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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컴투비디오' 사이트 폐쇄를 알리는 공지.
 "웰컴투비디오" 사이트 폐쇄를 알리는 공지.
ⓒ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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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묻힐 뻔한 아동 대상 성범죄 공유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사건이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다시 불거졌다. 

앞선 지난 16일 미국 법무부 경찰청은 '웰컴투비디오'에 대한 32개국 수사공조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과 미국, 영국, 독일 등 수사기관은 국제공조를 통해 운영자 손아무개씨와 이용자 310명을 검거했다. 운영자 손씨는 2018년 9월 1심에서 나이가 어리고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가 2019년 5월 열린 항소심에서 1년 6개월 실형 선고를 받았다. 

아동(아동이라 하기 어려운 유아와 젖먹이까지 포함)을 학대해 성적 대상으로 삼은 사실에 분노한 한 청원인은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합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손씨에 대한 강력 처벌을 요청했다. 31일 현재 27만 5천여 명이 청원에 동참할 정도로 다수의 국민이 분노한 사안이지만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크게 다루지 않고 있어 의아하다. 착잡한 심정으로 '웰컴투비디오' 사건의 '부정의' 한 지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아동 학대물은 어떻게 아동 '포르노'가 되는가

'웰컴투비디오'의 이용 방식은 이용자가 불법 영상을 직접 올리는 방식이다. 즉 이용자가 아동을 촬영하거나 다른 불법 사이트에서 본 영상을 올린다는 뜻이다. 이들은 이용자이자 생산자, 소비자가 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사건을 일컫는 '아동 포르노'란 용어가 적절할까.

'포르노그래피'란 인간의 성적 행위의 사실적 묘사를 주로 한 문학·영화·사진·회화를 일컫는다. 상업적 목적 혹은 자발적으로 성행위에 참여한 영상물을 떠올리게 한다.  포르노의 연원과 상식의 범주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포르노'이려면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고, 절대 범죄 행위여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아동 '포르노'라 일컬어지는 '웰컴투비디오' 사건은 촬영 대상이 된 아동이 자의로 촬영에 응했을 리 만무하고, 촬영 자체가 상당한 인권침해를 전제한 불법이기에 절대 아동 '포르노'라 불려서는 안 된다.

'리벤지 포르노'라는 말이 있다.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를 뜻한다. 리벤지 포르노로 불린 이 불법 촬영물로 얼마나 많은 여성의 인권이 침탈당했는지는 부연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때로는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불법 촬영물을 '포르노'라 명명하는 이 현실, 이제 깊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물며 10세 이하의 어린아이를 성적으로 학대해 찍은 동영상을 어떻게 아동 '포르노'라 부를 수 있겠는가?

아동 성착취 사이트 운영자에게 내려진 가벼운 형량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씨는 1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가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웰컴투비디오' 사건으로 공조 수사를 벌인 미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범죄자 손씨의 실명과 그의 범죄 내용을 공개했다. 하지만 한국은 범죄자 손씨를 손아무개씨 혹은 손모씨 등으로 부른다. 제주도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아무개씨가 용의 선상에 오르자 바로 언론에 얼굴과 실명이 공개된 것에 비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손씨가 아동 성착취 사이트를 운영했다는 사실은 그가 '아동 범죄자'라는 뜻과 다르지 않다. 현재 손씨를 두고 인터넷상에서는 '인터넷 조두순'으로 비난하고 있다. 그가 온 사회를 경악하게 한 조두순과 범죄적 측면에서 무엇이 다른 걸까?

이런 가공할 범죄에 가벼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있는 부정의 한 법체계가 바로 아동 학대 성 착취 범죄를 양산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아동·청소년에 관한 법률'은 그를 더 중한 벌로 단죄할 수 없다. 그의 죄에 대한 마땅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미국으로 그를 범죄인 인도 요청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으로 주목받게 하고 있다. 타국의 법체계에 의존해야만 마땅한 처벌을 기대해야 하는 나라라면, 대체 이 나라 법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재판부는 그가 어린 시절 정서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초범이라는 점과 부양할 가족이 있는 가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판결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을 어렵게 보냈다고 모두 범죄자가 되는가? 국가가 훼손된 아동 인권에 대해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아이 하나하나를 제대로 보살피는 아동 이익의 관점으로 접근한 정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위 판결의 근거는 아동 시절을 불행히 보냈으니, 또 다른 아동을 괴롭혀도 관용하겠다는 '언어도단'의 법 논리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아동 성착취 범죄는 어쩌다 보니 저지른 절도 등의 범죄와 그 죄질이 전혀 다르다. 그가 아동 성착취 영상 사이트를 운영했을 뿐 아니라 이용자에게 아동 성착취 학대물을 업로드시켰다는 것은, 아동 강간 상해를 방조한 중범죄자라는 뜻이다. 불법 촬영물을 보고 이를 모방하는 아동·청소년 성범죄가 만연한 이 참혹한 현실에, 초범이라는 이유로 이런 중범죄에 고작 1년 6월 실형을 판결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디지털 성범죄를 사소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에 다름없다.
  
게다가 그가 부양할 가족이 있는 가장이라는 점이 솜방망이 처벌의 근거가 됐다는 사실은 무얼 확인시키고 있는 걸까. 다른 아동의 신체를 침탈해 범죄를 저지른 자가 가장이라는 이유로 가벼운 형을 받았다는 것은, 이 나라가 여전히 가부장의 나라임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부끄러운 이용자들의 민낯
  
'웰컴투비디오' 사건으로 검거된 이용자 310명 가운데 223명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어찌 보면 하나도 놀랍지 않다. 이 현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동 성착취물을 다운로드만 받아도 5년 형이 내려지는 미국의 법 환경과 아동 성 착취 동영상을 소지하고 공유해도 벌금형 정도에 그치는 부정의한 법체계의 엄청난 간극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지난 2018년 11월 '양진호 웹하드 사건'이 터졌을 때 대한민국 국민들 그중에서도 남성들이 이용하지 않았다면 회사가 어떻게 그런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었겠냐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이는 한국 사회가 불법 촬영물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23일 <한겨레>는 <"선처 축하" 아동 성착취 영상 처벌 피하는 법 버젓이 공유>를 통해 "성착취 영상을 소지·공유한 이들이 네이버 카페 등 개방된 인터넷 공간에서 수사 상황이나 대응 방안 등을 버젓이 공유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면서 "게시물 작성자들은 '잘못을 후회한다'면서도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기 위한 요령을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들은 서로를 향해 "'힘내라', '마음고생 많았다', '(선처를 받아) 축하한다'며 서로를 응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아동 성 착취 영상을 소지·공유한 이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기 위한 대응 방안을 버젓이 공유하고 있는 이 현실 또한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의 저급한 인식을 가감 없이 내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 부끄러운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이번 사건은 절대 그냥 잊혀야 할 범죄가 아니다. 성범죄를 바라보는 남성들이 혁명에 준하는 인식 개선을 해야 하며,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과감히 개혁하는 법체계의 변화만이 새로운 출구를 열 수 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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