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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집단 ‘흙손공방’ 작품
 소집단 ‘흙손공방’ 작품
ⓒ 황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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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미술관은 경기도 지역의 미술사를 현재의 시점에서 재조명함과 아울러 본격적인 아카이브 구축의 일환으로 <시점時點·시점視點–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 아카이브> 전시를 진행 중이다. 1980년대 경인·경수 지역에서 활동한 소집단의 작품세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시점·시점'은 "시대의 한 가운데를 뚫어지게 바라본다"는 뜻으로 1979년 수원에서 결성된 'Point'그룹이 1983년의 변경된 이름을 차용한 것이다. 저항이 요청된 시대에서 이를 수용하되 굵직하게 관통해온 당대의 사조를 포괄적으로 집대성한 전시이다. 작품 120여 점과 1060건의 자료 등 약 3천여 점이 30여년 만에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소집단 ‘흙손공방’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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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소집단 활동에 참여했던 작가의 인터뷰 영상아카이비와 비평가들의 자료집도 만나게 된다. '수리미술연구소', '목판모임 판', '미술동인 새벽', '흙손공방', '목판모임 나무' 등 21개의 소집단 작품이 두루 진열되었다. 시대의 한복판에 우뚝 섰던 성과를 발굴하며, 흩어져있던 작품과 자료를 하나의 공간에 모은 것이다.

소집단의 활동이 충분한 역사적 가치를 지님에도 불구하고 귀중한 자료와 작품 일부가 소실되었다는 점, 미술사로 온전하게 정립되어 있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는 점을 보완하려는 것이 미술관의 기획 의도이다. 경기지역의 현대미술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려는 취지이자 이후 미술관 아카이브를 본격적으로 구축하려는 정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민중미술의 태동과 의미 그리고 현재성
 
1988년 11월 13일 연세대에서 개최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및 노동법 개정 전국노동자대회”에 걸렸던 소그룹 '가는 패'의 걸개그림 <노동자> 복원 작품이다.
 1988년 11월 13일 연세대에서 개최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및 노동법 개정 전국노동자대회”에 걸렸던 소그룹 "가는 패"의 걸개그림 <노동자> 복원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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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미술이 본격적으로 태동한 시기는 1969년 작가 오윤 등이 참여하여 결성된 '현실동인'부터다. 이후 '현실과 발언', '광주자유미술인협회' 등이 결성된다. 기존 미술사조의 현실 도피적인 경향을 비판하며 현장성에 주된 방점을 두었다. 이들은 1982년 '임술년', 1983년 '두렁' 등 소집단 결성으로 이어졌다.

억압의 기제에 순종하기만을 강요받았던 암울한 시대를 불복종하려던 미술활동이었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시대를 밝히고 모순의 지점을 포착했던, 저항의 도구이자 전선이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맥을 함께하며 본격적인 현장성을 전취한 민중미술은 한국미술사의 새롭고도 독창적인 흐름을 형성했다.

남한 사회에서 노동이라는 계급적 의제가 전면으로 등장했고 이와 더불어 여성 및 환경, 통일 문제가 어우러지며 사회 운동의 격동기를 작품의 의제로 삼게 된다. 경기도 지역의 미술운동을 선도한 소집단에서 활동한 작가들은 '전위·저항·실천'을 자신의 시대정신으로 내재하고 있었다. 이들의 작품은 삶과 예술의 동일체를 지향하며, 저항과 노동의 현장은 작품의 공간이자 사유의 공간이며 실천미학의 지평이었다.
  
소집단 ‘임술년’의 아카이브 공간 일부다.
 소집단 ‘임술년’의 아카이브 공간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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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집단의 활성화는 개인의 내면이 아닌, 공동체와 집단적 작품의 성취를 주요하게 보았고 이것이 연대의 실천이었다. 이 힘은 서슬 퍼렇던 시절에 미술이 도피처로 안주하며 시대의 소명에 부응하지 못했던 과거를 반추함과 아울러 저항의 전선에 서도록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작품이 공권력에 의해 훼손되거나 침탈되는 일조차 비일비재 했으며 심지어 해당 작가의 구속도 적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감내하며 이룩해낸 시대적 성취이다.

지금에서 예전의 성취가 전승되지 못하는 점은 미술계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민중미술의 존립은 그 자신이 선전·선동의 도구로 활약했던 시대상의 변화가 자못 크리라. 기층 민중 단위의 저항은 1980년대의 대규모성에 비해 개별적이고 고립되어 왔다는 점, 그러면서도 저항의 단위는 분절되어 있기도 하다. 미술 양식과 작품에서 상상력의 제약과 획일적인 단순미에 머물렀던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 되리라.

미술관의 아카이브프로젝트가 과거의 화려했던 명맥과 공감만을 재생산 하며 만족하려는 것은 아니리라. 80년대의 예술적 성취가 여기에서 멎어있거나 봉착된 채 돌파구를 찾지 못하기에, 이 지점에 대한 고뇌와 확장을 위한 실마리는 관련자 모두의 과제다. 변화된 시대성이 담기며 예전의 격양된 힘이 복귀되기를 갈망하며, 미술관이 기획하는 프로젝트는 이에 대한 출발이자 구체적인 응답이 되기를 희망한다.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내년 2월 2일 까지다.

태그:#시점시점, #경기도미술관, #소집단, #민중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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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의 질서를 의문하며, 딜레탕트Dilettante로 시대를 산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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