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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수조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과 이자스민 의원이 7일 오전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제1차 전국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2년 11월 7일 당시 손수조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과 이자스민 의원이 제1차 전국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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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스민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에서 정의당으로 당적을 변경했다. 보수 정당에서 진보 정당으로 진영을 바꾼 이 전 의원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면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각 정당들이 손익을 따지고 있는 모양새다. 그중 이 전 의원을 영입한 정의당은 한국당 출신을 영입했다는 비판에 적극 대응하며 주목을 끌고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자스민 의원이 19대 총선 전 민주당 입당 원서 냈지만 안 받아줬다. 한국당에서는 왕따로 힘들고 외로웠다더라'고 여야 거대 정당을 비판하면서 '정의당 입당 중에 가장 빛나는 성과'라고 자평하고 나섰다. 또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한국당 인사를 영입한 것이 아니라 이주민을 가장 잘 대표하는 분을 영입한 것"이라며 자신이 이 전 의원 입당을 직접 권유했다며 이 전 의원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있다. 이처럼 정의당은 이 전 의원 영입을 이주민 인권과 다문화 사회의 비전을 앞장서 실현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 시도를 했던 부분은 이주 진영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입당 원서를 안 받아줬다는 부분은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확대에 열을 올리는 정당 정치 구조에서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이 전 의원은 과거 새누리당(현 한국당) 입당 당시 경기도 도의원과 서울시 비례대표를 제안 받고 거절했다가, 2년 뒤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1번을 요구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전 의원의 민주당 입당이 좌절된 이유는 비례대표 공천 요구와 검증 과정 때문이었지, 김종대 의원 주장처럼 입당 자체를 거부당한 게 아니었다. '모든 원내 정당에 입당 타진을 했었다'는 이 전 의원 말에 따르면 민주당이 입당을 거부했다는 주장은 정의당 스스로 얼굴에 침뱉는 격이다.

한국당에서 왕따였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 이 전 의원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 영화 <완득이>를 통해 대중에게 이미 친숙하게 알려져 있던 스타였다. 새누리당은 이 전 의원이 주최한 '다문화정책의 주요쟁점 및 입법과제 정책토론회' 등 여러 토론회와 입법 등에서 황우여 당대표를 비롯한 당 사무처와 중진들이 함께 하며 힘을 실어줬고, 스타 정치인을 적극 활용했다. 이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42건이나 될 정도로 활발한 의정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본인 스스로 노력한 부분도 있겠으나 새누리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 전 의원은 비례대표 재선 신청을 했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헌 당규상 비례대표 재선 불가 방침을 정했다. 총선 이후 당내 입지가 없는 이 전 의원이 한국당에 서운한 감정이 있을 수는 있으나 그걸 왕따라고 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 

또한, 심 대표가 이 전 의원을 '이주민을 가장 잘 대표한다'고 추켜세운 부분은 정치적 수사로 받아들일 수는 있으나 일반 대중과 이주민들의 보편적 정서와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결혼으로 국적을 취득한 외국계 국민은 전체 이주민의 10% 남짓이고, 그 나머지는 동포와 이주노동자와 유학생 등이다. 더불어 이주민 권익을 위해 시민사회 진영에서 이주민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해 온 수많은 인권활동가들에 비해 이 전 의원이 탁월한 어떤 활동이 있던 것도 아니다.

시민운동 영역이 아닌 직장과 가정, 어디서든 이주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이들이 없다 할 수 없으며, 이미 이주민 2세들 중에도 피선거권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스타 정치인을 내세워서 '이주민을 가장 잘 대표한다'고 자화자찬하는 꼴은 이주민 권익을 위해서라기보다 홍보를 위한 정략적 수단으로 삼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정의당의 진정성이 의심스럽긴 하나, 이 전 의원 관련 기사 댓글에서 나타나는 배제와 혐오 표현 등을 감안하면 용기 있는 영입이라고 할 만하다. 

19대 국회에서 투사가 돼야 했던 이자스민

국회는 위원회에 회부된 법률안을 심사하기 전에 위원장이 그 법률안의 입법 취지와 주요 내용 등을 국회공보 또는 국회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미리 알린다. 국회 입법예고 사이트(pal.assembly.go.kr)는 공고 기간 동안 댓글 형식으로 시민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종료된 입법예고를 검색하면 이자스민 의원이 19대 국회 때 대표 발의한 법률안이 42건임을 확인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입법예고된 법률안 중에 의견이 하나도 달리지 않는 다른 의원들의 법률안에 비해 이 의원이 제출한 안에는 '이민사회기본법안'(1만 2709건),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1만 191건), '난민법 일부개정 법률안'(1만 576건), '다문화가족지원법 일부개정 법률안'(1만 1148건), '이주아동권리보장 기본법안'(1만 4193건)처럼 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 법안이 한둘이 아니다. 댓글들은 한결같이 '절대 반대', '결사 반대'를 내걸고 있다. 

심지어 어떤 반다문화단체는 이 의원이 '이주아동권리법안'을 발의하자, 중앙 일간지에 법안의 기본적인 내용도 숙지하지 않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으로 이 의원을 매도하기도 했다. 이 의원을 반대하는 이들은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인 만큼, 국제법을 지킬 수 있도록 실정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의 법안마저 외국인들이 한국을 이용하는 법안이라고 몰아세웠다. 

