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한국시각) 스페인 그라나다 에스타디오 누에보 로스 카르메네스 경기장에서 그라나다 CF와 레알 베티스의 스페인 라리가 축구 경기가 열렸다. 선제 득점에 선공한 그라나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7일(한국시각) 스페인 그라나다 에스타디오 누에보 로스 카르메네스 경기장에서 그라나다 CF와 레알 베티스의 스페인 라리가 축구 경기가 열렸다. 선제 득점에 선공한 그라나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스페인 라리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그라나다 CF의 성공은 자국 선수의 대거 영입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디에고 마르티네즈 감독이 이끄는 그라나다는 지난 27일 밤(한국시간) 누에보 로스 카르메네스에서 열린 2019-2020 라리가 10라운드 레알 베티스와 경기에서 알바로 바디요의 선제골을 잘 지키며 1-0 승리를 거뒀다.

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이날 승점 3점을 획득한 그라나다는 FC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등 스페인의 거대 클럽들을 제치고 라리가 선두 자리에 올라섰다. 그라나다는 승점 20점(6승 2무 2패) 고지에 가장 먼저 오르며 시즌 초반이지만 리그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주말 예정되어 있었던 바르셀로나와 레알의 경기가 연기되면서 기회를 잡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년 중하위권 클럽인 그라나다의 선전에 모두 놀란 눈치다. 그라나다는 라리가에서 1970년대 6위를 두 번 차지한 것이 최고의 성적인 구단이다. 심지어 그라나다는 올해 다시 라리가에 합류한 승격팀이다.

베티스전 승리 전까지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유럽 주요 스포츠 언론들은 일제히 그라나다가 선두를 차지한 소식을 전하며 그들의 성공 비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 선수 5명→11명으로 변화

그라나다의 비상에 대해 많은 의견이 대두되는 가운데, 영국 언론 BBC는 극적으로 변화된 선수단 구성에 주목했다.

BBC는 장문의 분석 기사를 통해 2016-2017 시즌 고작 5명의 스페인 선수를 보유하는데 그쳤던 그라나다가 다수의 자국 선수를 데려오기 시작하면서 기적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그라나다는 리그 꼴찌로 강등당했던 2017년 당시 극소수의 스페인 선수를 경기에 활용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Playmaker'에 따르면 2016-2017 시즌 당시 모든 대회를 통틀어 그라나다 소속으로 1경기라도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는 총 36명이었다. 그 중 스페인 선수는 11명에 불과했다. 15경기 이상을 뛰며 나름의 신뢰를 받은 스페인 선수는 고작 4명뿐이었다.

현대 축구에서 다국적 선수단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라나다처럼 강등을 걱정하는 클럽에게는 흔한 일은 아니다. 특히 다른 유럽 빅리그에 비해 자국 선수 비율이 높은 스페인 클럽의 특성까지 더해지면 그라나다는 더 특이한 경우에 속한다.

비정상적인 선수단에 변화를 꾀한 인물은 아스날의 전설적인 수비수로 유명한 토니 아담스다. 2017년 4월 그라나다의 감독으로 선임된 아담스는 선수단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BBC는 "아담스는 클럽의 모든 부분에서 스페인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클럽으로 그라나다가 재건축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아담스의 조언을 새겨 들은 중국 출신의 장리장 그라나다 구단주는 이를 실행에 옮겼다. 아담스의 충고 이후 그라나다 클럽은 단순히 스페인 국적의 선수를 영입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라나다 지역이 위치한 스페인 남부 지방 안달루시아에 뿌리를 둔 선수를 데려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라나다는 이번 시즌 1경기 이상 뛴 19명 중 11명이 스페인 국적을 가진 클럽으로 변모했다. 현재 그라나다 1군에 포함된 23명(구단 공식 홈페이지 기준) 중 외국인 선수는 8명이다. 

'조직력'의 그라나다를 만든 마르티네즈 감독

단순히 스페인 선수 중심의 선수단 구성만으로 리그 1위라는 결과가 탄생할 수는 없다. 자연스럽게 그라나다의 수장 마르티네즈에게 시선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감독으로 부임한 마르티네즈는 단단한 '조직력'을 구축해 그라나다를 세군다 디비시온(스페인 축구 2부리그)에서 라리가로 인도했다. 골키퍼 루이 실바와 중앙 수비수 저먼 산체스 중심의 수비 라인을 완성해 2018-2019 시즌 리그 42경기에서 28실점을 허용하는데 그치며 2위로 승격 자격을 얻었다.

마르티네즈 감독이 만든 그라나다의 수비 조직력은 이번 시즌에도 유효하다. 리그 10경기에서 10실점을 내줬다. 강등을 당했던 시즌 당시 리그 38경기에서 무려 82실점을 기록했던 사실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비야레알과 레알에게 4골씩을 허용한 기억도 있지만, 나머지 8경기에서는 단 2실점을 허용하는 짠물수비를 과시 중이다. 특히 지난 9월 22일에는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앙투안 그리즈만이 총출동한 바르셀로나와 경기에서 무실점하며 수비력을 뽐내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그라나다는 현재 라리가에서 바야돌리드와 마요르카 다음으로 선수단 임금을 적게 지불하는 클럽이다.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선수는 공격수 로베르토 솔다도 1명에 불과하다. 슈퍼스타가 전혀 없는 것이다. 

오랜 기간 그라나다를 지지하는 팬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히스 체스터는 "밑바닥부터 올라온 마르티네즈는 겸손함을 바탕으로 선수단 전체에 강한 연대감을 심어주었다. 인터뷰에서 선수들은 선수 개인에 대한 칭찬을 거부하고 선수단 전체의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그라나다의 원동력을 설명했다.  

현재 스페인 언론은 그라나다 행보를 2015-2016 시즌 EPL 우승을 차지한 레스터 시티와 비교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 스페인 축구 전문가는 "라리가에 잔류하는 것이 그라나다의 우선순위"라며 항간에 떠도는 상상을 경계했다. 그라나다의 팬인 체스터도 "훌륭한 시즌 출발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일(EPL 우승)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했다.

하지만 레스터가 그랬듯이 그라나다가 기적을 일궈내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쨌든 당장 라리가의 1위는 그라나다가 차지하고 있다. BBC의 표현처럼 중요한 것은 현재 '그라나다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그라나다 CF 디에고 마르티네즈 라리가 제2의 레스터 시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