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원정에서만 승리를 챙긴 팀이 7전 4선승제의 시리즈를 제패했다. 워싱턴 내셔널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꺾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워싱턴은 31일(한국시간), 휴스턴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열린 2019 MLB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홈팀 휴스턴에 6 - 2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4승 3패를 기록, 1969년 몬트리올 엑스포스 창단 이후 50년 만에 프랜차이즈 사상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에서 올랐다.

워싱턴은 깜짝 선발 맥스 슈어저가 5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타선이 6회까지 휴스턴의 선발 잭 그레인키에 단 1안타만 기록하면서 빈공에 시달렸다.

하지만 워싱턴은 기적의 7회 초를 만들어냈다. 먼저, 1사 상황에서 앤서니 랜던이 그레인키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1점을 만회하는 솔로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어 워싱턴의 후안 소토가 볼넷으로 출루한 후 그레인키가 마운드에서 내려가면서 윌 해리스로 휴스턴 마운드가 교체됐다. 이후 해리스를 상대한 노장 하위 켄드릭이 해리스의 90마일짜리(시속 약 145km) 커터를 밀어치면서 극적인 역전 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어 8회 초에는 2사 상황에서 애덤 이튼이 볼넷으로 출루한 이후 후안 소토가 휴스턴의 세 번째 투수 오수나의 96마일(시속 약 154km)짜리 직구를 받아쳐 1타점 적시타를 만들어내면서 점수를 4 - 2까지 벌렸다.

9회 초에는 1사 만루 상황에서 애덤 이튼이 휴스턴의 여섯 번째 투수 어퀴디를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기록하면서 승기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결국, 9회 말 2사 상황에서 워싱턴의 세 번째 투수 허드슨이 마이클 브랜틀리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워싱턴 내셔널스가 워싱턴 새네터스가 1924년 월드시리즈 우승한 이후 95년 만에 워싱턴 D.C에 우승 트로피를 바쳤다.

이번 승리가 의미가 큰 이유는 미국 3대 프로스포츠(MLB, NBA, NHL) 중 처음으로 MLB에서 원정에서만 4승을 챙긴 팀이 시리즈를 가져갔다는 점이다. 대기록이 완성된 셈이다. 

이미 30일(한국시간) 6차전에서는 원정팀이 모두 승리를 거둔 신기록이 나왔다. MLB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MLB, NBA, NHL을 놓고 봐도 7전 4선승제로 치러진 1420회의 시리즈 중 첫 6경기에서 원정팀이 승리를 거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전 기록은 1906, 1996 월드시리즈에서 5차전까지 원정팀들이 승리를 거둔 경우다. 하지만 앞선 두 시리즈는 6차전에서 홈팀이었던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뉴욕 양키스가 각각 승리를 거두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1906년 월드시리즈

1906년 월드시리즈 ⓒ 정리=청춘스포츠

   
 1996년 월드시리즈

1996년 월드시리즈 ⓒ 정리=청춘스포츠

 
메이저리그는 월드시리즈 진출 팀의 정규시즌 승률로 홈 어드밴티지를 가져갈 팀을 결정한다. 이번 시리즈는 휴스턴(107승 55패, 승률 0.660)이 워싱턴(93승 69패, 승률 0.574)에 정규리그 승률이 앞서 홈 어드밴티지를 통해 1, 2, 6, 7차전을 홈 경기장인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치렀다. 이에 따라 워싱턴은 휴스턴으로 이동해서 1, 2차전을 치른 후 워싱턴으로 복귀해 3, 4, 5차전을 홈 경기로 가졌다. 이후 워싱턴은 다시 휴스턴으로 이동해 원정에서 6, 7차전 승부를 마무리했다.

따라서 이번 경우처럼 양 팀 간 이동 거리가 상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홈 어드밴티지를 가진 팀이 체력적인 요소,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등 여러 요소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홈 어드밴티지는 말 그대로 '허울'에 불과했다. 휴스턴에서 열린 1, 2차전은 원정팀 워싱턴이 2연승으로 가져갔고 반대로 워싱턴에서 열린 3, 4, 5차전에서는 휴스턴이 3연승을 거뒀다. 그리고 31일, 휴스턴에서의 마지막 6, 7차전을 다시 원정팀인 워싱턴이 가져갔다. 일부 야구팬들은 '원정 어드밴티지'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운 말을 하고 있다.

심지어 2019 MLB 포스트시즌은 와일드카드전부터 전체를 놓고 봐도 원정팀이 우세하다. 전체 37경기 가운데 20승을 원정팀이 챙기면서 17승을 기록한 홈팀을 앞섰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홈 어드밴티지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한, 워싱턴의 우승으로 201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시작으로 여섯 시즌 연속으로 원정팀이 원정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진기록도 생겼다.  

이번 포스트시즌의 핵심 키워드는 '원정'이란 단어로 남았다. 고 하일성 해설위원은 "야구 몰라요"라는 어록을 남겼다. 이번 MLB 포스트시즌을 놓고 보면 말 그대로 "야구는 모른다"라는 속설이 맞아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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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10기 진현우
월드시리즈 야구 MLB 워싱턴 내셔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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