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한 안치홍은 간혹 실력에 비해 불운한 선수 혹은 운이 따르지 않는 선수로 평가받기도 한다. 사실 프로 데뷔 첫해 KIA 타이거즈의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던 고졸 신인 안치홍은 불운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2009시즌 서울고를 졸업하고 KIA에 입단하자마자 팀의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안치홍의 데뷔 당시 KIA는 주전 2루수를 담당하던 김종국의 노쇠화에 따른 기량 하락으로 새 얼굴을 찾는 시기였다.
 
 시즌 후 FA 자격을 취득한 안치홍

시즌 후 FA 자격을 취득한 안치홍 ⓒ KIA 타이거즈

 
리빌딩의 바람과 함께 고졸 루키 안치홍은 주전으로 1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는 행운을 얻었다. 또, 리빌딩을 위해 시즌에 돌입했던 KIA는 당시 LG와의 트레이드로 그해 MVP가 되는 김상현을 영입하는 등 행운이 겹치며 정규리그 우승을 따냈다. 안치홍이 데뷔 시즌에 정규리그 풀타임과 한국시리즈를 우승반지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실력도 중요했지만 행운도 많이 겹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안치홍의 행보는 묘하게 꼬이고 말았다. 2014시즌 타고투저의 바람과 함께 장타력이 신장된 안치홍은 18홈런과 0.544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개인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치홍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발탁되지 못했다.

내야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기 힘들다는 것이 미발탁의 이유였지만, 대다수 야구팬들이 갸우뚱했던 선택이었다. 안치홍은 동기인 김상수를 포함해 비슷한 나이대 선수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을 지켜본 후 쓸쓸히 경찰청에 입대해야 했다.

그리고 2016시즌 중 경찰청에서 제대한 안치홍은 성공적으로 KBO리그에 복귀했다. 통합우승을 차지한 2017시즌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3할-20홈런 돌파에 성공했다. 특히, 2018시즌에는 118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KBO리그 최고 2루수하면 안치홍의 이름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당연할 정도였다.

※ 2012시즌 이후 안치홍 주요 기록
 
 2012시즌 이후 안치홍의 주요 기록(출처=야구기록실 KBReport.com)

2012시즌 이후 안치홍의 주요 기록(출처=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하지만 2019시즌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으로 인해 리그 대부분 타자들의 홈런 갯수와 장타력이 떨어졌는데, 안치홍 역시 이 영향을 직격으로 받은 것이다. 2년 연속 5할을 넘기던 장타율은 4할대(0.412)로 떨어졌고, 시즌 홈런 갯수도 5개로 확 줄고 말았다.

안치홍 개인으로서 더 안타까운 것은 첫 FA 자격을 얻은 시점이다. 만약 2년 연속 20홈런을 돌파하고 118타점을 기록했던 2018시즌 이후 FA로 풀렸다면, 안치홍은 FA 대박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 정도의 장타력을 가진 2루수는 리그 전체에서도 귀한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정근우가 2014년 한화에 이적하며 받았던 2루수 최고 계약 금액인 4년 70억을 넘길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2019년 투고타저의 영향을 받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싸늘해진 시장의 흐름을 보면 안치홍이 정근우의 2루수 최고 계약 금액을 경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안치홍에게는 떨어진 장타력 이외에 걸림돌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예전같지 않은 2루수 수비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그것이다.

서울고 시절 유격수로 활약했던 안치홍은 프로 데뷔 초창기만 해도 날렵한 몸놀림을 통해 좋은 수비를 보였던 내야수였다. 그러나 최근 장타력을 의식해 체중 증량을 한 탓인지 과거에 비해 수비력이 저하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안치홍이 2루 수비를 포기하고 1루수로 전향을 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안치홍의 올해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가혹한 평가일 수 있다. 안치홍은 시즌 내내 오른 손 중지 부상을 포함해 크고 작은 잔부상에 시달렸다. 타격할 때는 물론이고 수비 시 공을 잡을 때도 오른손이 울려 힘들어했다고 한다.

4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도전하는 팀의 핵심 선수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부상을 참고 뛴 것이다. 정상적인 몸상태로 시즌을 치른 것이 아니기에 비시즌 휴식을 통해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하고 나면, 공수에서 예년의 모습을 회복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첫 FA 계약을 앞둔 안치홍

첫 FA 계약을 앞둔 안치홍 ⓒ KIA 타이거즈

 
올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하긴 했지만 안치홍은 여전히 매력적인 2루수다. 장타력이 저하됐다고 해도 센터라인 내야수로 안치홍의 공격력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올 시즌 규정타석을 채운 2루수 중 안치홍이 기록한 0.792보다 높은 OPS를 기록한 선수는 NC 박민우(OPS 0.836) 뿐이다.

프로에 입단 이후 바로 주전을 꿰차며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던 안치홍이지만 커리어에서 전환점이 될 만한 순간마다 묘하게 어긋나며 불운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과연 그랬던 안치홍이 첫 FA 계약에서는 불운을 떨쳐낼 수 있을까? 이번 겨울 안치홍의 최종 행선지와 계약 규모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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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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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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