타당한 이유가 있는 반대가 아니었다. 이 의원이 이주민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국회의원을 외국인이라고 몰아세웠고, 외국인을 위해 세금 쓴다며 논란을 부추겼다. 표현 하나를 두고도 발언은 왜곡되기 일쑤였다. 그 결과, 스타로 대중의 사랑을 받던 이 의원은 첫 번째 외국계 국회의원이 된 순간부터 의정활동을 마칠 때까지 의도치 않게 투사가 돼야 했다. 

그런 가운데 이 의원은 4년 임기 동안 동료 국회의원들과 시민사회로부터 의정활동과 입법 활동이 성실하고 우수했다는 평을 받았다. 국회의원 이자스민으로 불릴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런데도 이 전 의원이 정의당 입당 발표가 나자, 자칭 진보라 칭하는 이들마저 정의당 지지를 철회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전 의원이 했던 말실수와 부풀려진 경력 등에 대한 험담을 퍼트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주민이 좀 더 정치적 지향이 비슷한 곳에서 당사자 운동을 하겠다는데 그러려니 하는 너그러움은 찾아 볼 수 없다. 

이 전 의원에게 권력만 바라는 철새라고 비판한다면 차라리 대꾸라도 하겠다. 영국의 처칠도 당대에 철새라는 비판을 받던 정치인이라고. 총선을 앞두고 대안신당이니, 제3지대니 얼마나 말이 많은가? 이주민 출신 국회의원도 정치인인 만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정당을 새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러니 출신 배경만 부각시키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 밑바닥에는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의식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차별이 없고,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은 쉽게 오지 않는다. 누군가 나서서 싸울 때 조금씩 변해 가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 싸움의 선봉에 누군가 서겠다고 하면 응원해 줄 수 없는지 물어야 한다. 

'이주민 당사자주의' 한계와 도전

국내 정당사상 외국계 국민이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받은 건 이 전 의원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필리핀 출생 이주여성인 헤르난데스 주디스 알레그레씨를 비례대표 후보자로 공천을 확정 발표한 바 있다.

비록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창조한국당은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같은 국적이지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과 무지로 차별하는 사회에 이주민도 대표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당시만 해도 이주민 당사자주의는 진보 이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한국당이 처음으로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공천한 후에도 진보정당들은 이주민 출신 정치인을 키우기보다 시기상조라고 뒷짐지고 있었다. 

한편 기초든 광역이든 국회든간에 그것을 현실화시킨 정당은 보수 정당이었다는 점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보수는 결혼이주민과 그 가족이 정치적 세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당사자주의를 내세웠고 충분히 그 성과를 거뒀다.

소수자의 정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비례대표는 흔히 당사자주의를 관철시키는 한 방편이라고 말한다. 창조한국당이 실패한 이후 진보정당에서 비례대표를 이주민에게 내주고자 계획했던 적이 없다는 점을 놓고 보면, 당사자주의에 대한 반감 혹은 회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흔히 '언어가 서툴다. 한국사도 제대로 모르는데' 등과 같은 이유로 입법 활동이나 제대로 하겠나 하는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사자주의를 영어로는 Consumerism, '소비자(중심)주의'라고 한다. 소비자주의는 판매자나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했고, 상품의 신뢰성과 서비스 적절성을 평가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에 정책 실현에서 소비자 요구와 참여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민 문제를 놓고 보면, 결혼이주민이나 외국인력 정책, 출입국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 정책에 불신이 있을 수 있고, 적절한 개선을 위해서는 정책 입안 단계에서부터 이주민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 문제에 있어서 당사자주의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소수자 혹은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장애, 여성, 성소수자,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탈북인 등등의 문제는 이들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제한하고, 그들을 시혜 혹은 동정의 대상으로만 보면서, 타자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달려드는 경향이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문제를 당사자들보다 더 잘 이해하고,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집단이 있을 수 있을까? 자신의 문제에 대해 타인의 개입 혹은 보호를 최소화하고, 모든 과정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결정하고자 하는 것이 당사자주의다.

그러나 지나친 당사자주의는 편협한 자기 논리에 빠지기 쉽고, 이주 이슈의 경우 분명한 한계가 있다. 국내 제도와 정보 취득 등에 있어서 내국인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있고, 내국인에 비해 학력이나 사회운동의 경험 등을 비교했을 때도 그렇고, 어떠한 리더십이 세워졌을 때, 이주민이라 해서 국적과 사회적 배경이 다른 모든 이주민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느냐는 점에서 자격이나 자질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선주민의 편견, 혐오와 배제 등의 차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 하는 점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당사자주의를 부정하다 보면, 이주민의 필요를 위한 이주민 스스로의 문제 제기가 아니라, 내국인 활동가의 문제 제기를 위한 문제 제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위험성 또한 있다. 혹자는 외국계 국민 한 사람이 국회에 들어간다고 이주민 권익이 대변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 비판이 타당성이 있다 해도 막연한 앎과 몸으로 부딪히며 아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이주민 차별에 대해 그들처럼 직접 경험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우리 국민의 한 사람으로 피선거권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주민 출신이라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것 자체가 특이할 게 없는 일상인 사회를 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전 의원이 여타의 비례대표들처럼 4년 의정활동을 마감하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보다 다시금 운동화 끈을 묶는 것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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