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제25회 제네바국제영화제에서 공로상격인 '필름 앤 비욘드상'을 수상했다.

박찬욱 감독이 제25회 제네바국제영화제에서 공로상격인 '필름 앤 비욘드상'을 수상했다. ⓒ 클레어함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박찬욱 감독이 5일 저녁(현지시각) 제 25회 제네바국제영화제에서 공로상격인 '필름 앤 비욘드상'(Film & Beyond)을 수상했다.

제네바영화제는 2014년이래 영화 이외에도 다른 포맷을 시도한 실험적인 영화인에게 필름 앤 비욘드상을 수여해왔다고 밝혔다. 이날 영화제 본부 피토에프 극장에선 시상식에 앞서 주 스위스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환영 리셉션이 열리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안야 구엘파 제네바영화제 재단장은 "박찬욱 감독은 한국의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으로 우리가 사랑하는 그의 작품들을 소개하게 되어 자랑스럽다"라며 "한국은 혁신적인 나라이며 제네바영화제가 한국과 스위스 양국의 예술가들이 서로 교류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권해룡 스위스 한국대사는 "내년 6월부터 스위스에서도 한국영화제가 열리게 되었다"며 "제네바, 취리히, 프리부르에서 동시에 열리는 이 행사를 통해 한국의 영화들이 스위스 시네필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스위스의 첫 한국영화제인 '스위스 한국영화제 (KOFIS)'는 스위스 내 대표적인 영화제 중 하나인 프리부르(Fribourg)국제영화제와의 협력 하에 개최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엠마누엘 퀴에노 (Emmanuel Cuenod) 제네바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박찬욱 감독은 이미지와 내러티브 등 영화적 요소를 활용해 인간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탁월하게 표현해냈다"며 "세련된 시네마의 대가로 한국 영화의 위상을 세계무대에 올린 장본인"이라고 극찬했다.
 
 박찬욱 감독이 제25회 제네바국제영화제에서 공로상격인 '필름 앤 비욘드상'을 수상했다.

박찬욱 감독이 제25회 제네바국제영화제에서 공로상격인 '필름 앤 비욘드상'을 수상했다. ⓒ 클레어함

 
관객의 큰 박수세례와 함께 무대에 오른 박찬욱 감독은 "이 아름다운 도시에 초대해주신 것만으로도 이미 큰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물론 날씨는 좀 고약했다. 제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제가 화창한 햇빛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어 "그래도 많은 제네바 사람들이 제게 와서 '날씨가 이래서 미안하다'고 말씀했다. 이렇게 자기가 저지르지도 않은 죄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사과하는 분들, 너무나 민감한 죄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사랑한다. 제 영화의 영웅들은 늘 그런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며 "도덕적으로 둔감한 사람들이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이 시대에 한국 감독에게 '제네바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없게된 것이 너무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귀한 존재인가"라고 발언하자 객석에서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찬욱 감독은 또 "저도 왠지 뭔가 잘못한 기분을 가지고 왔다. 한 작품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경력 전체에게 주는 상은 은퇴를 앞둔 노감독에서나 주는 것 아니겠나"며 "제네바영화제에서 이 상을 준다고 했을 때 '영화 그만 만들라는 말인가', '최근 작품들이 별로였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고 재치있게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래도 좀 밝은 면을 봐야지 않겠나. 이 상은 경력의 중간결산으로 '그동안 잘했다' '앞으로도 열심히 잘해라' 그런 뜻으로 주는 상이라 생각하고 받기로 했다. 지금까지 제가 해온 만큼, 즉 26년, 앞으로 더 해서 2045년에 다시 한번 와서 경력을 마감하는 노인으로서 다시 한번 공로상을 받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그때쯤이면 제네바영화제가 여름에 치러지길 바란다"며 재치 있게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 

관객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시상식이 끝난 뒤, 영화 <아가씨> 확장판의 상영회가 이어졌다. 주최측은 박찬욱 감독의 특별전으로 <아가씨>이외에도 <박쥐>및 <리틀 드러머 걸> 6개 에피소드, 그의 동생 박찬경 현대미술 작가와 협업한 '파킹찬스'팀의 중단편 3편도 함께 소개했다.
 
 스위스 제네바디지털마켓 전시회 전경

스위스 제네바디지털마켓 전시회 전경 ⓒ 클레어 함


파킹찬스는 두 형제의 성이 박(PARK)이고 돌림자가 찬(CHAN)이라는 것에 착안해서 지은 프로젝트 그룹명이다. '장르와 매체·이윤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창작하는 것은 서울에서 주차할 기회를 찾는 것처럼 어려운 일, 또한 그만큼 반가운 일'이라는 뜻도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파킹찬스의 작품 중엔 낚시를 하러 온 남자에게 흰 소복을 입은 여인이 걸려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아이폰 영화 <파란만장>과 판소리 스승과 제자의 하루를 다룬 <청출어람>, 분단 상황의 남북관계와 이중스파이를 모티브로 한 영화, <반신반의>가 초청되었다.

한편, 지난 1일 개막한 제네바국제영화제는 10일간 영화 및 TV시리즈, 디지털 등을 혼합한 독특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10일 막을 내릴 예정이다. 아울러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첨단 가상현실 등을 소개하는 전시장도 마련돼 있고, 업계 전문가들을 위한 디지털마켓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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