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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사퇴 선언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사퇴 선언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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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개표 조작' 의혹에 휘말린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거센 반정부 시위 20여 일 만에 사퇴를 선언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각) 모랄레스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라며 "의회에 사임 서한을 보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형제들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라고 호소했다.

앞서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 10월 20일 대선에서 야당 후보인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을 제치고 4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메사 후보보다 지지율이 크게 낮았던 모랄레스 대통령이 예상을 뒤엎고 당선되자 볼리비아 국민들은 개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개표 과정에서도 여러 조작 정황이 드러났다. 선거를 관리하는 최고선거재판소(TSE)가 실시간으로 개표 상황을 공개하다가 돌연 개표가 24시간 넘게 중단됐다. 개표 중단 전까지 메사 후보에 7%포인트 안팎으로 앞서던 모랄레스 대통령은 개표가 재개되자 2차 투표를 치르지 않아도 되는 10%포인트 이상으로 격차를 벌리면서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시위가 격화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주요 대도시가 사실상 마비됐고, 대선을 참관한 미주기구(OAS)가 "개표 과정에 명백한 조작이 발견됐다"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여론은 급격히 기울었다. 

끝까지 버티겠다던 모랄레스 대통령은 시위대가 국영 방송을 장악하고 대통령 경호부대까지 시위에 동참하자 결국 대선을 다시 치르기로 하고 14년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기에 이르렀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가 발표되자 시위대는 대통령궁 앞으로 몰려가 "이제 볼리비아는 자유롭다", "볼리비아는 존중받아야 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뻐했다.

경제호황 이끈 모랄레스, 스스로 발목 잡은 '장기 집권' 

코카잎 농장에서 일하며 소외 계층 인권 운동을 하다가 정치에 입문한 모랄레스 대통령은 사회의주의운동당(MAS)을 이끌고 2005년 원주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볼리비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볼리비아의 체 게바라'로 불리며 에너지 산업 국유화, 해외자본 유치, 사회복지 확대 등 과감한 개혁 정책을 펼친 덕분에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볼리비아의 경제 호황을 이끌었다. 

또한 쿠데타와 독재가 난무하던 볼리비아는 정치적 안정까지 누렸고, 모랄레스 대통령은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3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더 이상 연임이 불가능한 모랄레스 대통령은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4선에 도전해 장기 집권을 시도했고, 정부 관료들의 부패 스캔들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쌓여갔다.

온갖 의혹과 논란 속에 대선 승리를 선언했으나,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야권은 물론 군·경 수장까지 즉각 사퇴를 요구하자 결국 받아들였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쿠바의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 등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폭력적이고 비겁한 도전"이라며 "우리의 형제에 대한 쿠데타를 비난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 #대선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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