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위력적인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프리미어12의 첫 단추를 잘 채웠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조별리그 C조 첫 경기에서 7안타를 때려내며 호주를 5-0으로 제압했다. 앞서 열린 캐나다와 쿠바의 경기에서는 캐나다가 8이닝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선발 필립 오몽의 호투에 힘입어 쿠바를 3-0으로 꺾었다. 한국과 캐나다는 7일 조별리그 2번째 경기에서 격돌한다.

한국은 선발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6이닝 동안 1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호주 타선을 압도하며 산뜻한 대회 출발을 알렸다. 타석에서는 주장 김현수(LG 트윈스)가 2회 결승 적시타를 포함해 2안타 1볼넷을 기록했고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2루타 2개, 9번타자로 출전한 허경민(두산 베어스)도 멀티히트로 1타점을 기록하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양현종의 압도적인 투구 속 호주 원투펀치 무너트린 한국
 
 양현종

양현종 ⓒ 연합뉴스

 
한국 야구는 고척돔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바로 고척돔에서 열렸던 2017년 제 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이스라엘, 네덜란드에게 연패를 당하며 탈락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야구팬들은 2년 8개월 전의 쓰린 실패를 '고척돔 참사'로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회 조별리그는 고척돔에서의 아픈 기억을 씻어 버릴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2016, 2017 시즌 홈런왕이자 올해도 정규리그에서 29홈런 99타점을 기록하며 주전 3루수로 낙점 받았던 최정(SK 와이번스)이 훈련 도중 다리에 통증을 느껴 허경민이 선발 3루수로 출전했다. 김경문 감독은 기동력이 좋은 박민우(NC다이노스)와 김하성(키움), 이정후를 상위 타선에 전진 배치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상황에 따라 '스몰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계산이었다.

호주전에 선발 등판한 한국의 에이스 양현종은 1회 투구에서 삼진 2개를 곁들이며 호주의 상위타선을 가볍게 처리했다. 한국도 1회말 공격에서 2사 후 이정후가 2루타를 치고 출루했지만 박병호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선취점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우익수플라이와 3루 땅볼로 물러난 박민우, 김하성의 타구 역시 배트 중심에 잘 맞으며 한국 타자들도 썩 나쁘지 않은 타격감을 뽐냈다.

그리고 한국의 좋은 타격감은 2회 선취점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2회말 공격에서 김재환(두산)의 볼넷과 양의지(NC)의 땅볼로 만든 1사 2루 기회에서 김현수와 민병헌(롯데 자이언츠)의 연속 적시타로 2점을 선취했다.

호주는 3회부터 투수를 앤서니 애서튼에서 좌완 스티븐 켄트로 교체했지만 한국은 투수가 바뀐 후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한국은 3회말 김하성의 볼넷과 이정후의 연타석 2루타, 호주의 실책을 묶어 스코어를 3-0으로 벌렸다. 3회까지 퍼펙트 투구를 이어가던 양현종은 4회 1사 후 로버트 글랜디닝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지만 티모시 케넬리와 미첼 닐슨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며 처음으로 내보낸 주자를 잔루로 만들었다.

한 달 보름 만에 등판한 양현종, 6이닝1피안타10K '완벽투'

한국은 2회 2득점,3회 1득점 이후 5회까지 추가득점이 나오지 않았지만 양현종의 눈부신 호투가 이어지면서 한국 벤치가 긴장할 만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6회 선두타자 데이비드 칸달라스의 타구가 그나마 배트 중심에 맞긴 했지만 좌익수 김현수의 키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한국은 6회말 공격에서 2사 후 허경민의 중전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으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은 7회부터 이영하(두산)를 투입해 불펜을 가동했다. 점수차가 4점이나 벌어진 경기에서 굳이 양현종에게 많은 이닝을 맡길 필요도 없었고 불펜 투수들의 점검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영하가 등판해 7회를 삼자범퇴로 가볍게 막은 한국은 8회 이용찬이 등판해 역시 세 타자로 간단히 이닝을 마무리했다. 김경문 감독은 9회 원종현(NC)과 박세혁(두산)으로 배터리를 교체해 삼진 2개를 곁들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두산의 조쉬 린드블럼이 전반기를 15승1패 평균자책점 2.01로 끝낼 때만 해도 린드블럼의 ' 트리플크라운'은 매우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린드블럼이 후반기 10경기에서 5승 2패 ERA 3.48로 주춤하는 사이 양현종은 9경기에서 6승 무패 ERA 0.72로 무섭게 질주하면서 린드블럼을 제치고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했다. 린드블럼이 선발 투수가 딸 수 있는 대부분의 타이틀(다승, 승률, 탈삼진)을 휩쓴 가운데 양현종이 유일하게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지킨 셈이다. 

양현종의 올 시즌 마지막 등판은 9월 17일 NC전(5이닝 2실점)이었다. 마지막 등판 이후 한달 하고도 보름 정도의 실전공백이 있었다는 뜻이다. 올해도 4월까지 5패 ERA 8.01로 부진했던 양현종은 휴식보다는 꾸준한 등판 속에서 자신의 컨디션을 찾아가는 유형의 투수다. 따라서 시즌이 끝난 후 프리미어 12 호주전까지 한달 반의 공백이 조금은 불안하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부질없는 걱정이었다. 양현종은 6회까지 67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탈삼진 10개를 잡아내는 위력적인 투구로 호주 타자들을 완벽히 압도했다. 4회 1사 2루로 득점권에 주자를 진루시킨 게 이날 양현종의 유일한 위기(?)였다. 실제로 호주는 이날 양현종을 상대로 내야 안타 1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번 대회를 이끌어야 할 김경문호 에이스의 컨디션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2019 프리미어12 호주 양현종 김현수 이정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