은 8강에서 숙적이자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을 압도했던 멕시코를 상대로 내용상 전혀 밀리지 않았다. 전반 14분 아쉽게 골대를 맞고 나온 최민서의 슈팅이 성공했다면 흐름은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후반들어 체력 저하와 함께 집중력이 흔들린 게 아쉬웠다. 후반 31분 교체투입된 멕시코의 알리 아빌라에게 뼈아픈 결승 실점을 내주면서 결국 4강 진출은 수포로 돌아갔다.

사실 이번 대회 시작 전만 하더라도 U-17 월드컵 대표팀은 국내에서조차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이전 대회의 손흥민(토트넘, 2009년), 이승우(신트트라위던, 2015년)같은 스타급 유망주도 없었을뿐더러 올해 열린 U20 월드컵 준우승을 기록한 20세 이하 대표팀만큼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아예 U-17 월드컵이 열리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김정수호는 조별리그 C조에서 프랑스에 1-3으로 패했지만 아이티(1-0)와 칠레(2-1)를 제압하고 2승 1패로 조 2위를 차지하며 16강에 올랐다. 토너먼트에서는 앙골라를 1-0으로 제압하고 10년 만에 8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서정원, 노정윤, 신태용 등이 활약한 1987년 캐나다 대회, 손흥민이 포함된 2009년 나이지리아 대회에 이어 역대 3번째이자 최고 성적 타이 기록이었다. 심지어 이번 대표팀은 지난 U20 월드컵 골든볼 수상자 이강인(발렌시아)같이 특출한 에이스도 없는 상태로 이룬 성과였기에, '개인보다 위대한 팀'의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평가다.
 
 10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비토리아 에스타지우 클레베르 안드라지 경기장에서 열린 'FIFA U-17 월드컵' 대한민국 대 멕시코 8강 경기. 1 대 0 대한민국의 패배로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10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비토리아 에스타지우 클레베르 안드라지 경기장에서 열린 'FIFA U-17 월드컵' 대한민국 대 멕시코 8강 경기. 1 대 0 대한민국의 패배로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정수호의 선전이 계속되면서 자연히 축구팬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멕시코와의 8강전은 지상파 3사가 동시에 생중계할 정도였다. 새로운 한주를 여는 월요일 아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축구팬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김정수호의 선전을 열렬히 응원했다.

비록 4강진출이라는 역사는 이루지 못했지만 한국은 이번에도 세계 규모의 연령대별 대회에 참가한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 6월 U-20 월드컵에 이어 U-17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한국축구의 밝은 미래'를 확인한 것도 하나의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축구는 최근 10여년간 연령대별 대회에서 꾸준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 8강을 비롯하여 2014-2018 아시안게임 2연패, 2016 리우올림픽 2연속 8강, 2019 U20 월드컵 준우승, 2019 U17 월드컵 8강 등 거의 모든 연령대별 대회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특정 대회의 일회성 성적으로 끝난게 아니라 연속성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더 의미가 크다. 최근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낸 유망주들이 차근차근 더 높은 레벨의 대표팀으로 승격하며 한국축구의 주축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기성용, 구자철, 김영권 등으로 대표되는 '런던 세대'가 10년 가까이 성인대표팀의 중추로 활약했고, 현재는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김진수 등 '90년생 세대'가 그 바통을 물려받았다. 여기에 U20월드컵의 주역 이강인을 비롯하여 백승호, 정우영, 오세훈 등 차세대들이 착실하게 성장중이며 일부는 벌써 성인대표팀에 승선했을만큼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한 선수만이 아니라 국내 지도자들의 경쟁력을 보여준 것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2002년의 히딩크 신화 등으로 인하여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지도자 만능론'이 대세를 이루고 국내 지도자들의 자질과 역량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빛나는 성과를 이룬 고 이광종 감독, 김학범 감독, 정정용 감독, 김정수 감독 등은 모두 실력과 성과로 국내 지도자들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켰다.

이들 중 대부분이 현역 시절 스타플레이어나 유명세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유소년 축구 전문가로서의 풍부한 경험, 개성 넘치는 젊은 선수들의 심리를 잘 이해해줄수 있는 포용력, 세계 수준의 대회에서도 전술-전략적인 면에서 크게 뒤처지지 않는 창의성 등은 오늘날 성공한 한국축구 지도자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덕목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 축구는 안팎으로 큰 호재를 맞이하고 있다. 각급 대표팀들의 연이은 선전속에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 등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 침체되었던 K리그의 인기몰이 등으로 인하여 모처럼 한국축구가 중흥기를 맞이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현재의 성과에 안주해서도 안된다. 아직 어린 유망주들의 경우는 어떻게 관리하고 육성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모처럼 찾아온 한국축구의 새로운 '황금세대'를 화려하게 꽃피우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성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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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호 U17월드컵 멕시코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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