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이 6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라이코 미티치 경기장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4차전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손흥민(토트넘)의 모습. ⓒ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토트넘은 10일 오전 12시(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 홈 경기에서 손흥민의 리그 3호골에도 불구하고 1-1 무승부에 그쳤다. 최근 리그 5경기 연속 무승이다.

승점 1점 획득에 그친 토트넘은 3승 5무 4패(승점 14)째를 기록, 뉴캐슬에 밀리며 리그 12위로 주저앉았다. 아직 12라운드를 치르지 않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울버햄튼이 승리를 거둔다면 토트넘의 순위는 더욱 내려앉게 된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리그 4위에 이어 UEFA 챔피언스리그서 사상 최초로 결승 무대까지 오르는 등 인상적인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선수 영입이 단 한 명도 없이 이룬 성과였기에 더욱 돋보였다. 올해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비롯한 지난 시즌 핵심 전력이 대부분 건재한데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인 5380만파운드(약 805억원)를 들여 올림피크 리옹(프랑스)의 미드필더 탕귀 은돔벨레를 영입했다. 더구나 올해는 공들여 완공한 신축 홈구장에서 본격적으로 치르는 첫 시즌이었다. 표면적으로는 기대치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작 이번 시즌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강팀들은 물론이고 중하위권 팀들을 상대로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먼저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에 무너지며 비기거나 역전패를 당하는 모습이 벌써 수차례나 반복되고 있다.

토트넘의 부진은 역시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떨어졌다는 것을 꼽을수 있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처음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할때만해도 리그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팀이었지만 올 시즌에는 평균연령이 27세 243일로 리그에서 5번째로 나이가 많은 팀이 되어버렸다. 주축 선수들이 몇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반면, 적극적인 외부 영입이나 젊은 피 육성을 통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실제로 해리 케인,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토비 알데베이럴트, 에릭 라멜라, 휴고 요리스 등은 이미 손흥민이 합류하기 전부터 수년째 토트넘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주축 선수들이 한 팀에서 오랜 시간 함께 뛰면 조직력이 더 좋아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쉽다.

계약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에릭센은 끊임없이 빅클럽 이적설이 거론되는 가운데 경기에는 나서고 있지만 1~2년 전의 번뜩이는 창의성이나 개인기를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기량 하락보다는 의욕 상실에 따른 심리적인 문제가 더 커보인다. 한때 영국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던 델레 알리도 최근 성장이 정체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영국 현지언론으로부터 자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설상가상 요리스와 라멜라는 부상에 시달리며 전력에서 이탈해 있다.

포체티노 감독의 선수 장악력과 용병술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토트넘은 기본적으로 4-2-3-1 포메이션을 쓰고 있는데 토트넘의 선수구성과 전술이 몇 년째 상대팀에게 충분히 노출된 상황이라 위력이 감소되는 것을 피할수 없다.

과거의 포체티노 감독은 상황에 따라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다양한 전술을 구사했지만 현재의 토트넘 선수층으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기도 하다 몇 년째 카일 워커(맨시티) 키이런 트리피어(아틀레티코) 등 주축 선수들의 이적에 비하여 보강이 지지부진했던 풀백은 이제 토트너 수비의 최대 약점이 되어버렸다. 선수들의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3~4년전과 달리 젊은 선수들의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가담과 전방위 압박의 강도도 크게 떨어졌다.

토트넘은 10월 이후 해외 클럽을 상대하는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제외하면 리그에서는 멀티골 경기가 전무하다. 그나마도 조직적인 움직임에 의하여 만든 골이라기보다, 손흥민같은 특정 선수의 개인능력으로 만들어내는 골의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건 좋지않은 징조다.

물론 근본적인 책임은 선수나 감독보다 투자에 인색한 구단에 있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토트넘의 클럽 위상이 급상승했지만 그 규모에 걸맞게 주축 선수들의 가치를 인정해주거나 새로운 외부 영입으로 경쟁구도를 활성화하는 노력에는 인색했다. 토트넘은 몇 년간 계속된 호성적에도 정작 우승컵은 단 한 개도 들지못했다. 구단의 대우나 미래 비전에 불만을 느낀 주축 선수들은 팀을 향한 충성심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토트넘 팬들에게는 손흥민의 변함없는 활약이 한가닥 위안이 되고 있다. 손흥민은 올해 팀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벌써 8골(프리미어리그 3골, 챔피언스리그 5골)을 기록하며 군계일학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7일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4차전에서 멀티골을 꽂은 이후 셰필드전까지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즈베즈다전에서 차범근(121골)의 유럽무대 한시즌 최다골을 경신했던 손흥민은 다시 리그 3호골로 자신의 통산 기록을 124골까지 늘렸다.

지난주 에버턴과의 리그 경기에서 안드레 고메스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안긴 백태클 사건 이후 심리적으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마음을 추스르고 변함없는 활약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손흥민의 강인한 멘탈을 확인할수 있다. 현지에서도 손흥민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과 즈베즈다전 득점 이후 고메스를 향한 '사과 세리머니' 등을 두고 손흥민의 프로다운 자세를 호평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손흥민의 '소년가장' 활약에도 불구하고 팀은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승권은 고사하고 몇 년간 지켜온 챔피언스리그 티켓(4위까지)도 지켜내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어쩌면 이제 토트넘이라는 둥지가 '전성기에 접어든 손흥민'을 담아내기에는 이제 너무 작은 그릇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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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3호골 토트넘 다니엘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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